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준환 감독이 2021년 열린 제26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2019)의 전 세계적인 성공에도 왜 국내 영화 산업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영화 ‘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은 ‘넷플릭스’를 원인으로 꼽았다.
4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은 주영국 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런던한국영화제(1~13일)를 앞두고 진행한 장 감독과의 인터뷰를 보도했다. 장 감독은 인터뷰에서 한국 영화 시장이 처한 구조적 어려움에 대해 털어놨다. 가디언은 기생충이 비영어권 영화 사상 최초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으면서 한국 영화의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지만, 한국 영화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국내 영화 산업의 번창으로 이어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장 감독은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플랫폼의 등장으로 ‘케이(K)-시네마’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영화들이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공개되는 사례가 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극장 티켓 판매가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장 감독은 한국 영화가 “매우 위태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으며 이는 한국 관객들이 갈수록 극장에 가지 않고 스트리밍 플랫폼에 영화가 공개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 감독은 “한국 영화가 세계 관객들에게 폭넓게 소개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길 희망하지만, 한국 영화감독들은 넷플릭스의 출현으로 어렵고 도전적인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관객 수는 급격히 줄었고 투자도 마찬가지로 감소했다. 한국 영화들이 (이전보다) 덜 만들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그는 ‘오징어 게임’과 같은 한국의 콘텐츠들이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한국 콘텐츠 팬들에게 소개됐다는 점은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장 감독은 ‘기생충’이 세계적으로 흥행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기생충’으로 한국 영화를 처음 알게 된 외국 관객들이 많지만, 이런 현상이 폭발적으로 일어났다기보단 ‘점진적인 장기 효과’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1990년대부터 한국 영화와 문화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나타난 결과라는 얘기다.
장 감독은 김기덕·홍상수 감독의 작품과 같은 한국의 저예산, 독립 영화들을 외국 관객들이 더 많이 찾았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전했다.
장 감독은 지난 2003년 개봉한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가 평단의 호평을 받는 동시에 컬트적 인기를 끌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구를 지켜라’는 그리스 출신의 거장 요르고스 란티모스에 의해 리메이크를 앞두고 있다. 영화의 주연은 할리우드 스타 에마 스톤이 맡는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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