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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선거와 투표

어색한 표현·맞춤법 사라졌다…진화한 러시아의 美선거 개입 공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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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석조의 외설(ExTalk)]

러시아는 트럼프, 이란은 해리스 당선 원해

특정 경합주·인종 이슈 맞춤형 공작·한국 선거도 위험

선거도 ‘안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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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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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중앙정보국과 연방수사국이 외세의 선거 개입 정황을 공개하며 유권자에게 속지말 것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미 정보 당국은 미국의 선거에 개입하는 주요 세력은 러시아, 이란, 그리고 중국이라고 세 나라의 이름을 공개 지목했습니다.

이들 나라가 자유 민주주의 국가의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 한다는 건 지난 2016년 미 대선 때도 미 정보 수사 당국의 조사로 드러나 논란이 됐습니다.

불법 선거 개입을 시도하는 나라의 특징은 자유 선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러시아는 푸틴이 장기 집권 중이고, 중국도 기본적으로 공산당의 일당 독주 체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진핑이 지금 3연임 중이며 4연임도 떼놓은 당상인 상태입니다.

이란은 대통령 선거가 매번 치러져 대통령을 뽑지만, 이 대통령의 위에 최고지도자가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이 미국의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는 크게 두 가지라고 합니다. 첫째는 자신들에 유리한 미 대통령이 뽑히도록 하는 것이고, 둘째는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불신을 키워 사회의 혼란과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러시아, 이란, 중국의 선거 공작 활동을 보면 특정 후보를 비방하거나 그 후보의 경쟁자를 띄우기도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투표용지가 찢어져 있었다거나 어느 후보 측이 선관위 아무개로부터 뒷돈을 줬다든가 하는 선거 과정과 절차에 대한 불신을 키우는 루머나 조작 영상을 퍼트린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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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민주당 대선 후보 카말라 해리스가 3일(현지 시각) 미국 미시간주 미시간 주립대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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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 절차와 개표 과정, 그리고 결과에 대한 투명성이 유권자 사이에서 의심된다면 사회 혼란은 커질 것이고 선출된 권력의 정책 추진력 또한 제힘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러시아 등은 미국 정치와 사회가 망가지길 바랄 것입니다.

CIA는 러시아 등의 선거 공작 수법이 갈수록 정교해지고 교묘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2016년 대선 때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특정 후보 비방 글을 보면 영어 스펠링도 틀리고, 문맥상 뜬금없는 문장도 수두룩해서 조악한 수준이었다고 합니다. 봐도 쉽게 공감이 되지 않고 영향도 많지 받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페이스북이나 미국 정치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과 밈 이미지 등을 보면 과거와 같은 조악함을 찾아볼 수 없고 한층 진화한 모습이라고 합니다.

어색한 표현이나 맥락에서 벗어난 말은 거의 없고, 오히려 특정 경합주에서 가장 핫한 이슈에 맞춰 특정 인종이나 종교 신자에 대한 증오심을 증폭시키는 글을 적절하게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 많이 사는 아이티 이민자들을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글을 올리고 이들에 대해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들의 허위 인터뷰를 소셜미디어(SNS)에 올리는 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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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가 3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아트리움 헬스 원형극장에서 열린 유세에서 무대에 오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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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수사국(FBI)은 지난 1일 소셜미디어에 아이티 사람들이 불법 투표를 했고,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민주당 대선 후보) 부부가 한 인기 스타로부터 50만 달러의 뇌물을 받았다는 주장의 조작 동영상이 유포됐다고 밝혔습니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대체로 러시아는 트럼프의 당선에, 이란은 해리스 당선에 유리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러시아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 휴전돼 결과적으로 침략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의 판정승이 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트럼프가 될 경우 지금 바이든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이 대폭 줄어들거나 중단될 수 있다고도 예상합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병력난, 경제난, 국제 여론 악화 등 어려움을 겪는 러시아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을 학수고대할 것입니다. 물론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러시아의 바람대로 트럼프가 행동에 옮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오히려 트럼프가 막상 당선되면 선거 기간 때 했던 말과 결이 다른 정책을 펴며 러시아가 더 궁지에 몰릴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의 특징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인 만큼 그의 정책도 어떻게 뻗어나갈지 예단할 수 없습니다.

