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열린 쩜오골목축제에서 지난 2일 칠곡할매래퍼그룹 ‘수니와 칠공주’(오른쪽)와 ‘텃밭 왕언니’(왼쪽)의 랩배틀이 펼쳐지고 있다. 칠곡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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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열린 쩜오골목축제에서 지난 2일 칠곡할매래퍼그룹 ‘텃밭 왕언니’가 공연을 펼치고 있다. 칠곡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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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님들 심장 위를 뛰어다녔지, 그 시절 왜관읍내 주름잡았지~.”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지난 2일 열린 쩜오골목축제에서 ‘텃밭 왕언니’의 리더 성추자 할머니(82)가 쉴새 없이 랩을 뱉어냈다. 칠곡군과 지역 골목 상인들이 함께 기획한 ‘쇼미더 할머니 랩 배틀’에서 칠곡할매래퍼그룹으로 유명한 ‘수니와 칠공주’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텃밭 왕언니는 경북 칠곡에서 지난 3월 창단한 신생 할매래퍼그룹이다. 여든이 넘어 랩에 도전장을 낸 할머니 9명으로 구성된 이 그룹의 평균 연령은 82세다.
신생 그룹의 도전을 받은 수니와 칠공주도 즉각 랩으로 응수했다. 리더 박점순 할머니(86)는 “가을 아침 산에 올라가니 도토리도 줍고요, 알밤도 줍고요, 달래도 따고요”라고 랩을 하며 힙합 뮤지션처럼 손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으며 관객들의 호응을 유도했다.
이날 할머니들은 뒤집어쓴 힙합모자와 헐렁한 티셔츠, 커다란 금속 장신구를 한 채 준비한 랩을 선보이며 공연을 펼쳤다. 상대방을 공격하는 힙합문화인 디스(diss)를 프리스타일 랩으로 구사하자 관객들의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에서 열린 쩜오골목축제에서 지난 2일 칠곡할매래퍼그룹 ‘수니와 칠공주’와 ‘텃밭 왕언니’의 랩배틀이 펼쳐지고 있다. 칠곡군 제공 |
수니와칠공주를 응원하는 래퍼 ‘슬리피’와 텃밭 왕언니를 지지하는 ‘제이통’ 등 국내 정상급 래퍼들의 신경전도 불을 뿜었다. 두 그룹을 지도하는 강사도 자존심 싸움을 팽팽하게 펼쳤다.
심사위원은 고심 끝에 수니와 칠공주 손을 들어줬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쇼미더 할머니’라고 적힌 우승 모자를 할머니들에게 씌어줬다.
김 군수는 “무승부를 선언하고 싶었지만 대회이니만큼 심사 결과를 모아 승부를 가렸다”면서 “두 래퍼 그룹의 대결은 많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아름다운 도전이다”고 말했다.
쩜오골목축제에서 할매래퍼들의 랩 배틀이 펼쳐진 것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다. 래퍼 슬리피가 수니와 칠공주 홍보대사를 맡으면서 지난해 전국 최초로 기획됐다.
슬리피는 지난 9월 칠곡할매래퍼를 소개하는 한 방송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할머니들과 인연을 맺었다. 할머니들의 랩 선생을 맡은 그는 할머니들의 인생 이야기가 담긴 랩을 듣고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수니와 칠공주는 평균 연령 85세인 8인조 할매래퍼그룹으로 칠곡군 지천면 신4리에 사는 할머니들로 구성됐다.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뒤늦게 한글을 깨치고 랩에 도전했다.
할머니들은 인생의 애환이 담겨있는 직접 쓴 시로 랩 가사를 만들어 인기를 얻었다. 세계 3대 국제 뉴스 통신사로 꼽히는 로이터(Reuters)와 AP(Associated Press), 중국 관영 중앙TV(CCTV), 일본 공영방송인 NHK 등도 할머니를 취재했다.
수니와 칠공주 멤버 서무석 할머니(87)는 지난달 15일 별세했다. 할머니들은 서 할머니의 장례식장에서 대표곡인 ‘에브리바디해피’를 부르는 등 추모공연을 펼쳤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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