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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내수 제쳐놓고 다 걸었는데… 尹의 맹신과 수출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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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에서 "우리 경제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며 "올해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경상수지 흑자도 700억 달러를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주장해 온 '수출이 증가하면 그 온기溫氣가 내수로 퍼질 것'이라는 국정 기조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뜻이다.

# 하지만 수출의 온기는 내수로 전파되지 않았다. 수출이 정부를 배신한 걸까, 정부가 수출을 맹신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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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출이 살아나면 그 온기가 내수로 퍼질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 그렇진 않았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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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출의 민낯=정부와 중앙은행이 수출을 놓고 혼선을 빚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8월 이후 3개월 연속 역대 최대"라고 주장하는데, 한국은행은 "분기별 수출 증가율이 꺾였다"고 분석했다. 기준의 차이다. 산자부는 관세청 통관, 한은은 수출대금의 입금 기준으로 얘기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산자부는 수출 증가율이 올해 1분기 8.1%에서 2분기 10.1%, 3분기 10.6%로 상승했다고 주장한 반면, 한은은 1분기 1.6%에서 2분기 1.1%, 3분기 -0.6%로 꺾였다고 판단했다.

그럼 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13개월 연속 수출 증가는 정말일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 또한 기준의 문제다. 먼저 1년 전 같은 달 수출과 비교하면, 13개월 연속 증가한 게 맞다.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수출이 1년 전 같은 달보다 얼마나 늘었는지를 증감률로 비교하면 플러스라는 공통점만 있고, 들쑥날쑥하다.

월별 수출액을 보면 얘기가 또 달라진다. 지난해 10월 수출은 550억2500만 달러였다. 1년 후 인 올해 10월 수출은 575억1700만 달러다. 하지만 전월 실적과 비교하면 우리 수출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2·4·6·7·10월 총 7번이나 줄었다.

■ 한풀 꺾인 증가세=수출액은 조업일수에 따라서 달라진다. 조업일 평균을 내보면 수출의 증가세는 10월 이미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관세청의 자료를 보면 일평균 수출액은 7월 23억 달러에서 8월 24억6000만 달러, 9월 29억4000만 달러로 증가했지만, 10월 26억1000만 달러로 줄었다. 10월 일평균 수출액 증감률은 -0.2%였다(전년 동월 대비).

결국 순수출(수출-수입)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 쇼크의 원인이 됐다. 3분기 GDP는 전분기보다 0.1% 증가에 그치며 정부 전망치를 크게 밑돌았다. 순수출 증가율이 올해 1분기 1.0%에서 2분기 -0.2%, 3분기에는 -0.8%로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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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우리나라에만 적용하는 기준은 아니다. 한은이 지난 8월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는 "프랑스와 스페인은 2분기 순수출 증가 등으로 양호한 성장을 이어갔다"면서 "미국은 순수출 감소 등으로 1분기에 성장이 둔화했지만, 2분기에 소비·투자가 개선돼 2%대 후반 성장률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무조건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여서 순수출 확대로 GDP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GDP는 소비, 정부지출, 기업투자가 늘어도 증가한다. 수출 하나만 기준으로 삼았던 정부의 선택이 정말 최선이었는지 생각해 보자는 얘기다.

■ 수출의 배신=정부 주장처럼 수출이 먼저 살고, 그 경제효과로 내수가 살아나려면 다음과 같은 경로를 거쳐야 한다. "수출이 증가하면 수출 기업 수익이 증가하고, 기업 고용이 늘어나고, 임금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상승해, 구매력이 향상하면서 소매판매가 늘어나고, GDP 소비 지표가 상승해 경제를 성장시킨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아래에선 경제 성장 선순환의 고리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았다. 고용과 실질임금이 문제였다. 수출은 반도체,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제조 대기업들 제품 위주로 증가하는데, 통계청 고용동향에서 제조업 취업자 증감률을 보면 1년 전보다 7월 -0.2%, 8월 -0.8%, 9월 -1.1%를 기록해 오히려 감소했다. 이 기간 전체 취업자 수가 7월 0.6%, 8월 0.4%, 9월 0.5%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수출은 증가했는데 고용이 쪼그라들었다면,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이라도 상승했을까. 그렇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9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 8월 근로자 1인당 월별 실질임금은 337만9000원이었다. 1년 전보다는 1.4% 증가했지만, 임금 수준으로 비교하면 1월 379만원, 2월 382만4000원보다 현저하게 낮았다. 지난해 9월 월평균 실질임금인 382만4000원보다도 낮다. 연간 실질임금은 2021년 월평균 359만9000원에서 2022년 359만2000원, 2023년 355만4000원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 수출의 시대 갔나=한국은행도 수출과 내수의 연결고리가 끊어진 현상에 주목했다. 한은이 지난 9월 발표한 '경제 지표의 그늘, 체감되지 않는 숫자' 보고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반도체·IT기기 등 자본집약적 산업 중심으로 수출업종이 재편하면서 수출이 고용 및 가계소득에 미치는 영향이 악화했고, 기업들의 해외 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국내 설비투자 필요성도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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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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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환율 상황이 지속되면서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은 상승하고, 수입품 물가 상승으로 민생은 더욱 어려워진 점도 외면하기 힘든 사실이다. 산업연구원이 올해 3월 발표한 '환율 변동이 국내 제조업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는 "원화의 가치가 10% 하락하면(환율 상승),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0.46%포인트, 노동생산성은 0.81%포인트 상승한다"고 주장했다.

돌발 악재도 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우리 수출 환경이 악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트럼프 당선자는 관세 10~20% 증가, 해외 기업 보조금 철폐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10월 발표한 '2024 미국 대선: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에 보편관세가 부과되면 우리 총수출은 222억~448억 달러 감소하고, GDP는 0.29~0.67% 줄어들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한정연 더스쿠프 기자

jeongyeon.han@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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