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친 6일 오후 서울 중구 소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증시와 환율 지표가 떠 있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달러당 원화값은 급락했으며 코스피 역시 하락으로 돌아섰다. 이승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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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미국 대선 승리로 인해 한동안 강달러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미국 공화당의 연방 상·하원 탈환 가능성 확대가 맞물리면서 달러당 원화값은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 팽배하다.
6일 달러당 원화값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간 것도 이러한 시장의 예상이 반영된 결과다. 이날 원화뿐 아니라 엔화, 위안화 등 대부분의 통화가 약세를 보였다. 이날 유럽시장에서도 장 개장과 함께 유로, 파운드 등이 급락했다. 주요 6개 통화의 달러 대비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도 전날 대비 1.6%가량 오르며 105를 넘어섰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오후 3시 30분 주간 거래를 마감할 때만 해도 1396.2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야간 거래 중이던 오후 9시 31분이 되자 1405.0원으로 하락했다. 과거 외환당국이 시장 개입을 단행했던 대략적인 기준선이 1400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원화값은 '심리적 저항선'을 넘은 것이다.
식을 줄 모르는 달러화 강세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 영향이 컸다. 그는 선거운동 기간에 법인세·소득세 감세와 관세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법인세와 소득세 같은 내국세를 깎아주는 조치, 관세를 올리는 조치는 미국 물가를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업이나 개인이 세금을 덜 내거나 수입품 가격이 비싸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물가가 오르면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게 되고 달러가 강해질 것이란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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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원화값은 계속 하락할 확률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 추세대로라면 하락세는 올해 말까지 지속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연방 상원과 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가져가고 트럼프 2기 참모 다수가 공약이 실제 정책이 되는 것을 지지한다면 원화값은 더 떨어질 것"이라며 "여기에 시장도 오버슈팅해 과도한 수준까지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과 원화값의 지속적인 하락이 가뜩이나 기초 체력이 약한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재정 적자와 수출 증가세 둔화를 겪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아메리카 퍼스트'가 실현되면 관세 문제가 가장 심각해질 것"이라며 "중국에 고관세를 매기고 한국엔 저율관세를 적용하면 일견 유리한 부분도 있겠지만 한국이 중국을 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물량이 만만치 않아 수출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산업 생산 동향도 위태로워 이중·삼중고에 시달리는 실정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산업생산은 지난 8월 전월보다 1.3% 증가했지만 9월에는 0.3% 감소했다. 내수 상황을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8월에는 1.7% 늘었지만 9월에는 0.4% 줄어들었다.
이번 선거 결과는 국내 기준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에도 제약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한은은 8일 오전 유상대 부총재 주재하에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연다. 6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이뤄질 기준금리 결정까지 포괄해 대책 마련에 나설 예정이다. 오는 28일로 예정된 한은의 올해 마지막 통화방향 결정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도 주목받고 있다.
[이희조 기자 / 오수현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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