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업계 지각변동②]
가상자산법 시행 후 더 까다로워진 VASP
가장 먼저 신고한 업비트도 아직, 중소거래소 '벌벌'
원화거래소 '쏠림' 현상 심화, "생태계 위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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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다로운 심사’기준…중소 코인마켓 거래소, 문 닫아야 하나
6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5대 원화거래소들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가상자산 사업자 갱신신고 서류 제출을 마쳤다. 지난 8월말 업비트가 처음으로 서류 제출을 완료했고 이어 코빗, 코인원, 빗썸, 고팍스가 차례대로 신고를 마무리했다.
반면 코인마켓 거래소의 경우 갱신 신고를 준비 중인 곳은 절반도 안 된다. 가상자산 사업자로 등록된 코인마켓 거래소 22곳 중 한빗코, 큐비트, 텐앤텐 등 11곳은 이미 영업을 종료했고, 오아시스거래소, 코어닥스, 지닥은 홈페이지 운영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1곳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 만료로 사실상 사업자 갱신이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 남아 있는 7곳은 서류를 제출했거나 준비 중이다. 플라이빗은 지난 달 16일 서류 제출을 마쳤고, 비블록과 포블은 사전 자료 제출을 마친 상황이다. 현재 비블록과 포블은 이달 초 갱신신고 자료를 제출하기 위해 미흡한 부분을 추가 보완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서류를 제출한 순서대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심사 결과 또한 순차적으로 나올 예정이다. 절차는 다소 복잡하다. FIU가 기업들이 제출한 서류를 1차적으로 검토한 후 금융감독원에서 법상 불수리 사유에 해당하는 사항이 있는지 들여다본다. 이후 다시 FIU가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금융감독원은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과 보안, 기술이 다 접목돼 있다 보니 면밀히 살펴보기 위해 현장 조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제출해야 할 서류가 추가되거나 현장 조사 자체가 연장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가상자산 이용자보호법 시행과 함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조항 일부도 개정되면서 심사 과정이 까다로워져 심사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가장 먼저 서류를 제출한 업비트도 지난 10월 6일로 기존 라이선스가 만료됐지만 금융당국이 수리 여부를 알려주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 거래소들의 경우 통과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상거래탐지 시스템부터 이용자가 맡긴 가상자산을 콜드월렛(Cold wallet·인터넷과 연결되지 않은 상태로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지갑)에 분리·보관하는 기술 요건들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거래량 자체가 거의 없는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여기에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에서 명시한 배상책임을 위해 갖춰야 할 보험 가입과 준비금 적립, 인증 및 보안을 위한 ISMS 인증 획득 등 최소 요건을 갖춘 채로 신고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이번 심사부턴 재무 상황까지 확인하기 때문에 자금난에 빠져있는 대부분의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살아남기 어려울 전망이다.
일부 원화거래소에만 ‘자금 쏠림’ 예고
업계에서는 원화거래소로의 투자자 쏠림 현상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대다수의 중소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가상자산사업자 갱신신고의 문턱을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미한 수준이지만 업계 1·2위인 업비트와 빗썸으로 거래량이 몰릴 것이라는 의미다.
현재도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업계는 업비트와 빗썸의 독주체제다. 6일 가상자산 데이터 플랫폼 ‘코인게코’의 24시간 거래량 기준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점유율은 △업비트 62% △빗썸 34% △코인원 1.63% △코빗 0.5% △고팍스 0.15%로 나타났다. 업비트와 빗썸의 점유율만 96%인 것이다.
대규모 원화거래소 역시 이 같은 현상이 썩 반가운 일만은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소 코인마켓 거래소들이 줄어들면 단기적으로 점유율이 일부라도 늘어날 수는 있겠지만, 원화거래소 입장에서는 크게 유의미한 수치는 아니다”라며 “오히려 장기적으로 보면 산업 생태계가 쪼그라들기 때문에 다양성 측면에서는 그다지 좋은 일이라고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코인마켓 거래소들은 원화거래소 전환되지 않는 이상 현재의 사업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아우성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폐업한 곳들은 코인마켓 거래소인데 이들은 결국 원화거래소로 전환되지 못해 사업성을 잃었기 때문”이라며 “투자자가 은행 계좌를 연결해서 원화를 넣어서 코인을 거래하길 원하지, 코인을 사서 굳이 코인마켓 거래소로 옮겨서 거래하길 원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은 수수료가 많이 들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부가 원화거래소로의 전환을 일부러 막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코인마켓 거래소가 은행 계좌 연결 등을 통해 원화거래소로 전환하려고 해도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가상자산 사업자의 자격 유지가 확정돼야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나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데 현재는 불확실성이 커 시장 전체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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