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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푸에르토리코 쓰레기 섬” 트럼프쪽 막말에 히스패닉계가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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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인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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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바로 앞이지만 결정적 순간은 아직 남아있다. ‘10월 깜짝 선물(옥토버 서프라이즈)’ 이 10월의 마지막 날에 도착했다.



경합지역만을 대상으로 한 600회 이상의 여론조사, 수천가지 시뮬레이션, 과학적 데이터 계산 등 모든 분야에 거액을 쏟아 부으면서 경쟁을 했다. 두 후보가 이렇게 팽팽하게 동률을 이루는 것은 아메리카합중국이 결국 서로 다른 ‘ 두 개의 국가 ’ 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씁쓸하게 깨닫게 했다. 이런 판세에서 승자를 결정하는 일은 과연 막판에 어떤 일이 발생해 몇 명의 유권자가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는지에 달렸다 . 박빙의 판세에서,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거 막바지 , 거의 열흘 정도 전부터 트럼프의 상승세가 꾸준하게 보였지만 아주 미세한 증가였다. 11월1 일 시점에서 전국적인 지지율은 거의 완벽하게 동률이다 . 승패를 가를 경합주의 지지율에 모든 시선이 집중된 상태다. 오차범위 내이지만 2% 정도 차이로 조지아와 애리조나는 트럼프에게 기운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등 5곳은 1% 정도로 두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한다. 이것은 마지막 주말의 무엇인가가 승패를 결정한다는 이야기다. 부동층이 많은 경합지역의 유권자 반응에 따라서 양측 캠페인 본부가 천국과 지옥을 오르내리고 있다.



“아직 시간은 충분하다”가 해리스 캠프의 분위기고 “어떤 일도 발생하면 안 된다” 가 트럼프 캠프의 모습이다. 이런 캠프 분위기를 보면 트럼프 캠프는 자신들이 이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고 , 해리스 캠프는 추격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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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섬” 발언의 당사자인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지난달 27일 트럼프 유세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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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마지막 날, 선거인단 19명으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경합주인 펜실베니아주에서 선거운동 중인 해리스 캠프에서 ‘히스패닉계 유권자들의 집단적인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는 보고서가 돌았다. 지난 10월27일 트럼프의 뉴욕 맨해튼 유세에 찬조연설자로 나선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푸에르토리코는 바다에 떠다니는 쓰레기 섬” 이라고 한 발언이 미국 내 푸에르토리코인들을 자극했다. 미국 내 푸에르토리코 출신 이민자 인구는 거의 600만 명이다. 펜실베이니아주에만 거의 50만 명이 산다. 푸에르토리코인들은 저돌적이고 똘똘 뭉친다. 미국 여러 대도시에서 열리는 푸에르토리코인들의 길거리 페스티벌은 활기 넘치고 요란하기로 유명하다. 푸에르토리코계 유권자들은 정치적으로 무당파 부동층이고, 선거 때마다 공화당과 민주당을 오가며 투표를 한다 . 그리고 소수계들 가운데서도 유독 똘똘 뭉쳐서 한 후보에게 ‘몰표(Group Voter)’ 를 행사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들을 향한 트럼프 쪽의 막말에 푸에르토리코계 지도자들은 연일 규탄 성명을 내고 있다. 미국 언론들은 10월 말 톱뉴스로 이것이 미국 대선전의 ‘옥토버 서프라이즈’ 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보도했다 . 해리스 캠프가 이것을 가지고 발 빠르게 움직였다. 트럼프 캠프의 찬조연설자로 나선 코미디언의 푸에르토리코 비하 발언을 담은 여러 형태의 정치 광고를 제작해 방영하고 경합주의 유권자 맞춤형 유튜버 운동원들에게 광고비를 지불하면서 확산시키고 있다 .



또다른 중요한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도 10월27일 주말부터 새로운 신호가 감지된다. 노스캐롤라이나 주에서 해리스 캠프가 일주일째 직접 유권자 만나기 캠페인(Door to Door·가가호호 방문)이 효과를 내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고 언론들이 전하고 있다. 4 년 전 바이든 선거운동 캠프가 가가호호 캠페인을 제대로 하지 않아 아슬아슬하게 트럼프에게 패했던 부동층 지역에서 이번에는 400 여명의 운동원들이 아주 꼼꼼하게 유권자를 찾아가 만나는 캠페인을 하고 있고 , 눈에 보이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10월30 일자 워싱턴포스트가 자세하게 보도했다 .



선거의 향배를 바꿀 수 있는 선거 직전의 사건을 뜻하는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미국 대선에서 실제로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까. 미국 대선의 역사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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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유세 현장에서 춤을 추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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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중간선거에서 참패를 당한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2012년 재선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는 인격과 정책 면에서 비교적 탄탄했다. 1차 후보토론회에서 롬니의 선전으로 분위기가 반전되어 여론조사에서 롬니가 상승세를 탔다.



