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유세프 하마쉬 팔레스타인 영상기자가 서울 한 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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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언론인의 가자 방문을 막는 것은 (진실의) 목격자, 증인이 돼야 하는 저널리즘의 주요 원칙과 모순된다.”
“우리가 침묵하면 사람들이 죽는다.”
3일 밤 서울의 한 호텔에서 한겨레와 만난 팔레스타인인 영상기자 유세프 함마쉬(32)와 살라 알 하우(31)는 이렇게 말했다. 기자 경력 10~12년인 이들은 지난해 10월7일 가자 전쟁이 시작된 뒤 그 지역에서 활동한 프리랜서 기자들로, 최근까지 각국 언론사에 촬영한 영상을 보내 가자의 참담한 실상을 알렸다. 북부 자발리야 난민촌 출신인 이들은 지난 4월 가자지구 봉쇄가 잠시 풀렸을 때 피신했다가 해외에 머물렀고, 제4회 힌츠페터국제보도상 수상자로 초대돼 3일 한국에 왔다. 한국영상기자협회와 5.18기념재단은 5·18 민주화운동을 취재해 세계에 참상을 고발한 독일 기자였던 위르겐 힌츠페터를 기려 2021년부터 매년 이 상을 수여하고 있다. 광주광역시가 후원한다.
가자 전쟁 초기 3일을 취재한 영상보도로 ‘뉴스상’을 받은 유세프는 전쟁 초기만 해도 헬멧을 쓰고 현장을 다니며 촬영을 하는 것이 허용됐지만, 점차 언론인을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공격이 잦아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는 수차례의 전쟁을 겪었고,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경험에 기인해 (전쟁에) 반응한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달랐다”며 “수십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졌다. 안타깝게도 지금 가자에서는 언론인, 구급대원, 의료진 누구에게도 보호받을 권리가 없다”고 말했다.
3일 살라 알 하우 팔레스타인 영상기자가 서울 한 호텔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나준영 한국영상기자협회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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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의 시선으로 바라본 전쟁, 가족을 두고 구조 현장을 누비는 응급구조대원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물(각 25분)로 대상인 ‘기로에 선 세계상’을 동료들과 함께 공동수상하게 된 살라는 “이스라엘은 가자 사람들을 다 없애려 한다”는 생각을 한다고 했다. 그는 “조카가 이스라엘군이 쏜 총에 다리를 맞았고, 의사인 사촌은 주민들에게 물을 달라고 이스라엘군에게 요청했다가 살해됐다”며 가자를 떠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13개월 동안 전쟁을 견디고 있는 가자 주민들은 항상 “전쟁이 언제 끝나냐, 전쟁을 왜 멈추지 못하냐”고 묻지만 “팔레스타인 국적의 언론인이 이스라엘의 공격 표적”이 된다며 언론인을 피한다고도 했다. 살라는 “가자 주민들은 외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들만 만나도 전쟁을 멈춰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심신이 지쳐있다. 언론인 곁에 있으면 공격받을 위험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세프도 가자 남단 라파흐에서 집을 빌리려 했다가 주인이 ‘프레스’ 조끼를 입은 자신을 보고 막아섰던 일화를 전했다.
이들은 가자를 기록하는 ‘목격자’인 언론인이 줄어드는 현실을 우려했다. 올해 대상 공동 수상자인 마르완 알 사와프는 이스라엘군 미사일을 맞아 지난해 12월1일 숨졌다. 유세프는 “이스라엘이 기자들의 정보를 갖고 있고 이들을 찾아내 죽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자 전쟁 초기 소셜미디어에 취재한 내용을 올린 뒤 나도 전화번호를 5차례나 바꿨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가자 전쟁이 시작된 뒤 지난 1일까지 가자지구와 요르단 서안지구, 이스라엘, 레바논에서 최소 134명의 언론인과 미디어 종사자가 사망했다고 밝혔다. 1992년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많은 수다.
이들이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취재를 이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세프는 “우리는 침묵 속에서 죽고 싶지 않다. 누구 때문에 전쟁이 일어났는지, 여기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기록하는 것이 언론인으로서의 의무와 책임”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찍은 영상은 힌츠펜터국제보도상 누리집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hinzpeterawards.com/hs/winners/winners_2024_kor.do)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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