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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심재철, ‘김대중 내란음모 허위자백’ 보도 한겨레 상대 손배소 패소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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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만원 손해배상·기사 삭제 청구 모두 기각

"위법성 없으면 허위라도 기사 삭제 허용 안 돼"

심재철 전 미래통합당 의원이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1980년 6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피의자로 신군부의 조사를 받으면서 구타와 강압에 의해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학생 시위 지시와 자금을 받았다는 허위 자백을 했다고 보도한 언론사와 기자들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심 전 의원이 한겨레신문과 기자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심 전 의원의 상고를 기각,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아시아경제

심재철 전 국회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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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명예훼손에 따른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단은 수긍할 수 있다"며 "원심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칙에 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허위사실의 적시, 명예훼손에서 위법성조각사유 등에 관한 법리오해, 석명의무 위반, 이유모순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또 재판부는 "이 사건 각 기사 게재행위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각 기사의 작성·게재 행위가 위법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피고 회사에 대한 기사 삭제 청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본 원심판단 역시 수긍할 수 있고, 불법행위에 근거한 기사 삭제 청구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심 전 의원은 한겨레가 2004년과 2005년, 2018년에 신문 지면과 주간지,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보도한 자신의 학생운동 시절 기사 3건이 허위 사실을 담고 있어 사회적 가치·평가가 침해되고 있다며 2019년 9월 각 기사의 삭제와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해당 기사들에는 1980년 6월 서울대 총학생회장이던 심 전 의원이 신군부의 조사를 받으면서 구타와 강압에 의해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시와 돈을 받았다는 허위 자백을 했고, 1995년 이를 바로잡는 진술서를 썼다는 내용이 담겼다.

1심 법원은 기사 내용들이 허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심 전 의원의 청구를 모두 기각,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각 기사들 중 원고가 허위라고 주장하는 기사 내용의 대부분은 원고가 직접 작성한 진술서에 그대로 기재돼 있는 내용이거나, 그 진술서의 기재 내용 및 사건과 관련한 정황 등에 근거해 작성된 것으로, 원고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와 같은 기사 내용들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2심 법원은 문제가 된 기사 내용 중 일부분이 허위라는 점을 인정했지만, 결론은 1심과 다르지 않았다.

재판부는 심 전 의원이 김 전 대통령의 내란음모 사건 재판과 진술서에서 '김 전 대통령으로부터 학생 시위를 위한 자금과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봤다.

하지만 재판부는 객관적으로 일부 보도 내용이 허위로 판명됐다고 하더라도 기사의 내용이 평가와 검증이 계속적으로 요구되는 공적 인물의 과거 행적 및 그에 대한 평가에 관한 것이며,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이라는 현대사의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 공공적 의미를 가진 사안이라는 점을 들어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특히 재판부는 심 전 의원이 공인이라는 점과 과거 비슷한 취지의 보도에 심 전 의원이 적극적으로 반박하거나 법적인 대응을 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피고들로서는 기사에 적시된 사실적 주장들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이 사건 각 기사에 기재된 내용 중 일부에 허위사실이 포함돼 있더라도 이를 게재한 것을 두고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따라서 이 사건 각 기사의 작성·게재 행위가 위법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기사 삭제 청구 역시 기사의 작성이나 게재 행위가 위법하다고 인정됐을 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기사의 작성·게재 행위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상 일부 허위사실이 포함된 기사라도 삭제 청구를 인용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언론보도의 진실성이란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에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로서, 세부에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무방하고, 또한 복잡한 사실관계를 알기 쉽게 단순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일부 특정한 사실관계를 압축, 강조하거나 대중의 흥미를 끌기 위해 실제 사실관계에 장식을 가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수사적 과장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봐 보도내용의 중요부분이 진실에 합치한다면 그 보도의 진실성은 인정된다고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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