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구 마곡동 귀뚜라미 냉난방 기술연구소.(귀뚜라미홀딩스 제공) 2024.4.11/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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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시온 기자 = 보일러 업계 양대 산맥인 경동나비엔(009450)과 귀뚜라미가 '특허권'을 둘러싸고 충돌하고 있다. 법원이 경동나비엔의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귀뚜라미가 더이상 해당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경동나비엔은 법원이 경동나비엔의 기술적 독창성을 인정했다는 입장이지만 귀뚜라미는 "특허심판원이 관련 특허가 무효라고 결론 내렸으므로 특허 전쟁 승자는 우리"라고 맞서고 있다. 출시 3년이 지난 제품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을 두고도 "의도적인 영업방해"라고 주장하나 경동나비엔은 "파생 제품이 많아서 법적 검토를 거치느라 늦어진 것"이라는 입장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경동나비엔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한 귀뚜라미의 자사 콘덴싱 보일러의 핵심 부품인 열 교환기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됐다. 작년 12월 경동나비엔이 신청을 제기한 지 11개월 만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귀뚜라미가 2021년에 출시한 '거꾸로 에코 콘덴싱' 제품이다. 경동나비엔은 이 기술을 2018년에 최적의 열효율을 내는 구조로 개발했는데, 귀뚜라미 측이 베꼈다고 주장했다. 열 교환기는 내부의 열을 흡수해 난방수를 데우는 핵심 부품이다.

반면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의 해당 특허가 이미 업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거나 귀뚜라미가 먼저 사용하던 기술이라고 주장한다. 경동나비엔의 관련 특허 4건은 2018년과 2019년에 출원됐는데 이미 귀뚜라미가 2013년 국책사업에서 자체 개발한 열교환기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허무효 심판 결과 두고…귀뚜라미 "무효" vs 경동 "존속"

경동나비엔과 귀뚜라미는 지난 9월에 나온 특허심판원 심판 결과를 두고도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의 가처분 신청 이후 올해 2월 특허심판원에 경동나비엔 열교환기 특허무효 심판을 제기했다. 경동나비엔이 문제 삼은 특허 자체가 무효라는 것이다.

특허심판원은 4건의 특허 중 2건은 "특허가 무효하다"고 결론 내렸고 1건은 무효가 아니라고 봤다. 나머지 1건은 일부만 무효라고 봤다.

귀뚜라미는 특허심판원이 경동나비엔의 특허가 특허로서 가치가 없다고 인정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가처분 신청 일부 인용보다 특허심판원의 결정이 더 특허의 본질적 내용을 다루는 본안적 성격이 강하다"면서 "특허 전쟁에서 승리한 건 오히려 귀뚜라미"라고 했다.

경동나비엔은 핵심 특허는 존속하고 있기 때문에 침해 사실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고 본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4개의 특허 중에 하나라도 살아있으면 특허 침해 사실은 그대로 존재하는 것이고, 무효가 아니라는 1개의 특허도 핵심 특허다"라면서 "양사가 특허심판원 결정에 대해서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했고 법원이 종합적으로 검토해 우리 손을 들어준 것"이라고 했다.

귀뚜라미 "성수기 노려 의도적 영업방해"…경동 "법적 검토 시간 걸려"

제품이 출시된 지 2년이 지나서야 본안 소송이 아닌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을 두고도 양측의 입장이 엇갈린다.

귀뚜라미는 경동나비엔이 의도적으로 영업방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특허를 정말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려면 손해배상 소송 등 본안 소송을 걸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보일러 업계의 성수기인 11~12월에 의도적으로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은 영업방해 의도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경동나비엔은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더 이상의 피해를 막으려고 가처분 신청을 했다는 입장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특허 침해로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일단 생산과 판매라도 멈추도록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라며 "파생 모델이 많아서 어느 범위까지 가처분 신청이 가능한지 법적 검토를 하느라 출시 2년이 지나서 신청한 것"이라고 했다.

일단 현재로선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한 만큼 귀뚜라미의 해당 제품은 판결문이 송달되는 대로 생산과 판매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거꾸로 에코 콘덴싱 L11 가스보일러'와 파생 모델이 대상이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소비자가 체감하는 보일러의 열효율은 법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을 보장하게 돼 있어 대체재가 많다"며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zionwk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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