이란 입장에선 트럼프의 당선은 재앙에 가까울 것입니다. 트럼프는 이란의 핵개발에 아주 강경합니다. 이란은 트럼프의 대척점에 있는 오바마 행정부 때 핵협상을 벌여 핵개발을 10년간 동결하는 조건으로 제재 해제라는 큰 수확을 얻었습니다.

그러다 2016년 트럼프 당선으로 그 계약은 파기됐고, 바이든 행정부 때도 좀처럼 그 계약을 다시 살리지 못했습니다. 이로 인해 경제난이 더 심해졌습니다. 때문에 이란은 지금 어떻게든 미국에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 제재를 다시 풀 기회를 갖고 싶어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이란의 계획대로 되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해리스가 대통령이 될 경우 이란에 강경한 네타냐후 총리의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무력 공격을 계속 이어나가며 제재 해제가 이뤄질 분위기 자체가 조성되지 못하도록 보이콧할 수도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미 정보 기관 조사에 의하면 중국은 해리스. 트럼프 둘 중에 특별히 누가 되길 바란다는 선호는 없다(no preferred outcome)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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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IA 로고.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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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정보기관과 온라인 통제 수단을 가진 미국의 대선에도 노골적인 선거 개입 공작이 시도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특정주, 특정 인종, 특정 종교, 특정 이슈를 고려한 맞춤형 가짜 뉴스로 유권자의 표심을 흔들고 선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려 한다”고 했습니다.

미국에도 이럴진대 냉전 때는 물론 신냉전 시대라는 오늘날에도 양 진영의 첨예한 충돌 열점에 있는 한국은 선거판은 어떨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 서울시장 등을 뽑는 지방선거까지 4년 단위로, 5년 단위로 쉴새 없이 돌아가는 선거판에 영향을 미치려는 외세는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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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미국은 의회가 상원과 하원으로 나누어져 있고, 총 100명인 상원도 선거 한 번에 100명을 다 바꾸지 않고 2년 주기로 3분의 1씩 총 3차례에 걸쳐 나눠 뽑습니다. 특정 시기, 특정 이슈에 의해 입법부가 오염되고 농락되는 것을 방지하는 시스템입니다.

한국도 선거 때마다 외세의 댓글 공작 등을 통해 선거 개입을 2중, 3중으로 막고 적발한 사건을 즉각적으로 공개해 유권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선거기간 신문과 방송 매체를 두루 보니 미 정보 수사기관은 러시아·중국의 선거 개입 시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정리해 공개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폭스뉴스 등 거의 모든 매체가 빼놓지 않고 대대적으로 보도하며 유권자에게 무엇이 허위 정보인지 발 빠르게 알리고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를 줬습니다.

재난 보도를 하듯 외세의 선거 개입 사건을 유권자에게 신속히 알린 것입니다. 선거를 선거답게 치르도록 하는 것도 안보입니다.

◇해리스 유세 현장에 ‘김정은’ 출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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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9일(현지 시각)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에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 유세 직전 김정은 흉내를 낸 인물이 등장했다. /노석조 기자·조지타운대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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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인 해리스 부통령이 지난달 29일 백악관 바로 뒤편 일립스(The Ellipse) 공원에서 연설을 했습니다. 연설은 늦은 밤에 했지만, 오후 3시부터 주변은 지지자들과 취재진 등으로 가득 찼는데요. 저도 일찌감치 현장을 찾아 유세 분위기를 살피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세장에 입장하기 위해 4시간 넘게 꼬박 줄을 섰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김정은 꼴을 한 남성이 손을 흔들며 나타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불쑥 화가 났습니다. 이 자가 나타났을 때의 현장 분위기와 저의 단상을 짧은 글로 정리했습니다. 뉴스사이트에 올리기에는 글에 거친 표현이 많아 레터에 담았습니다. 급하게나마 동영상도 찍었습니다. 구독자님들 이메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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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D.C.=노석조 기자·조지타운대 방문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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