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는 트럼프 당선인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올해 7월 트럼프 후보 지지를 선언한 후 아메리카팩이란 수퍼팩(미국 민간 정치자금 조직)을 만들어 지난달 16일까지 트럼프 캠프에 1억500만달러(약 1470억원)를 기부했다. 경합주 유권자를 추첨해 하루 100만달러를 주는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또 2주간 트럼프 후보와 함께 경합주로 유세를 다니며 자신이 소유한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서 여론전을 펼쳤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유세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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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9월 머스크에게 연방정부기관의 비효율성을 걷어내고 규제 철폐를 담당할 새 기구인 정부효율성위원회를 맡기겠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실제 위원장을 맡으면 그의 사업체 테슬라(전기차), 스페이스X(우주항공), X(소셜미디어), xAI(인공지능) 등을 규제하던 연방기관들을 직접 다루게 된다. 이해충돌 우려로 공직을 맡지 않더라도 트럼프 정부의 정책 결정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다음 날인 6일 새벽 승리 선언 연설에서 4분을 할애해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를 언급하면서 머스크의 우주개발 사업에 관심이 쏠렸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스페이스X의 우주선 스타십이 발사된 후 수퍼헤비라 불리는 275톤(t) 무게의 1단 추진체가 고도 70㎞에서 하강해 발사대의 로켓 팔에 안착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장면을 상세히 묘사했다. 또 노스캐롤라이나주에 허리케인이 강타했을 때 자신의 요청으로 스타링크가 피해 지역에 통신 서비스를 지원한 사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 재임 당시 6개의 우주정책명령을 발표하며 우주경제 발전 정책을 지원했다. 2017년 서명한 우주정책명령1호를 계기로 NASA의 달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 미션이 시작됐다. 우주산업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전환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미국 민간 우주산업을 주도하는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가 보조금이나 예산 지원 등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가 부각되면서 이들 공급망 밸류체인(가치사슬)에 들어간 한국 기업도 주목 받고 있다. 한국에선 에이치브이엠, 와이제이링크 등 일부 중소기업이 스페이스X에 제품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이스X의 발사체 팰컨9 로켓이 10월 30일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스타링크 위성을 싣고 발사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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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브이엠은 진공 상태에서 금속을 용해하는 기술을 기반으로 고순도 합금을 생산하는 회사다. 진공 용해 기술로 만든 첨단금속은 대기에서 용해된 금속보다 강도와 내식성, 열 충격 저항성이 높아 항공우주, 방산 분야에서 주로 활용된다. 진공 용해 기술은 열 전달의 비효율성과 물질 증발 문제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치브이엠은 2022년부터 스페이스X에 합금 제품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올해 상반기엔 회사 매출에서 스페이스X 납품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와이제이링크는 표면실장기술(SMT) 공정 자동화 기업으로 SMT 공정의 스마트화를 위한 장비를 제조한다. SMT 공정의 제조 라인은 보통 15~30대의 장비로 구성된다. 와이제이링크는 이 중 주력 제품인 로더, 언로더 등의 장비를 스페이스X와 테슬라 등에 공급하고 있다. 2022~2023년 연평균 520억원 수준의 매출을 기록했다. 매출의 80~90%를 해외에서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아그룹 산하 세아창원특수강은 스페이스X에 특수합금 공급을 추진하며 올해 7월 텍사스주에 특수합금 공장을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텍사스주에는 스페이스X를 비롯해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등 미국 민간 우주 기업들이 모여있다. 특수합금은 높은 내열성과 내식성을 가진 소재로, 항공우주, 방산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주로 사용되는 고부가가치 소재다. 세아창원특수강은 텍사스주 템플시에 1억1000만달러를 투자해 특수합금 공장을 짓고 2026년부터 연간 6000t 규모의 특수합금을 생산할 예정이다.
김남희 기자(kn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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