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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돼지도살’처럼 투자금 받고 연락두절…캄보디아 거점 사기조직 재판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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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투자자문사 직원 사칭해
20~60대 38명에 29억원 뜯어
대본 짜는 ‘시나리오팀’ 두기도


매일경제

리딩방 범죄 조직이 만든 가짜 투자사이트 화면. [서울남부지검]


캄보디아에 거점을 둔 해외 주식 리딩방 투자사기 범죄단체 조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투자규모를 늘릴 것을 지속적으로 권유한 뒤 일순간 연락을 두절하는 ‘돼지도살’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양산했다.

6일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조재철)는 유명 국제투자자문사 직원을 사칭하며 내국인 38명으로부터 약 29억원을 편취한 한국인 조직원 14명을 사기, 범죄단체 가입·활동, 자본시장법위반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을 비롯한 조직원들은 ○○○그룹, ○○인베스트 등 지명도가 높은 국제 투자자문사 직원을 사칭하며 피해자들에게 접근했다.

피고인들은 인터넷 포털에 ‘급등주 원하시면 클릭하세요’ 등 문구의 배너 광고를 클릭한 불특정 다수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접근한 후 투자 종목 추천 등 상담을 해주며 환심을 산 뒤 가짜 투자사이트 가입과 입금을 유도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피해자들과 어느 정도 신뢰 관계가 쌓이면 ‘고수익 주식 종목에 투자할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는 식으로 말하며 가짜 투자 사이트 가입을 유도하고, ‘종목과 타이밍을 알려줄 테니(리딩), 그에 따라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속여 투자금을 송금 받았다.

직장인, 공무원, 학원강사, 종교인, 자영업자, 주부 등 다양한 직업의 피해자들이 수백에서 수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피해자들 중에는 금융 관련 지식이 부족하고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60세 이상 고령자뿐만 아니라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도 다수 존재한다.

피고인들은 이른바 ‘돼지도살(Pig Butchering Scam)’ 수법으로 투자금을 편취했다. 돼지도살 수법이란 돼지를 살찌게 한 뒤 도살해 많은 고기를 얻는 것처럼 피해자를 꼬드겨 투자규모를 점차 늘린 후 일거에 이를 가로채는 사기 수법이다.

피고인들은 최초 투자금을 입금받고 나면 또 다시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 ‘블록딜로 주식을 대량 매수할 기회가 있는데 그 시점까지 계속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며 계속해서 투자금을 입금하도록 하고, 일순간에 사이트를 폐쇄한 뒤 연락을 끊었다.

검찰은 중국인 총책이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수 개의 점조직을 총괄하고, 각 점조직별로 홍보팀, 영업팀, 기술팀, 세탁팀 등 하위조직을 두는 조직 범죄임을 확인해 이들을 범죄단체로 기소했다. 이들은 각 팀별로 대본을 작성해주는 시나리오팀을 꾸리는 치밀함도 보였다.

또 무허가로 주식 투자 사이트를 개설 및 운영한데에는 자본시장법위반죄를 적용해 기소하고, 조직원들이 가상자산으로 보수를 받아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범죄수익을 세탁해온 사실도 확인해 범죄수익 입금 계좌를 추징 보전한 뒤 범죄수익은닉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검찰은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경찰과 협력해 해외 공범을 끝까지 추적하는 등 서민과 투자자를 상대로 한 조직적 사기 범행을 엄단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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