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외교안보 지형 급변]
트럼프, 다자주의 외교 강한 반감
동맹에 안보책임 분담 지속 주장
북미회담해도 핵합의는 힘들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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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미국의 대외 정책이 중대 기로에 섰다. 자국우선주의로 귀결되는 ‘트럼프 2기’ 정책은 동맹과의 결속을 통해 미국의 리더십을 제고하는 조 바이든 현 행정부와는 정반대로 전개될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교착 상태에 놓인 ‘두 개의 전쟁’도 분수령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대(對)미국 외교정책 역시 전방위적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그간 동맹들의 공동방위 투자 의무 확대를 주창해온 만큼 한국에도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위한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평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우호적 관계를 과시해온 만큼 북미정상회담이 재개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트럼프 1기보다 북한의 핵 고도화가 상당 부분 진전된 만큼 미국이 당시와 같은 입장을 취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도움 바라면 돈 내라···동맹 중심 질서 균열=대가 없이는 움직이지 않겠다는 확고한 ‘거래적 동맹관’을 지닌 트럼프 체제에서는 글로벌 안보 지형이 급변할 수 밖에 없다. “바이든이 한 것과 정반대로만 했다면 역사상 최고의 외교정책을 편 대통령이 됐을 것”이라는 트럼프의 발언에서는 동맹과 가치를 중시하는 다자주의 외교에 대한 강한 반감이 읽힌다. 그간 트럼프가 동맹에 안보 책임 분담을 주장한 만큼 유럽과 한국·일본 등에 대해 방위비 대폭 인상을 요구할 것이 확실시된다. 앞서 트럼프는 서방 중심 군사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까지 거론하며 방위비 지출 의무를 늘릴 것을 요구했다. 트럼프의 이러한 동맹관은 한국과의 관계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트럼프는 한국을 ‘머니 머신’이라 칭하며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최소 100억 달러(약 13조 9620억 원)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희비 교차할 우크라이나·이스라엘=3년째 러시아에 맞서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고 있는 미국의 태세 전환으로 러·우 전쟁 역시 일대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에 자국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취임 시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를 점령한 채로 이뤄지는 종전 협상은 우크라이나에게는 영토 상실을 동반하는 ‘패배 합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최대 7번의 전화 통화를 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가자전쟁 역시 트럼프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이스라엘에 유리한 방향으로 종식될 여지가 크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는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기만 한다면 이스라엘군이 지역에 남아 군사 활동을 하는 것을 지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北美 회담 재개되나···핵 합의는 어려울 것=트럼프가 그간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김정은과 잘 지냈다”며 원만한 관계를 과시해온 만큼 북미정상회담이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정상회담 재개 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북한은 2017년 9월 6차 핵실험을 실시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인 결과 2018년 첫 북미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바 있다. 이번에도 트럼프와 김 위원장이 친서를 주고받는 등 우호적 관계를 내보이는 방식으로 톱다운식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북미 간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핵 문제를 둘러싼 이견으로 합의를 이룰 가능성이 낮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트럼프가 취임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과 가자지구 전쟁 해결에 집중할 경우 한반도 문제는 비교적 후순위로 밀려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체제하에서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던 비핵화 원칙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2기가 의견 합치가 어려운 비핵화 협상 대신 북한의 핵 보유를 일부 인정하되 미국에 대한 위협을 없애는 스몰딜 형식을 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러시아에서 “북한에 적용되는 비핵화라는 용어는 의미를 잃었다. 우리에게는 이미 종결된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트럼프가 치적용 스몰딜 거래로 방향을 틀 경우 한반도 북핵 위협이 고조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미국의소리(VOA)는 “북한의 핵 프로그램이 점점 더 정교해지면서 한국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의지와 능력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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