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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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당국이 은행 대출 금리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시장 논리를 역행하는 것이다. 대통령이 '이자장사'에 대해 언급한 뒤 은행이 대출 금리를 내리면서 부동산 시장이 들썩였고, 가계대출이 폭증한다며 대출금리를 높이라는 간접적인 시그널 이후 은행 대출금리가 평균 1.5%포인트 높아졌다. 당시 시장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선반영 돼 있었기 때문에 그대로 뒀으면 지금 다시 예대마진으로 이야기할 일도 없었을 것." (금융권 관계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예대금리 차 확대'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서 은행들의 피로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초 대통령의 발언으로 대출 금리를 대폭 낮췄다가, 세 달 전 가계대출 폭증을 이유로 대출 금리를 인상하면서 빗장을 건 상황에서 또다시 당국의 '주문'이 떨어져서다.
이 원장은 전일 임원회의에서 지난달 기준금리가 3.50%에서 3.25%포인트(p) 인하되면서 수신금리는 떨어지는 반면 대출금리는 오르는 상황에 대해 지적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로 경제주체가 금리부담 경감 효과를 체감해야 하는 시점에서 예대금리차 확대로 (금리 인하 효과가)희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각에서 기준금리 인하에도 은행 예대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는 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기준금리 인하 직후인 지난달 23일 NH농협은행은 예금 금리를 0.25~0.40%포인트, 적립식 예금 금리를 0.25~0.55%포인트, 청약 예금과 재형저축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같은 날 우리은행도 적립식예금 금리를 2.20%에서 2.00%로 변경했다. 이달 1일 하나은행은 급여하나 월 복리 적금 등 11개 수신상품 기본금리를 0.05%~0.25%포인트 낮췄다.
반면 5대은행(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지난 8월 3.604%에서 9월 3.946% 올랐다. 이들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신규취급액 기준 8월 1.13%에서 9월 1.22%로 0.09%포인트 확대됐다. 동기간 KB국민은행은 0.84%에서 1.29%, 신한은행 0.89%에서 1.17%, 하나은행 1.24%에서 1.33%, 우리은행 0.77%에서 0.88%, NH농협은행은 1.20%에서 1.41%까지 상승했다.
이 원장은 이같은 예대금리차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며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은행 예대금리차는 연초보다는 낮은 수준이나 최근 몇 달 동안 확대되고 있는 점은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향후 개별 은행별 유동성 상황, 여수신 금리 추이 등을 분석해 금리 반영 경로를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당국의 목표는 실수요자 부담을 줄여 내수 진작을 이끌어 내는 동시에,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쏠리지 않게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은행들은 당국이 장기적 대책 없이 은행을 향해 대출금리 하향 조정 혹은 수신 금리 상향을 주문한 것이라며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계대출 확대로 대출 금리를 높이라는 사인을 받은 게 불과 3개월 전인데, 이제 와서 대출 금리를 낮추는 것은 당국이 바라는 게 아닐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내려간 마당에 수신 금리를 높이라는 의미도 아닐 것이기 때문에 우선 현재보다 예대금리차를 더 벌어지지 않게 유지하라는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에 반대 입장을 표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이 유력시 되는 가운데 금리 인하를 섣불리 실행할 상황이 안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대외적인 변수가 많은 시점"이라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국은행 역시 추가 금리 인하에 대한 운신의 폭이 좁아질 것이기 때문에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수정 기자 crys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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