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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인플레·불법 이민 ‘심판론’ 통했다… 경합주 7곳 모두 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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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트럼프 시대] 미국은 왜 트럼프를 선택했나

조선일보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센터에서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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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폐허에서 살아나온,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적 불사조일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열린 5일 오후 10시 30분(현지 시각) 폭스뉴스 진행자 브렛 바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동부 주(州)에서 투표가 종료된 지 3시간 남짓 지났을 뿐인데도, 승리를 자신하는 발언을 했다. 초유의 박빙 구도라고 예상됐던 올해 미 대통령 선거의 승세가 생각보다 빠르게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 향하면서 일어난 일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몇 주 동안 미국인들은 대선이 접전이고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모든 경합주에서 동률이며 승자가 확정되기까지 여러 날이 걸릴 전망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개표가 시작된 지 몇 시간 만에, 판세는 트럼프로 기울었다”고 전했다.

미 대선은 각 주에서 이긴 후보가 인구에 따라 배분된 주별 선거인단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으로 치러진다. 선거인단 총 538명 중 과반인 270명 이상을 확보하는 후보가 이긴다. 개표는 이날 오후 8시쯤 시작됐고 트럼프는 약 7시간 30분 후 당선을 확신하며 승리 선언을 했다. 개표 약 3시간 후 이미 선거인단 16명이 걸린 노스캐롤라이나의 트럼프 승리가 확정된 데 이어 자정쯤 조지아(선거인단 16명)까지 트럼프 승리가 굳어지면서 분위기는 트럼프로 완전히 넘어갔다. 트럼프의 마러라고 자택 부근에 모여 있던 지지자들은 “파이트(Fight·싸우자)! 파이트!”라고 외치며 승리를 자축했다. ‘파이트’는 트럼프가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유세하던 중 총에 맞았다 일어나며 외친 구호다. 19명이 걸린 최대 경합주 펜실베이니아가 얼마 지나지 않아 ‘트럼프 승리’로 나오면서 그의 당선은 확정됐다. NYT에 따르면 한국 시각 오후 10시 현재 트럼프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277명, 해리스는 224명이다. NYT는 개표 결과에 대해 “트럼프의 측근들조차 그의 예상치 못한 강세와 극적인 정치적 재기에 충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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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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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유세 기간 내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정부의 실정(失政)을 부각하는 데 집중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 충격을 방어하기 위한 막대한 부양책 이후 미국에 닥친 초유의 인플레이션을 민주당의 무능 탓이라고 돌리는 전략을 폈다. 팍팍해진 민생을 돕겠다며 식당 종업원 등 서비스 노동자와 중산층에 대한 감세를 추진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으며 유권자들을 공략했다. 다급해진 해리스가 이후 비슷한 공약을 발표했지만 트럼프는 ‘어설픈 아류’ ‘짝퉁’이라며 이를 역공의 수단으로 썼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폭증하는 남부 국경의 불법 이민자 문제를 쟁점화하면서 ‘사상 최대 불법 이민자 추방 작전’을 내세운 것도 백인은 물론 이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를 느낀 라틴계, 흑인 등 중도층들의 호응을 골고루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민주당이 밀어붙여온 친환경 정책도 발목을 잡았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이 내연기관차에 비해 노동자가 많이 필요하지 않은 전기차 확대 정책을 추진하자 트럼프는 이를 전면 백지화하겠다며 러스트벨트의 노동자 표심을 공략했다. 중국에 대한 비하 수준의 적대적 발언 등은 ‘이들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트럼프의 주장을 강화하는 근거로 활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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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양인성


이런 공약을 앞세워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주창한 트럼프에 경합주 유권자들은 호응했다. 트럼프는 이날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돼온 일곱 경합주 모두에서 개표 시간 내내 우위를 지키면서 승리했다. 4년 전인 2020년 대선 땐 초반에 트럼프가 우세였다가 뒤로 갈수록 (개표를 늦게 하는) 우편투표에서 유리한 민주당 득표율이 증가하는 이른바 ‘붉은 신기루’(공화당 상징색인 붉은색에 빗댄 표현) 현상이 일어났었지만, 이번엔 이마저도 없었다.

주류 매체와 여론조사 회사들이 여전히 강한 ‘샤이 트럼프’의 존재를 제대로 포착하는 데 또 실패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2016·2020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숨겨진 트럼프 지지층의 표심(票心)이 예상을 뛰어넘는 큰 영향을 발휘했다는 것이다. ‘샤이 트럼프’는 여론조사에 의도적으로 응답하지 않거나 응답하더라도 트럼프 지지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숨겨진 지지층을 뜻한다.

반면 민주당이 기대를 걸었던 숨은 해리스 지지층인 이른바 ‘샤이 해리스’는 이번 대선에서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다. 선거를 앞두고 낙태권 옹호 이슈가 부각되면서 보수 성향이 강했던 백인 여성들이 해리스로 조용히 결집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그러나 실제 개표 결과 이 같은 샤이 해리스가 설령 존재했더라도, 트럼프의 상승세를 누르기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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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민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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