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 468명 설문조사, 고시 반영 학칙 분석 등 반영
10명 중 7명 "문제 상황서 학생 분리 조치 못 해" 응답
아동학대 신고 우려 큰 탓... "법률로 명확히 규정을"
이주호(가운데)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7월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서 열린 교육부-현장 교원(인디스쿨)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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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교권 보호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생활지도고시)를 시행 중인 가운데, 일선 교사들이 수업 현장에서 고시가 얼마나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고서를 펴냈다. 고시 제정으로 도입된 핵심 조치인 '문제학생 분리'와 관련해 교사 10명 중 7명은 조치가 필요한 상황인데도 이행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학생·학부모와의 관계 악화, 민원 제기나 아동학대 신고 우려를 무릅쓰고 선뜻 분리 조치를 내리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교사 8명이 참여한 연구진은 지난달 펴낸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이 같은 분석을 내놨다. 초등교사 커뮤니티 '인디스쿨'의 학생문제행동연구회 소속인 이들은 올해 7월 2~19일 교원 468명 설문조사, 고시가 반영된 학교 학칙 수집·분석 등을 바탕으로 보고서를 발간했다.
생활지도고시는 지난해 7월 서이초 교사 순직 사건을 계기로 교단 전반에 번진 교권회복 운동의 결과물이다. 교육부가 그해 8월 말에 확정해 바로 다음 날부터 현장에 적용했는데, 교사에게 △수업방해 학생 분리 조치 △휴대전화 등 학생 소지품 분리 보관 △위급 상황에서 학생 행위 물리적 제지 등의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다.
연구진은 그러나 고시가 현장에 연착륙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설문조사에서 '고시를 반영한 학칙 개정 뒤 교육적 효과를 체감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 교원 78.6%가 '아니다'라고 응답, '체감했다'(21.4%)고 대답한 이보다 4배가량 많았다.
보고서는 특히 학생 분리 조치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연구진이 '지속적으로 교육활동을 방해해 다른 학생 학습권 보호가 필요한 때'를 상정하고 설문 대상자들에게 '문제학생 분리 조치를 실시한 적 있느냐'고 묻자 73.5%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26.5%)는 응답자의 3배에 가까웠다.
분리 조치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아동학대 신고 걱정(64.2%) △학부모 민원 등 관계 악화 우려(64.0%)를 가장 많이 들었고 △학부모 통지와 내부 결재 등 후속조치 부담(48.3%) △학생과의 관계 악화 우려(30.2%)를 꼽은 교사도 상당수였다.
교사들은 제도적 미비점도 적극 조치를 꺼리게 되는 이유로 들었다. '학생이나 학부모의 분리 조치 거부 시 대응할 세부적 방법이 없다'(71.2%)는 것이다. 학교 관리자의 방관적 자세도 문제였다. '고시 제정 뒤 관리자가 생활지도(분리 조치, 분리된 학생 지도, 학부모 통지 및 상담 등)에 주체적으로 참여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는 답변은 36.5%에 그쳤다.
연구진은 "더욱 구체적이고 확실한 (생활지도의) 법적 근거 마련 없이 현재 고시로는 실효성을 확보할 수 없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분리 조치가 법률에 보다 명확히 규정돼야 아동학대 신고 등 교사 우려가 해소될 거라 주장했다.
교육당국에는 "고시 배포에 그쳐서는 안 되며 고시 내용이 교내 민주적 절차를 거쳐 학칙에 반영됐는지, 학교에서 제대로 활용되는지를 확인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이 "분리 주체나 주체를 학칙으로 정할 게 아니라 교육당국이 정해야 한다" "관리자 책임을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며 정부 역할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분리 조치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보완도 요청했다. 연구진은 "학부모에 (문제학생) 인계 뒤 가정학습을 하도록 고시에 명시됐지만 강제하기 어렵다"며 "분리 조치로 끝낼 게 아니라 학생은 전문기관에서 상담받고 학부모는 의무 교육을 듣게 해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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