현직인 오바마가 반드시 이겨야 할 곳이 선거인단이 29명이었던 플로리다였다.(지금은 펜실베이니아가 그런 곳이다 ) 선거 일주일 전인 10월 말에 허리케인 샌디가 플로리다 일부 지역을 관통했고 북동부 지역까지 강타했다. ‘기회’ 를 포착한 오바마는 허리케인 복구작업을 선거운동과 결합했다.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뉴저지주의 공화당 소속 주지사인 크리스 크리스티와 함께 오바마 대통령이 허리케인 피해 지역 지원을 찾아다니며 복구작업을 지휘하는 모습이 연일 전국의 공중파에서 방송되었다.



허리케인 피해에 가장 민감한 곳은 플로리다다. 플로리다의 유권자들이 오바마의 이러한 모습을 실시간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선거를 치렀다. 밋 롬니로 기우는 줄 알았던 플로리다를 그야말로 0.7% 표차로 오바마가 이겼다. 플로리다의 29명의 선거인단이 오바마에게 갔다.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처음 미국 정치용어로 등장한 것은 1980년 대선에서였다 .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과 도전자 로널드 레이건이 대결했다. 선거가 다가올수록 카터 대통령은 지지율이 바닥을 치는 상황을 타개할 방도를 궁리해야 했다. 거의 1 년 동안 이란에 억류되어 있던 미국인 인질 52명을 석방하면 궁지에 몰린 대통령에게 외교적으로 큰 성과가 될 수 있었다. 당연히 레이건 캠프에서는 이 가능성에 바싹 긴장했다. 레이건 캠프의 선거운동을 지휘하던 빌 케이시는 카터 대통령이 그런 “10 월의 깜짝”을 계획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결국 인질 석방은 대선 직후에 이뤄졌다. 레이건 쪽이 이란에 대해 로비를 했는지에 관한 하원 조사가 벌어졌는데 혐의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지만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나온 레이건에 대한 전기에서는 빌 케이시와 이란 사이에 소통이 있었던 정황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992년 도전자 빌 클린턴과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대선에서는 ‘이란 - 콘트라’ 스캔들로 선거 직전에 레이건 정부의 국방장관인 캐스퍼 와인버거가 기소된 것이 옥토버 서프라이즈였다.



미국이 포로로 잡힌 미국인들을 석방하기 위해 이란에 무기를 불법 수출했고 그 판매 수익금을 니카라과 콘트라 반군에 보낸 이 사건은 레이건의 대통령직을 거의 무너뜨릴 뻔했다. 레이건 정부의 부통령이었던 부시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국방장관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이 선거판에 확산되면서 결국 부시 대통령은 클린턴에게 패배해 재선에 실패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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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일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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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 년 조지 부시와 앨 고어의 대결에선 선거 직전에 한 기자가 24 년 전 조지 부시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던 사실을 폭로했다. 선거 후 부시의 캠페인 전략가인 칼 로브는 이 폭로로 인해서 부시가 최대 5 개주의 투표에서 큰 손실을 입었다고 말했다 . 이때의 선거에서 앨 고어는 전국적 대중 투표에선 크게 승리했지만 투표인단 수에서 결정적이었던 플로리다주에서 재검표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승자가 되지 못했다.



2016년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의 대결에서 있었던 옥토버 서프라이즈는 지금도 생생하게 회자된다. 당시 미국 연방수사국( FBI) 국장이던 제임스 코미가 선거 11일 전에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에 대한 재수사를 발표하고 선거 이틀 전에 무혐의 종결을 발표했다.



2017년 시엔엔( CNN)의 간판 앵커인 ‘앤더슨 쿠퍼’ 와의 인터뷰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2016년 대선 패배가 코미 전 연방수사 국장의 이메일 재수사 지시 때문이었다면서 , 코미가 “역사를 영원히 바꿨다고 생각한다” 고 했다 .



미국 대선은 방대한 국가에서 실시되는 매우 복잡하고 큰 선거이지만, 선거인단 제도 때문에 실제로는 경합주의 부동층 밀집 지역인 불과 몇곳에서 승자가 결정되는 매우 ‘좁은’ 선거가 되었다. 올해 선거는 펜실베이니아주의 4~5 곳 선거구에서 몇천표 차이로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물론 사전투표, 조기투표, 우편투표로 이미 많은 유권자가 투표를 했지만 그들은 거의 모두 선거 캠페인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고정 지지층이다. 선거 막판까지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부동층 유권자를 겨냥한 캠페인은 운동원이 직접 동네를 뛰어다니는 방식 외엔 없다. 트럼프도 4년 전 여기에 소홀해서 패배했고, 8년 전 힐러리도 이런 방식을 무시하다가 다 이긴 듯했던 선거에서 패자가 되었다.



미국 대선 승자는 누구인가? 선거는 열어봐야 안다 .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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