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정책연구원 일본연구센터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공동주최로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24 한·일언론포럼’에서 참가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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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의 낙관주의는 어디로부터 온 것입니까”

국제정치학자 사하시 료 도쿄대 동양문화연구소 준교수는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에서 유라시아정책연구원 일본연구센터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공동주최한 ‘2024 한·일 언론포럼’에서 “(만약 트럼프 2기 내각이 들어서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이 어려워지고, 그 외에도 많은 큰 일들이 일어날 것으로 보는데 (한국 정부가)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말했다.

사하시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최근 엄청나게 높아졌다. 일본 언론들조차 ‘트럼프가 당선되는 게 아닐까’ 하는 식으로 보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하시 교수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해 10월 야마다 시게오 전 외무심의관을 주미일본대사에 임명하는 등 일찌감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대한 준비를 해왔다고 한다. 그는 “일본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현을) 매우 불안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불만은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1기 때보다 더 강한 외교안보 정책들을 쏟아낼 것으로 예측되는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언제 어떤 돌발행동을 할지 모른다는 변수가 있지만, 일본 정부가 트럼프 1기 때 경험을 기반으로 충분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취지다. 그는 이와 관련해 “한국은 (일본만큼) 트럼프 행정부에 대해 준비를 하진 않았을 것”이라며 “많은 도쿄(일본 정부) 사람들은 그런데도 ‘한국은 왜 느긋하게 생각하고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인지’ 의아해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이날 포럼에선 차기 행정부 출범 이후 고조될 수 있는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한·일이 더욱 관계 개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홍도 유라시아정책연구원 일본연구센터장은 “한·미·일 관계나 한·일·중 관계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한·일 관계”라며 “반대로 생각하면 (미국의 차기 행정부 리스크에 대해) 한·일이 안보 협력 등 기반을 강화하면 양국이 걱정하는 부분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비둘기파’로 평가받는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외교기조가 기대와는 달리 기존 일본의 외교노선과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코다 테쓰야 아사히 신문 기자는 “이시바 총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다. 반도체 (소재 수출) 제재와 같은 일은 하지 않겠지만, 외무성이 생각하는 정책 테두리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내년 6월22일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앞두고 거론되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 방일 성사 가능성도 낮게 봤다. 하코다 기자는 “(외국 정상이) 국빈 방문하면 천황(일왕)이 맞이해서 만찬회를 열어야 하는데, 통상 90일 전에 일정을 확보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지체된 (국빈 방문 일정이 많은 상황에서) 윤 대통령을 초대하는 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7월 초 참의원 선거가 있다”며 “선거가 가까운 날 한국과의 큰 일을 진행하거나 양보를 하는 것은 자민당에 있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시바 총리가 최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참패한 것을 두고, 한국에서는 극우성향으로 평가 받는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총리직에 오를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날 일본 쪽 참석자들은 그럴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미네기시 히로시 니혼게이자이신문 상급논설위원 겸 편집위원은 “한국에서 ‘다카이치 총리’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며 “우린 거론조차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총리가 된다면) 야스쿠니 신사에 무조건 참배할 것이고, 외교적으로도 한국과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관계도 안 좋아 질 것”이라며 “그래서 지난 총선 2차 투표 때 큰 차이로 이시바 총리가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신형철 기자 newir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