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해임된 직후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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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정적’이자 온건파인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전격 경질했다.
5일(현지시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저녁 영상성명을 통해 “신뢰가 깨졌다”는 이유로 갈란트 장관에게 해임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방향을 두고 나와 갈란트 장관 사이에 의견이 달랐고, 갈란트 장관은 내각의 결정과 상충되는 발언과 행동을 했다”며 “우리의 적들이 (둘 사이의 불화를) 즐겼고, 이익을 얻었다”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후임 국방장관 자리에 강경파인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을 지명했다.
갈란트 국방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와 같은 집권 리쿠르당 소속이다. 2022년 국방장관에 취임했고,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공격 작전을 총괄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와는 줄곧 갈등을 빚어왔다. 네타냐후 총리는 종전시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군 주둔을 원한 반면, 갈란트 장관은 군사적으로 불필요하고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석방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는 초정통파 유대교도인 ‘하레디’의 군 면제를 허용하는 입법을 추진했지만, 갈란트 장관은 이를 반대했다는 점 역시 경질 사유로 꼽힌다.
둘의 갈등은 지난해 3월 이른바 ‘사법 개혁’을 두고도 벌어진 바 있다. 당시 네타냐후 총리가 자신에 유리한 사법개혁안을 발표하자, 총리 퇴진을 요구하는 사법개혁 반대시위가 연일 열렸다. 이 때 갈란트 장관이 사법개혁 반대시위대를 지지하는 의사를 밝히자, 네타냐후 총리가 갈란트 장관의 경질을 발표했다. 그러나 오히려 시위가 더 거세지는 바람에 네타냐후 총리는 결국 경질을 번복할 수밖에 없었다.
5일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해임에 항의하는 시위대.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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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질 과정에서도 둘 사이의 냉랭한 감정의 골이 드러났다. 네타냐후 총리는 5일 오후 8시 회의에서 갈란트 장관에게 “이 통지를 받고 48시간 후 국방장관 임기가 끝난다”며 해임통보서를 전달했다. 그러고는 회의장을 나와 해임을 알리는 영상 성명을 찍었다고 한다.
갈란트 장관은 역시 경질 발표 직후 엑스(옛 트위터)에 “이스라엘의 안보는 내 인생의 사명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짧게 글을 올렸다. 이스라엘에서는 인질들의 가족을 포함한 갈란트 장관 지지자들이 도로를 차단하고 항의 시위를 열기 시작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후임 국방장관에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을 지명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카츠 장관을 “책임감과 조용한 결단력을 겸비한 ‘불도저’”라며 “중요한 시기에 국방을 이끌 적임자”라고 소개했다.
카츠 외무장관은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사악한 공격을 단호하게 비난하지 못하는 이는 이스라엘 영토에 발을 디딜 자격이 없다”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하는 등 강경 외교를 주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후임 외무장관에는 기드온 사르 전 법무부 장관을 임명했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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