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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북-러 결탁 전, 러시아는 윤석열에게 경고했었다 [논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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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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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논썰의 길윤형입니다.

지난달 18일 북한군 대부대가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국가정보원의 발표 이후 많은 시민들이 유럽에서 시작된 ‘전쟁의 불씨’가 한반도에 튀지는 않을지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2022년 2월 말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북한’이라는 매개체를 타고 한반도에 ‘전이’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끔찍한 일이 발생한 것일까요.

분명히 알아야 할 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위 불씨가 저절로 우리에게 옮겨붙은 게 아니란 사실입니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 실책’입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북·중·러를 적대시하는 ‘가치 외교’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그 상징적 조처는 지난해 봄~여름께 155㎜ 포탄 60여만 발을 미국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우회 지원’한 것이었습니다. 이후 러시아는 한국에게 “30여년 동안 유지해온 한반도에 대한 접근법을 바꾸겠다”고 경고합니다. 이후 북-러는 빠르게 외교적 접근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사실만으로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이 현상을 이해하려면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 △지난 3년에 걸친 전쟁의 전개 과정 △70여년 동안 이어진 북-러 관계 △30여년 동안 발전해온 한-러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병사를 보낼 수 있었던 것은 지난 6월19일 두 나라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맺었기 때문입니다. 이 조약 4조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전쟁”을 하게 되면 다른 한쪽은 “자신이 가진 모든 수단으로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4조)고 못박고 있습니다. 이 조약이 체결된 뒤 우크라이나가 지난 8월6일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주에 진격합니다. 그러자 북-러는 앞서 맺은 조약의 4조가 발동할 상황이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파병’이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리면서 북-러 동맹은 명실상부한 ‘혈맹’이 되었습니다.

이제부터가 중요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군 파병 사실이 전해진 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해나갈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하지만 이에 맞서 러시아 역시 북한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재진입 기술 같은 민감한 군사 기술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 러시아에게 줄 수 있는 고통은 일시적·국면적·전술적이지만, 우린 북한이라는 증폭 장치를 통해 영구적·전면적·전략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북-러의 군사협력 정도에 따라 미국이 제공해온 ‘확장억지’(핵우산)가 자칫하면 벗겨질 수도 있습니다. 러시아와 외교를 그르치면 한국은 너무나 뼈아픈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앞으로 러시아와 신중하게 대화하면서 북-러의 군사협력이 우리의 ‘사활적 안보 이익’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기획·출연 길윤형 논설위원 charisma@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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