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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시중은행들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영업점이 감소하면서 '은행 대리업'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은행 대리업의 연착륙을 위해서는 은행권의 금융 접근성 제고 노력과 금융당국의 세밀한 제도적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은행대리업을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이 은행 대리업 도입을 추진하는 건 은행 영업점 감소에 따라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이 약화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기준 4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영업점 수는 2826개로, 2020년 대비 500곳 가까이 사라졌다. 이에 따라 모바일 앱 등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의 금융 사각지대가 확대됐다는 우려가 계속돼 왔다.
은행의 영업방식은 비대면 채널의 급성장에 따라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영업점 유지비용이 증가하면서 기존 영업점들은 통·폐합으로 대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은행권은 영업점 축소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대면 채널의 문턱을 낮추고 있다. 신한은행은 인공지능(AI) 은행원 도입을 앞두고 있고, 시니어 고객을 대상으로 앱 사용방법 등 디지털 교육도 주기적으로 열고 있다. 특히 이달에는 금융권 최초로 TV를 이용해 화상상담으로 은행업무를 처리하고 다양한 금융정보를 제공하는 '홈뱅크'를 개편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영업점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고객이 특정시간에만 몰려 유휴시간이 많다"며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오프라인 영업점 숫자를 줄이고 대형화하는 대신 물리적 제약이 없는 디지털 영업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와 달리 시니어 고객들은 여전히 대면방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은행 대리업 도입이 은행의 오프라인 영업점 운영비용을 줄이면서도 취약계층의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보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비대면 채널이 확대되면서 시니어 고객과 저소득 계층이 불편을 겪고 있다"며 "은행들이 비용 문제로 영업점을 줄이는 게 불가피하다면 전국에 위치한 3000여개의 우체국 지점이 은행업무를 맡는 방안이 현실적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체국이 은행 업무를 위탁받는다면 대출 실행까지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서류 접수와 결과 통보까지는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 부실 대출 등의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금융당국의 감독을 통해 기술적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선 은행 대리업 도입에 앞서 해결해야 할 쟁점도 적지 않다. ▲은행 대리업자의 겸업 여부 ▲은행대리업자의 업무 범위 ▲등록제 또는 인가제 여부 ▲영업행위 규제 및 검사·감독 방법 ▲은행 대리업의 재위탁 여부 등이다.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에 앞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이용자 피해 예방을 위한 규제 체계수립이다. 넉넉한 자본금과 인적자원, 물적 시설 등 자격요건과 대리업무의 범위를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고동원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7월 논문(은행대리업 제도의 도입에 따른 규제법적 과제)을 통해 은행 대리업 도입 방향을 제시했다.
고 교수는 "금융당국은 은행 지점 폐쇄에 대한 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소외계층을 위한 대면 거래의 필요성은 여전히 있고, 이미 일본에서는 은행대리업 제도가 도입돼 활성화되고 있어 일본의 제도를 참고하기에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제언했다.
이어 "중요한 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제도적 설계를 잘하는 것"이라며 "은행법에 은행대리업의 정의조항 마련, 진입 규제의 정도가 약한 등록제 채택, 소속은행 제도 도입, 은행대리업자에 대한 영업행위 규칙 규정, 금융기관의 범위에 은행대리업자 추가 및 특정금융정보법 적용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경보 기자 pk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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