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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수출길 가로막는 보툴리눔 톡신 규제”…7일 논의 테이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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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부, 7일 보툴리눔 균주 및 생산 기술 관련 안건 논의 예정

국가핵심기술 지정 두고 “깜깜이 행정” 업계 속앓이

산자부 “업계 지속 반대하고 시장 규모도 커져…재검토할 것”

쿠키뉴스

산업통상자원부. 쿠키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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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툴리눔 톡신 생산 기술과 균주를 국가핵심기술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논의 테이블에 오른다. 그간 국가핵심기술로 묶여 톡신 수출에 고충을 겪던 제약사들은 논의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7일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독소 제제 생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에서 제외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 10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A의원은 산자부에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관련 자료와 서면질의를 요청한 바 있다. A의원실이 받은 1·2차 서면질의 답변에 따르면 산자부는 “균주 자체를 핵심기술로 지정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업체 의견이 있고, 국내 기업의 시장 진출도 확대되는 추세”라며 “업체들의 의견, 경제적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국가핵심기술 포함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핵심기술은 ‘산업 기술 유출 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에 따라 정부가 지정한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 유출 시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필수 기술을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 관련 지정은 국가 핵심 기술력을 강화하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2010년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삼았다. 이어 2016년 11월 추가 고시를 통해 톡신 균주까지 포함시켰다.

미국에 등록된 균주만 2000여개…“보툴리눔, 전 세계 상용화된 기술”

산자부는 보툴리눔 균주를 국가핵심기술로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보툴리눔 균주 중 상업화할 수 있는 균주는 극소수라서 보호 가치가 있다”라며 “전문가들에 의하면 보툴리눔 균주를 상업화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프랑스, 독일, 한국 등 소수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이어 “지속적인 실험, 연구 및 배양, 정제, 유전자 변형 등을 통해 상업적 생산에 최적화된 균주를 창출한 것이기 때문에 보호 가치가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생산 기술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돼 있는 기술로 알려진다. 현재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가 운영하는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 ‘진 뱅크’(geneback)에 등록된 균주는 2000여개로, 수많은 업체와 기관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보유, 연구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보고에 의하면 국내에 등록된 균주만 해도 약 25개 공공·교육·민간 기관에서 약 200개가량을 신고해 놓은 것으로 파악된다.

생산 기술도 지난 1950년부터 수십년 간에 걸쳐 문헌이나 특허로 공개돼 왔다. 엘러간의 제조공정특허(2006년, 2017년)에 따르면 보툴리눔 균주 생산 기술의 메인 공정인 산츠 공정은 특허로 출원된 적 없는 범용화된 기술로, 대학원생도 따라할 수 있는 기술이다. 석사 이상의 연구원이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전 세계 10개국, 29개 이상의 기업에서 보툴리눔 톡신 생산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 A씨는 “이란, 러시아, 인디아, 중국 같은 선진국 아닌 국가들도 톡신 제제 의약품을 자국 내 제약회사가 개발해 시판하고 있다”며 “톡신 생산 기술은 누구나 손쉽게 만들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산자부는 구체적 사실관계 확인 없이 단순히 전문가들의 의견이라고 하면서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잘못된 결론을 내리고 있다”며 “이미 국내외에 널리 퍼져 유무상으로 주고받는 균주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확인하려고 하거나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다”라고 말했다.

또한 보툴리눔 균주는 자연에서 추출한 그대로 활용하는 만큼 산자부가 설명한 ‘유전자 변형’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업계 관계자 B씨는 “전 세계적으로 그 어떤 기업도 자연에서 발견된 보툴리눔 균의 유전자를 변형해 새로운 균주를 창출하고 보툴리눔 독소 생산에 사용하지 않는다”며 “기업이 사용하는 모든 균주는 야생형(wild type)이며, 이는 어떤 유전자 조작도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균이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배양, 정제 등의 실험연구는 이미 구축된 균주에서 독소 원액을 생산할 때 하는 것이므로, 새로운 균주를 창출하는 것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 “이는 보툴리눔 독소뿐만 아니라 모든 바이오 제품이라면 응당 거쳐야 하는 공정 최적화 연구일 뿐이다”라고 피력했다.

“수출 다변화에 대응 어려워…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돼야”

약 3년 전부터 보툴리눔 톡신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요구해 온 업계는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는 현 상황에 대해 의구심을 던지기도 했다. 국가핵심기술은 자국 산업이 기술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에 따른 혜택을 일정기간 충분히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보호해 주는 취지를 갖는데, 실제로는 일부 기득권 기업이 혜택을 누리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세계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미국 기업 애브비가 79~80%, 프랑스 기업 머츠가 7~8%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기업은 3% 정도의 점유율을 갖는다.

업계 관계자 C씨는 “다수 업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시를 유지하고 있는 전문위원회의 전문성과 중립성이 의심된다”며 “선발 개발업체의 시장 독점적 지위 강화를 공고히 하려는 의도가 아닌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다른 국가핵심기술 고시와 달리 보툴리눔 균주를 포함할 당시에만 업계 의견수렴 절차가 없었다. 그야말로 깜깜이 행정”이라며 “선정 과정에서 명확한 기준이나 절차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A의원실의 서면질의에서 ‘보툴리눔 균주가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는 과정에서 공식적인 의견청취를 했는가’라는 물음에 산자부는 “업체 의견을 청취했다는 내부 공문이 존재하나, 구체적인 의견에 대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또 “법률 자문을 받은 내용도 없다”며 “전문위원회, 산업기술보호위원회 등으로부터 기술적 검토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국산 보툴리눔 톡신 기술을 발전시키려면 국가핵심기술 해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업계 관계자 C씨는 “70~80%에 이르는 대다수 업체는 국가핵심기술 지정으로 인해 수출 다변화에 어려움을 겪고 경제적 연결 손실도 커지고 있다”며 “정부는 민생 입법과제로 바이오헬스를 꼽았다. 실질적으로 기업의 경제적 안전판을 제공하고 싶다면 누구를 위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지 적극 고민해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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