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좌)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두 사람은 현지 시간 5일 대선을 앞두고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공통적으로 남부 선벨트에 포함된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 그리고 북부 러스트벨트에 속하는 미시간에서의 유세에 큰 비중을 둔 동선을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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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경합주 중 가장 많은 19명의 선거인단이 걸린 펜실베이니아 외에 이들 3곳에서 전력투구를 한다는 것은 이들 3개 주(州)의 앞자를 딴 ‘노·조·미’가 이번 대선의 승부를 결정할 또다른 핵심 변수라고 후보 스스로 인식해 막판 전략을 세웠다는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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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세’ 아니었나?…트럼프 3일 내내 노스캐롤라이나
트럼프가 공개한 선거 전 마지막 3일의 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3일 내내 노스캐롤라이나 유세가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퍼스트 호라이즌 콜로세움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이날 트럼프는 중간에 버지니아 유세를 앞뒤로 노스캐롤라이나에 두차례 방문해 대규모 유세를 펼쳤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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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2일 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로 이어지는 이례적 동선을 보였다. 3일에도 펜실베이니아에서 시작된 유세가 다시 남쪽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로 이어졌다. 마지막 4일엔 노스캐롤라이나·펜실베이니아에 이어 미시간에서 유세를 마무리한다.
노스캐롤라이나는 7개 경합주 중 트럼프가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평가됐던 곳이다. 의회 전문지 ‘더힐’은 최근 이곳을 경합주에서 트럼프 우세지역으로 재분류하기도 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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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전력 1/3 선벨트 ‘노·조’ 투입 이유는?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2일(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해리스는 선거를 3일 앞둔 이날 상대적으로 트럼프에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 '올인'하는 유세 일정을 짰다. 로이터=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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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의 마지막 3일 일정은 노스캐롤라이나·조지아(2일)→미시간(3일)→펜실베이니아(4일)로 이어진다. 특히 마지막 공력의 3분의 1을 남부 ‘노·조’에 투입했다는 것은 해리스가 이곳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이들 2곳에서의 승부는 펜실베이니아 못지 않은 파괴력을 가질 수 있다.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는 각각 16명의 선거인단이 배정돼 있다. 해리스의 입장에선 만약 이들 2곳을 석권할 경우 펜실베이니아(19명)를 트럼프에게 내주더라도 당선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이들 2곳은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히는 흑인 인구 비중이 가장 높다. 상대적으로 이 지역을 ‘굳은자’로 여겨왔던 트럼프가 막판 표단속에 나선 배경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김영옥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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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강세였는데…변수 된 미시간 표심
반대로 해리스의 마지막 동선에서 두드러지는 또다른 변수는 선거 이틀을 앞둔 3일 하루 일정을 몽땅 투입해 미시간(15명)에서만 3차례에 걸친 유세전을 펼쳤다는 점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3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이스트랜싱의 미시간 주립대에서 열린 유세장에 입장하고 있다. 해리스는 이날 하루종일 미시간에서만 3차례의 대형 유세를 이어갔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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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속하는 미시간은 펜실베이니아(19명)·위스콘신(10명) 등 북부 경합주 3곳 중 해리스에 대한 지지세가 가장 강하다고 평가돼 왔다. 이미 선거인단 226명을 확보했다고 평가되는 해리스는 이들 3곳을 석권해 과반인 270명에 필요한 44명의 선거인단을 추가하는 방안을 가장 유력한 당선 시나리오로 추진해왔다.
그런데 한시가 바쁜 해리스가 마지막 3일 중 하루를 어차피 승리할 ‘텃밭’에 투자했다는 건 상식적이지 않다. 오히려 미시간 여론이 해리스에게 녹록지 않게 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석하는 게 보다 자연스럽다.
실제 이날 NYT의 여론조사에서 미시간(47%)의 지지율은 펜실베이니아(48%)와 함께 해리스와 트럼프가 동률을 이룬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해리스가 미시간에서 패한다면 러스트벨트 석권을 통한 당선 시나리오가 무너진다. 특히 미시간뿐 아니라 펜실베이니아에서도 트럼프에게 진다면 남부 ‘노·조’를 동시에 석권해야 하는 부담스러운 ‘플랜B’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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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판단한 북부 ‘약한 고리’도 미시간
트럼프 측도 미시간을 해리스의 ‘약한 고리’로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의 선거 전 마지막 유세지가 바로 미시간이기 때문이다. 1년에 걸친 대선 레이스의 마지막을 미시간에서 마무리한다는 것 자체가 트럼프가 미시간을 이번 대선의 핵심 승부처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워런의 맥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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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트럼프에게 미시간은 승리가 절실한 곳이다. 만약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에서 패할 경우, 위스콘신 또는 미시간 등 나머지 북부 경합주 두곳 중 한곳 이상에서 이기지 못하면 해리스의 과반 선거인단 확보를 막을 수 없다.
NYT의 여론조사에서 미시간은 동률이었지만, 위스콘신에선 49% 대 47%로 해리스가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미시간엔 20만명의 아랍계 유권자가 거주한다. 이들은 해리스가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이스라엘을 압박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
현재 21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되는 트럼프가 만약 미시간 승리를 통해 해리스의 러스트벨트 석권을 막을 수 있다면, 최대 승부처 펜실베이니아를 내주더라도 노스캐롤라이나(16명), 조지아(16명), 애리조나(11명), 미시간(15명)에 배정된 선거인단 58명을 추가해 과반 돌파에 필요한 51명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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