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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단돈 몇백원 짜리가 꿈의 항암제?”…돈 걱정 많은 암환자에 희소식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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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진, 약물재창출 논문
난소암·대장암에 일부 효과


매일경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항암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가격이 한 알에 몇 백원 수준으로 저렴한 데다, 대량생산도 쉬워서 주목된다. 이 성분은 코로나 팬데믹 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 대응의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며 적극 추천해 논란이 됐던 약물이다.

조 딜레니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4일(현지시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약물 재창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셀 사이클’에 발표했다. 약물 재창출이란 이미 시판 중이거나 임상단계에서 상업화에 실패한 약물을 대상으로 새로운 적응증을 규명해 신약으로 개발하는 방법이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1930년대 개발된 말라리아 치료제다. 류마티스 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 치료에도 쓰인다. 2020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발간한 ‘연구개발(R&D) 블루프린트’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서의 가능성이 언급되며 주목받았다. WHO는 실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감염 억제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와 WHO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주목한 것은 세포 내에서 불필요한 단백질과 세포 구성성분들을 분해하는 자가포식(오토파지) 기능을 저해하는 원리 때문이다.

자가포식은 세포 내 노폐물을 청소하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을 통해 세포는 더 이상 쓸모 없는 단백질이나 세포 내 소기관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재활용한다. 2016년 오스미 요시노리 일본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자가포식을 조절하는 유전자와 그 기능을 밝혀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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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과학자들은 2000년대 중반 자가포식을 차단하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기능에 주목했다. 암 세포 역시 자가포식을 통해 세포 내 노폐물을 청소하며 분열하기에,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통해 이 경로를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그러나 여러 임상시험에서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지 못했다. 암 세포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내성을 갖는 것이 문제였다.

연구팀은 하이드로록시클로로퀸에 암 세포가 내성을 갖는 메커니즘을 밝혔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난소암과 대장암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암 세포의 자가포식 기능을 차단하는 기능은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작용하면 암 세포가 생존을 위한 다른 경로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사와 분열 방식을 변경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영향에서 벗어나 생존했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 경로를 차단하는 약물과 함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사용하면 항암 효과가 커질 것으로 봤다. 연구팀은 “최근의 항암제는 단일 단백질을 표적으로 많이 한다”며 “하이드로클로로퀸은 광범위한 표적을 대상으로 하기에 강력한 항암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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