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후속으로 상법 개정 힘 싣기
현실적 어려움 많아 ‘보여주기식’ 비판도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4일 국회에서 예산안 심사방향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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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추진을 공식화하자 당내에서 ‘소탐대실’이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상법 개정을 병행해 금융시장을 선진화하겠다고 했지만 비판적 지지층을 달래려는 보여주기식 방편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민주당내 최대 규모의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는 5일 성명을 내고 “(금투세 폐지 동의로) 당 정책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훼손되고, 자칫 소탐대실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금투세 폐지 동의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면 이 선택에 실망하는 많은 이들을 납득시킬 진정성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에서도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결정에 완전히 동의하기는 힘들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김어준씨의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당의 의사결정 절차와 그 결과에 승복하지만 내용까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정부·여당의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는 것으로 돌아선 이후 후속대책으로 상법 개정안을 꺼내들었다. 상법 개정 카드로 금투세 폐지에 대한 비판을 덮겠다는 의도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에선 금투세 폐지 발표와 함께 ‘개인투자자 보호 및 기업지배구조개선 TF’(태스크포스)를 마련했다”며 조만간 공식 출범식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 TF가 지난 9월23일부터 이미 여섯 차례 정례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는 배경으로 주식시장의 어려운 상황을 거론하고, 상법 개정 등을 통해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이번 TF는 이 대표가 거론한 후속 작업을 구체적으로 이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민주당 정책위원회는 이사의 충실 의무 확대와 독립이사 선임 의무화, 대기업 집중투표제 등을 담은 증시 선진화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요한데, 일단 상법을 소관하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인점을 고려해 이 부분에 보다 힘을 싣는 것으로 분석된다.
향후 2차 여야 대표회담이 열리면 상법 개정안을 의제로 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김민석 최고위원은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여당이 이런 부분(상법 개정)에 있어서의 정책적 협력을 이루는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라며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대통령실을 설득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법 개정의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이 때문에 야권 내 비판 여론을 달랠 ‘보여주기식’ 대책으로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정부·여당에서 법 개정에 대한 확실한 약속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금투세만 폐지하는 것은 국민들이 제1야당에 기대한 모습과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실제 정부·여당은 당장 반대 의견을 재확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금투세 폐지 방침을) 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 “(야당이 제기한 상법 개정은) 최선인지 확신하기 어렵다”고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상법상의 주주 충실 의무는 대단한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며 “사모펀드 등 공격적 헤지펀드에 의한 기업 경영권 침해의 여지도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대신 “자본시장법상 대안이 없는지 상의하겠다”고 했다. 법 개정을 하더라도 국민의힘이 위원장인 정무위원회에서 그 방향성을 통제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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