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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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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보수적으로"…보험사 "보험료 인상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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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원칙모형' 제시

보험사 고유 '다른 모형' 따를 땐 엄격 조건

단기납 종신 해지율 추가 등 가이드 마련

금융당국이 무·저해지 보험상품 해지율을 기존보다 보수적으로 가정하도록 개선한다. 그동안 보험사가 해지율을 자의적·낙관적으로 가정해 실적을 부풀리고 위험을 미래로 전가하는 등 부작용을 초래했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사의 재무건전성 악화와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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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 '원칙모형' 제시
금융위원회는 7일 '국제회계기준(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을 통해 무·저해지 보험상품 해지율에 관한 '원칙모형'(로그-선형모형)을 제시했다. 무·저해지 보험은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중도해지 시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IFRS17에서는 회사 고유의 위험률과 해지율 등 경험적 통계를 반영해 미래 현금흐름을 가정할 수 있다. 이 가정을 통해 보험사의 핵심 이익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이 산출된다. 그런데 보험사들이 짧은 판매기간 때문에 경험통계가 빈약한 무·저해지 보험에 대한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해 실적을 부풀렸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당국이 일종의 해지율 가정 표준안을 내놓은 것이다.

무·저해지 보험은 고객이 중도 해지할 때 환급금을 돌려주지 않아도 되고 미래에 나갈 보험금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해지율이 높을수록 보험사에 이익이다. 보험사가 해지율을 높게 가정하는 이유다. 당국의 원칙모형은 보험사들이 사용한 기존모형에 비해 보험계약 연차가 늘어날수록 해지율이 0%에 근접하는 속도가 더 빠르다. 해지율이 기존모형보다 낮을 것으로 예상하는 보수적 가정이 반영됐다. 당국의 원칙모형을 적용해 해지율이 낮아지면 보험사는 그만큼 미래에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을 비축해둬야 한다. 이는 보험부채를 키우고 가용자본 감소에 따른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하락 등을 불러온다.

당국은 지난 4일 발표한 킥스 해지위험액 정교화와 이날 발표한 해지율 원칙모형, 최근 시장금리 하락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보험사 재무영향평가를 실시했다. 국고채 10년물 금리 3%를 기준으로 보험사 전체 평균 킥스는 올해 상반기 말(217.3%)과 비교해 약 20%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고영호 금융위 보험과장은 "(킥스 하락에도) 업권 전반의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면서 "단기적으로는 킥스가 하락하지만 소비자 보호와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적절한 시기에 제도개선 방안이 제시됐다는 게 보험개혁회에서의 주된 의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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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해지 보험 상품의 경과 시간별 해지율 그래프 예시. 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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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다른모형' 선택할 땐 까다로운 검증 받아야
다만 모든 보험사들이 당국이 제시한 원칙모형을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당국은 보험사 고유의 경험통계 등 특수성으로 다른모형을 적용하는 방안도 열어뒀다. 앞서 당국과 업계 간 논의 과정에서 손해보험사 10곳이 당국의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개편안이 지나치게 보수적이고 현실에 맞지 않다는 공동의견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이 있어 어느 정도 자율성을 보장해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사가 다른모형을 적용할 경우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엄격한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우선 모형은 보험료 완납시점 해지율 수렴점이 0%인 '선형-로그모형'이나 수렴점이 0.1%인 '로그-로그모형' 2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당국이 완납시점 해지율이 0%에 근접해야 한다고 보는 건 완납 후 환급금을 받을 수 있는데 돈을 빌려서라도 완납하지 굳이 해지하는 선택을 하진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당국은 또 보험사가 다른모형을 선택할 경우 감사보고서·경영공시에 다른모형 선정의 특별한 근거와 CSM·킥스·당기순이익 측면에서 원칙모형과의 차이 등을 공시하도록 했다. 금감원의 현장점검과 계리법인에 대한 감리근거 신설 등으로 외부검증의 적정성도 집중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고 과장은 "보험사가 다른모형을 선택할 경우 통계적으로 분명한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며 "어떤 모형을 선택하든 가정의 합리성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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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정시 금융당국이 제시한 '원칙모형' 외에 보험사 고유의 '다른모형' 적용조건. 금융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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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 "최악은 면해…보험료 인상 불가피"
보험업계에서는 '최악은 면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보험회계의 잦은 변화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A보험사 관계자는 "IFRS17의 기본 원칙이 계리 자율성인데 원칙모형 제시는 이에 위배된다"면서 "다른모형을 선택할 경우 엄격한 기준에 제재근거까지 마련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원칙모형을 강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B보험사 관계자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다"면서도 "다만 IFRS17 적용 이후 매년 가이드라인이 나오는 상황이 시장에 혼란과 신뢰 하락을 주고 있다는 것을 당국에서 꼭 인지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앞으로 무·저해지 보험상품의 보험료가 오를 것이란 우려도 있다. C보험사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은 소비자 입장에서도 혜택이 줄어드는 것"이라며 "보장내역이 일부 퇴보할 수 있고 불필요한 자본확충 등에 따른 비용증가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국도 보험료 상승 가능성을 인정했다. 이태기 금감원 보험리스크관리국장은 "그동안 보험사가 해지율을 낙관적으로 가정해 보험료를 낮춰왔으니 반대가 되면 보험료 상승 요인이 생기는 것"이라며 "다만 가격요인은 손해율·사업비·이자비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선안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었다. D보험사 관계자는 "업계의 좋지 않은 관행을 바로잡는 적절한 조치로 본다"고 전했다.

단기납 종신 해지율 상승, 보험부채 손해율 가정에 연령구분 적용
당국은 이번 가이드라인에 단기납 종신보험 해지율 추가 설정 방안도 마련했다. 단기납 종신은 납입기간이 5~7년 정도로 짧지만 10년 시점 보너스 등의 부과로 환급률이 130%대로 치솟았던 상품이다. 당국은 소비자들이 단기납 종신을 사실상 저축성보험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보너스 수령시 계약을 해지할 유인이 크다고 보고 이에 따른 해지율을 반영해야 한다고 봤다.

당국은 일반 종신보험의 누적유지율을 활용해 단기납 종신의 해지율을 역산하거나, 해지율을 최소 30%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30%라는 기준은 방카슈랑스(은행에서 파는 보험) 채널 일시납 저축성보험의 11차년도(비과세요건 충족으로 환급률이 급증하는 시점) 해지율 산업통계의 최근 10년 평균이 29.4~30.2%인 점을 고려해 산출했다.

보험부채 산출시 손해율 가정을 경과기간과 담보별로만 구분하지 않고 연령구분까지 추가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그동안 손해율이 연령 구분없이 전체 평균으로 산정돼 고령자들의 손해율이 과소 측정됐다. 이는 보험사의 보험부채와 CSM을 실제보다 좋아 보이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당국은 경험통계가 충분하고 연령 구분에 따른 통계적 유의성이 존재하는 담보에 대해 앞으로 손해율을 연령별로 구분해 산출하도록 했다. 보험사 통계가 충분한 경우 경과기간별·연령별 손해율을 직접 산출해야 한다. 직접 산출이 어려운 경우 경과기간별 연령합산 손해율과 연령별 상대도를 활용해 간접적으로 산출해야 한다.

이번 계리가정 가이드는 올해 연말결산부터 적용한다. 다만 손해율 연령구분의 경우 결산 시스템 수정 등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 1분기까지 반영 기간을 늘리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필요시 감독행정이나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 등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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