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도 이상 없다
시장 예상을 뒤집고 테슬라가 3분기 깜짝 실적을 기록했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으로 산업이 부진한 상황에서 일궈낸 성과다. 이에 주가도 반응했다. 실적 발표 직후 주가가 치솟으며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내년에도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아직까지 투자 비중을 확대하기에는 부담이 따른다는 분석이다. 새로 출범하는 미국 행정부의 정책 방향성과 미래 사업의 구체화 여부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에너지·서비스 사업 성장세
사이버트럭 분기 흑자전환
테슬라는 지난 10월 23일(현지 시간)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 오른 251억8000만달러, 영업이익은 54% 증가한 27억1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10.8%로 3.2%포인트 올랐다. 순이익은 21억6700만달러로 17% 늘었고, 주당순이익(EPS)은 0.72달러로 9% 증가했다. 매출은 시장 전망치를 1%가량 밑돌았지만, 영업이익·영업이익률·EPS 모두 예상치를 웃돌았다. 특히 EPS는 시장 전망치(0.58달러)보다 무려 20% 이상 높은 것으로 발표됐다.
자동차 외 사업 부문 성장이 두드러진다. 에너지 발전·저장 부문 매출은 1년 전보다 52% 증가한 23억7600만달러, 서비스·기타 부문 매출은 29% 늘어난 27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자동차 부문 매출은 200억1600만달러로 같은 기간 2% 증가했다. 자동차 부문에서는 차량 판매량에 투자자 관심이 쏠린다. 테슬라의 3분기 글로벌 차량 판매량은 약 46만3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늘었다. 특히 사이버트럭이 판매 호조를 보였다. 파격적인 디자인과 10만달러 수준의 비싼 가격으로 그동안 인기를 끌지 못한 사이버트럭 판매가 분기 기준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선 것. 미국 시장조사업체 켈리블루북에 따르면, 사이버트럭은 3분기 미국에서만 1만6692대 판매됐다. 이는 올 상반기 판매량(1만1600대)을 앞질렀다.
낮아진 매출원가도 실적 개선에 한몫했다. 탄소배출권 규제 크레디트 판매 호조와 차량 생산 비용 절감에 따라 매출원가가 내려간 것으로 풀이된다. 테슬라는 3분기 탄소배출권 규제 크레디트 판매로 7억39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분기 수입이다. 여기에 생산비용 절감까지 더해지며 3분기 테슬라의 차량 매출원가는 대당 최대 3만5100달러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당초 3분기 기대치가 높지 않았던 테슬라가 깜짝 실적을 발표하자 주가도 즉각 반응했다. 실적 발표 다음 날 주가가 무려 22% 급등했다. 하루 새 주가가 24% 올랐던 2013년 5월 9일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폭의 상승이다. 이번 실적 발표 전까지 마이너스(-)였던 연중 수익률도 5%로 상승 전환했다.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1300억달러 이상 불어났다. 이후 주가 상승세가 이어지며 10월 28일(현지 시간) 장중 273달러를 찍어 신고가를 경신했다.
월가에서도 테슬라의 3분기 실적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탄소배출권 규제 크레디트를 제외한 자동차 매출총이익이 예상보다 높았고 사이버트럭 인도량 증가, 차량당 비용 절감 등이 두드러진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255달러에서 265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도 마진이 예상보다 높았다며 목표주가를 230달러에서 250달러로 높여 잡았다. 미국 증권사 파이퍼샌들러는 목표주가를 315달러까지 올렸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테슬라 목표주가를 300달러로 제시하며 “엄청난 마진과 강력한 2025년 인도 전망을 발표해 투자자에게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선사했다”고 평가했다.
당분간 자동차 외 사업 부문 성장세에 힘입어 테슬라의 실적 호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자동차 부문 수익성이 회복되는 가운데, 에너지·서비스 부문 수익 기여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매출총이익 기준 자동차 외 사업 부문의 수익 기여도는 2022년 4분기 9%에서 지난해 4분기 10%로 높아졌으며, 올 3분기에는 19%까지 상승했다. 이 같은 기조는 4분기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는 신차 출시와 원가 절감 공법 도입, 에너지 부문 생산설비 확충 등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내년 실적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친다. 머스크는 실적 발표 직후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에는 더 낮은 가격의 차량과 자율주행차 덕분에 20~30%의 성장이 있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올해 인도량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 머물겠지만, 내년에는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함께 완전자율주행(FSD) 13버전 출시와 옵티머스 개선 등을 발표했다. 2026년부터 연간 200만대 사이버택시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진입 부담스러운 주가
FSD·로보틱스 수익화 중요
다만 테슬라 주가 전망이 마냥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아직까지 여러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장 전기차 시장은 배터리 효율성을 향상하고 충전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기차 캐즘이 이어지며 중기적 관점에서 시장은 여전히 과도기적 구간에 머물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전기차를 본격 생산하는 시점을 계속해서 미루는 중이다. 미국 새 정부의 정책 방향도 지켜봐야 한다.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주에서 FSD 관련 규제 승인 여부가 중요하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한 피해가 테슬라와 중국의 관계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전기차가 확산되면 테슬라 시장점유율은 축소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테슬라 주가를 움직이는 요인은 다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테슬라 자동차 판매량과 미래 사업에 대한 기대감에 의해 주가가 움직였다. 앞으로는 미래 사업 수익화 여부가 주가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FSD 등 테슬라의 미래 가치는 아직까지 실적에 기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결국 FSD라는 소프트웨어를 판매할 수 있는 자율주행 기업으로 도약해야 지금보다 한 단계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전망이다. 테슬라를 단순히 전기차 판매 기업으로 평가한다면 현재 기업가치는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테슬라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87배로 S&P500 평균인 22배를 크게 웃돈다.
투자자는 테슬라가 추진 중인 미래 사업의 진행 과정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FSD 수익화 측면에서는 향후 중국과 유럽에서 FSD 소프트웨어 판매 승인 여부가 중요하다. 승인 후 관련 매출 규모도 살펴봐야 한다. 그 외 테슬라의 로보택시 사업 로드맵과 전기차 원가 절감 공법의 도입 속도, 에너지저장장치(ESS) 부문 출하량, 휴머노이드 부문 양산 시기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최근 수요 부진으로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투자가 축소됐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전기차 경쟁력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다. 다만 테슬라를 단순한 전기차 판매 기업으로 평가하면 현재 주가는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구간이다. 소프트웨어업체로 평가받을 수 있다면 성장성은 유효하다. 소프트웨어를 비롯해 테슬라가 추진 중인 미래 사업은 마진율이 높기 때문이다. 미래 사업에 대한 구체화 여부가 확인되는 시점에 테슬라의 기업가치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문지민 기자 moon.jimi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3호 (2024.11.06~2024.11.1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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