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국제포럼 개최
'대한민국 과거사 정리의 나아갈 방향' 주제로 발제
신복룡 교수 "누가 손가락질하며 매국을 비난하나"
[서울=뉴시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7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 호텔에서 과거사 진실규명 성과 공유를 위한 국제포럼을 열었다. (사진=진실화해위원회 제공) 2024.11.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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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한국 항일 민족주의자에게 묻는데 3대 할아버지, 증조, 9족 합해서 그 중에 친일파 없는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세요. 거의 없습니다. 친일파가 아닌 사람들은 화전민이나 노예였을 겁니다."
신복룡 교수가 7일 서울 중구 호텔 코리아나에서 열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 국제포럼에 참석해 "이완용을 비롯한 오적이니 칠적이니 하는 것에 한일 합당과 망국(亡國)의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교수는 이날 '대한민국 과거사 정리의 나아갈 방향, 한국 사회의 친일 논쟁 그 떨쳐야 할 업장'을 주제로 발제에 나섰다. 신 교수는 건국대 정치외교학 전 석좌교수, 독립운동사전편찬위원회 위원, 한국정치외교사학회장 등을 지냈다.
발제에 나선 신 교수는 "친일은 의도적으로 동족에게 위해를 끼쳤는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위해 협조했는가, 신분상의 편익을 받았는가, 변절 과정에서 위협이나 강박을 받지 않았는가 하는 기준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신 교수는 이어 1905년 '러일 전쟁과 을사조약 직후 일본군의 서울입성' 사진을 제시하며 "누가 을사조약이 체결됐을 때 한국인은 분노했다고 말했는가"라며 "어디에도 한국의 지식인들이 분노했다는 증거는 찾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국의 원인에 대해서 '대단히 유감스럽게도 나는 거기에 있지 않았어'라는 말을 하려고 이완용 등을 내세우는 것이 아닌가"라며 "친일 논쟁은 먼저 태어난 자의 슬픔과 늦게 태어난 자의 행운 사이에 이뤄지는 갈등"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장기간에 조직적으로 이뤄진 세뇌 앞에서 지조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지조를 지킨다는 것이 쉬운 일도 아니었다. 그럴 경우에 누가 최종적으로 죄인이고 애국자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고도 했다.
신 교수는 서울 3호선 안국역 슬라이딩 도어에 새겨진 이봉창 의사의 '나는 적성으로써 조국의 독립과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 한인애국단의 일원이 돼 적국의 수괴를 도륙하기로 맹세하나이다'라는 문구의 적절성도 문제로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 시대에 일본 대사관 앞에 '도륙' 단어가 있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일본 긴자역에는 '조센징 죽이자'라는 슬라이딩 도어가 없다"고 역설하며 "누가 손가락질하며 매국을 비난할 수 있는가"라고도 주장했다.
신 교수는 끝으로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라며 ▲당사자 또는 후손이 용서를 구할 것 ▲친일 대가로 받은 반대급부를 회수할 것 ▲국민적 합의로 일몰제를 정할 것 ▲연좌제를 배제할 것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신 교수의 발제가 마무리된 후 포럼의 좌장을 맡은 이영조 전(前) 진실화해위원장은 "휼륭한 발제"라고 평가했다.
이날 포럼이 열린 호텔 코리아나 앞에서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주최의 '김광동 위원장 규탄 기자회견'도 열렸다. 일부 유족이 국제포럼장에 입장을 시도하자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잠시 소란이 일기도 했다.
한편 진실화해위원회 포럼에는 신 교수 외에도 마렉 핸데릭 IPN 연구원, 울라즈슬라우 벨라브소 네덜란드 국제사법연구기관 선임연구원, 나탈리아 구메뉴크 우크라이나 언론인 등이 참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rysta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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