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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질병과 위생관리

'열여덟 어른'의 외로운 죽음…'고위험군'인데 아무도 몰랐다니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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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스피커] 유난히 버거웠던 자립준비청년들의 홀로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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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류란 이유로, 마이크를 가지지 못했던 사람들의 스피커가 되는 저널리즘.


부모와 떨어져 아동양육시설이나 공동생활가정(그룹홈)에서 자라다가 만 18세가 돼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립준비청년은 해마다 2천500명 정도 됩니다. 가진 것도, 의지할 곳도 없는 이들의 홀로서기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입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지원은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1명을 포함해 지난 5년간 22명의 아까운 청춘이 자립을 시작한 지 5년도 안 돼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아동복지시설 퇴소 후 5년이 지난, 즉 자립준비기간이 끝난 청년들의 현황은 파악조차 되지 않습니다.)

'자살 고위험군'인데 아무도 몰랐다



지난해 9월에도 또 한 명의 자립준비청년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숨진 A 씨가 불과 넉 달 전, 자립지원전담기관(이하 지원기관)과의 정기 상담에서 전한 근황은 이렇습니다.

"일을 하면서 지내고 있다. 그래서 현재 경제적 어려움은 없고, 대출금이 있긴 한데 스스로 해결이 가능하다. 진학을 계획하고 있다."

유서조차 남기지 않았기에, 그가 짧은 생을 마감한 이유를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취재를 해보니 지난해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정부가 관리하는 위기발굴시스템상 A 씨가 '자살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자살 고위험군'은 자살이나 자해를 시도해 병원을 찾은 경험이 있거나 관련 기관 상담에서 위기 징후가 포착됐을 때 분류된다는 걸 고려하면, 이 무렵 A 씨가 정신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을 걸로 추정됩니다.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린 그를 진작 도울 방법은 없었던 걸까요. 지원기관은 추후 상담에서 A 씨와 진학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계획이었습니다. 정작 그가 자살 고위험군이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고 합니다. 정부 시스템상 A 씨의 기록을 공유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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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적힌 전화번호만 아니었어도"



2023년의 마지막 날, 짧은 생을 마감한 B 씨. 그는 2020년 그룹홈에서 퇴소한 후 대학을 다니던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학업에 대한 의지가 매우 강했지만, 건강상의 이유로 학교를 휴학해야 했습니다. 그룹홈에서부터 겪어온 우울증이 발목을 잡은 겁니다. 지난해 여름, 지원기관의 도움을 받아 정신과 치료도 받았지만 끝내 사고를 막지 못했습니다.
○○자립지원전담기관 관계자
B 씨와는 라포 형성을 꽤 했어요. 저희가 집에도 찾아가고, 근처에 가서 만나고요.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게 지원하고, 정서적인 지지도 해주고, 또 교육적인 욕구가 컸기 때문에 교육비도 지원해 줬어요. 병원도 같이 갔고요. 전화로 물어보고 카톡도 보내지만 약을 진짜 복용했는지 확인할 수가 없어요. 같이 사는 것도 아니고, 너무 어려워요.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을 주고받으며 정서적 유대를 쌓던 B 씨의 죽음은 지원기관 담당자에게도 한동안 심리 상담이 필요할 만큼 가슴 아픈 일이었습니다. B 씨를 좀 더 일찍 치료했더라면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도 있습니다. 지난 2022년 지원기관이 관할 지자체에서 B 씨의 정보를 넘겨받았을 때, 전화번호가 잘못 기재된 탓에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합니다. 수소문 끝에 우연히 B 씨와 접촉할 수 있었고, 어렵사리 첫 상담을 한 게 지난해 여름의 일입니다.

▷ 관련 기사 <상담 땐 "잘 지낸다"더니…홀로서기 나선 청년들의 비극> (SBS 8뉴스, 2024.10.19.)

자립지원 확대 약속했지만...



2021년 7월, 정부는 자립지원전담기관을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전담 인력을 배치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보호종료아동' 대신 '자립준비청년'으로 용어도 바꿨는데, 아동복지시설을 퇴소하더라도 '보호가 끝난' 게 아니라 '홀로서기 연습을 돕겠다'는 점에서 중요한 인식의 변화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보완할 점이 많습니다. 지원기관이 문을 연 지 2년이 넘었지만 지원 대상인 청년들의 정보가 부실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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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지원전담기관 관계자
자립준비청년들이 "저 옛날에 정신과 약 먹었어요"라고 얘기를 안 하면, 조현병이 있는지 약을 먹었는지 아무것도 몰라요. 아동복지시설에 전화해서 물어보면 어떤 곳은 말해 주지만, 어떤 곳은 그 친구한테 혹시 피해가 갈까 봐 숨기세요.




△△자립지원전담기관 관계자
저희 기관의 입지가 그런 것 같아요. 저희는 이 친구들을 보호했던 시설이 아니고, 성인이 돼서 만났기 때문에 아무런 법적 권한이 없잖아요. 저희가 전산망이 있어서 해당 자립준비청년에게 '이러이러한 과거력이 있다'는 걸 살펴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자립준비청년이 사망하고 자살로 결론이 나도, 경찰에 물으면 저희에게는 안 알려 주세요. 돌아 돌아서 파악한 걸 적어 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진정한 자립을 위해선, 어린아이가 청년이 될 때까지 생애 과정을 연속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처럼 성장 과정 따로, 자립 과정 따로 관리하는 방식으로는 한 사람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더 많은 청년을 지킬 수 있게



지난 2014년 질병과 실직 등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던 일가족이 스스로 생을 마감한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정부는 위기가구 발굴에 힘쓰고 있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각종 요금 체납같이 위기 징후를 포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집 정보를 45종까지 확대했습니다. 위기 정보가 중첩되면 해당 가정을 밀착 관리하는 식입니다.

이런 정부의 위기발굴시스템은 자립준비청년의 위기도 알아채고 있을까요. 취재를 해보니 지난 5년간 세상을 떠난 자립준비청년 22명 중 10명만 생전에 포착된 위기 정보(중복 포함)가 있었습니다. 소득이 일정 기준을 넘어서서 '기초생활보장·긴급복지 대상에 탈락'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8명), '주거 위기'(5명), '고용 위기'(3명), '통신비 체납', '건보료 체납'(각 2명) 순으로 많았습니다. 물론 단편적인 정보만으로 이들이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세금 납부 등에 미숙한 청년들이 의도치 않게 체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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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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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a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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