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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이철희 "대통령 지지율 19%? 전원 사표감…여당이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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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4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임기 반환점을 맞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인사권·예산권·사정권 등 대통령의 권력 자산은 다양하지만,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건 지지율”이라고 조언했다. “지지율이 잘 나오면 사람들이 존중하고 따르지만. 지지율이 빠지면 대하는 태도부터 달라진다. 영(令)이 안 선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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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커피숍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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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3년 전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에 임명됐다. 2021년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이 완패한 직후였다. 임명 당일 30%였던 대통령의 지지율(한국갤럽)은 임기 말 45%를 기록했다. 이 전 수석은 “공개적으로 말하진 않았으나 지지율 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건 정무수석의 몫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윤석열 정부 위기 극복의 주체로 주목한 건 대통령실이 아닌 여당이다. 그는 “정부나 대통령실이 엇나갈 때 그걸 바로잡아주는 기능은 공동운명체인 여당의 몫인데, 그간 그 책임을 방기했다”며 “진작에 여당이 해결자로 나서야 했다”고 지적했다.

Q : 대통령 지지율 19%는 어떤 의미인가

A : “제가 정무수석일 때 그런 지지율이 나왔다? 그러면 전원 사표 냈을 것이다. 책임져야 할 숫자다.”

Q : 대통령실은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한다.

A : “때론 돌 맞을 수도 있다.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도 후임자에게 ‘비판에 휘둘리지 말라’고 했다. 대통령은 숱한 욕을 먹으니, 비판 하나하나에 휘둘리면 아무것도 못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야당이 아닌 주권자가, 여론조사가 아닌 투표 결과로 돌 던지는 건 다르다. 이때는 무조건 따라야 한다. 여기서 버티면 더 내려간다.”

Q : 지지율 회복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나.

A : “여당에서 이미 해법은 나오지 않았나. 진작에 나와야 했는데 늦었다. 여당은 대통령을 지원하면서 견제하는 이중적 기능을 해야 한다. 그게 숙명이다. 그래서 여당 대표가 제일 어렵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수차례 독대를 요구한 끝에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81분 차담을 가졌다. 한 대표는 이 자리에서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각종 의혹 해소 등을 주장했으나, 윤 대통령은 호응하지 않았다. 이후 정치권에선 사실상 두 사람이 완전히 갈라섰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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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1일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는 모습.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 문법’을 무시하다 보니 시스템까지 망가져버렸다”며 대표적인 사례로 이날 좌석 배치를 거론했다. 대통령실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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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윤·한 독대’는 어떻게 보았나.

A : “대통령이 마주 앉은 모습을 보는 순간 ‘저렇게 막무가내로 할 수도 있구나’ 생각했다.”

Q : 뭐가 문제였나.

“표정, 특히 미간에 메시지가 다 드러나 있었다. 그러면 안 된다. 대통령실에 찾아오는 사람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두 손님이다. 내용적으론 이견을 가질 수 있지만, 형식적인 부분에서 티 내며 ‘홀대한다’는 걸 보여주는 건 예의에 맞지 않는다.”

Q :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이렇게 대립한 건 처음이다.

A : “크고 작은 당정 갈등은 어느 정부에나 있었다. 문재인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오해를 증폭시키지 않으려면 물밑에서 조율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이번엔 대통령이 있는 그대로 적의(敵意)를 드러내고, 당 대표는 있는 그대로 이견을 노출시키는 게 다르다.”

Q : 여당 대표의 무리한 차별화 때문이란 시선도 있다.

A : “다 예상했던 일 아닌가. 차별화는 불가피하다. 임기가 3년 남았는데 대통령이 ‘미래 권력’을 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등장시켰다. 감내해야 하는 대가다. 어떻게 공짜만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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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대통령은 여당을 존중하고, 여당은 야당과 절절히 타협하고 문제를 풀어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 그간 여당은 무책임하게 행동대장 노릇만 했다”고 지적했다.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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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한 대표는 방향을 잘 잡고 있나.

A : “애쓰고 있다. 다만 아쉬운 건 여당이라는 ‘집단’이 움직이게 해야 했다는 점이다. 개인이 나서서 대통령과 각 세우고 정부가 교정되면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더 중요한 건 여당이라는 하나의 집단이 한목소리로 움직일 수 있게 하는 리더십이다. 차별화보다 깊이 고민해야 하는 건 세력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김건희 여사의 활동 중단, 국정 기조 전환 등을 재차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이날 밤 대통령실은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7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Q : 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엔 어떤 내용이 포함돼야 하나.

A : “진솔한 사과, 그리고 김건희 특검법과 순직 해병 특검법 수용 같은 현안 해결책은 당연히 담겨야 한다. 더 나아가 국정 운영 기조의 대전환을 천명해야 한다.”

Q : 윤 대통령에게 개인적으로 조언한다면?

A : “‘비 프레지덴셜(Be presidential)’, 대통령답게 하라고 말하고 싶다. 87년 체제 이후 8번째 대통령인데, 그간 대통령이 해온 방식이 있다. 민심을 존중한다든지, 어쨌든 야당과 대화로 문제를 풀어보려 한다든지, 최고의 인재를 내각에 중용하는 것 같은 ‘대통령 문법’인데, 여기에 충실해야 한다.”

Q : 의회 민주주의도 위기다. 거대 야당은 힘자랑을,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를 반복한다.

A : “대통령제가 갖는 약점 중 하나가 분점 정부다. 대통령과 의회를 서로 다른 정당이 차지하면 갈등이 생겨나는데, 이걸 아무도 중재하지 못하는 상황에 들어갔다. 정치 때문에 나라가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대 의석을 가진 야당 책임을 면해줄 생각은 없다. 하지만 우선 반성하고 바꿔야 할 쪽은 정부·여당이다.”

Q : 야당 일각에선 탄핵 얘기까지 나온다.

A : “국민이 먼저 ‘탄핵해야겠다’는 결심이 서야지, 정치 세력이 선도해서 탄핵하자고 하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처럼 실패한다. 반대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야당은 총리 교체 요구를 할지언정 탄핵 얘기는 일부러라도 입에 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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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통령 탄핵 주장에 대해 “탄핵 얘기가 나온다고 곧바로 탄핵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고, 근본적으로 탄핵으로 한국 민주주의가 좋아지느냐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수석은 대통령 탄핵을 연구한 결과를 정리해 신간『나쁜 권력은 어떻게 무너지는가 - 탄핵의 정치학』(메디치미디어)을 펴냈다.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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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여권에선 이재명 대표의 1심 선고 이후를 기대하는 눈치다.

A : “근본적으로 바뀌진 않을 거다. 지금 여론은 윤석열 정부가 잘하고 있느냐에 대한 평가다. 제가 여권에 감히 충고를 드린다면 이재명 집착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그게 늪이다.”

Q : 무슨 뜻인가.

A : “주문하듯 이재명만 외치는데, 그건 성공할 수 없다. ‘윤석열 대 이재명’ 승패는 이미 대선 때 끝났다. 국민은 정부와 대통령을 향해 화를 내는데, ‘얘가 나쁜 놈이야’ 답하는 식으로 돌파할 순 없다. 아무리 잘해봐야 약간의 시간을 버는 정도다. 그런 생각 벗어 던지고, 그저 정부·여당이 잘해서 득점할 생각을 해야 한다.”

오현석·윤지원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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