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혁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
비트코인의 투자 자산 가치에 대한 시장의 인식은 여전히 양극화돼 있다. 폭발적인 가격 움직임은 모멘텀을 중시하는 투기적 거래자에게 매력적인 조건이다. 2024년 수익률로 보면 비트코인은 119%로 S&P500(24%)은 물론, 7대 기술주인 매그니피센트 7(65%)도 크게 앞선다. 반면 극심한 가격 변동성은 주식·채권 같은 전통 자산에 익숙한 보수적 거래자에겐 회피 사유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S&P500의 약 3.5배, 미국 장기 국채의 약 4.5배다. 이런 특징은 비트코인의 과거 수익률 분포에서 잘 드러난다. 2015년부터 10년간 비트코인은 주요 자산군 중 최고 수익률을 8번, 최저 수익률을 2번(각각 -74%, -64%)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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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고 15년이 흐른 지금, 비트코인은 투기 대상으로만 머물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비판의 날을 세웠던 월가 인사 중에서 일부는 전향했다. 대표적 인물은 글로벌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다. 비트코인을 ‘자금 세탁 지수’라고 부르며 비난했던 그는 이제 비트코인의 분산투자 효과에 주목하며 ‘디지털 골드’라고 칭한다. 여러모로 금과 배경이 유사한 비트코인이 금과 마찬가지로 투자 포트폴리오의 구성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탓에 개별 자산으로선 리스크가 크지만, 포트폴리오에 추가하면 전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줄이고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핑크가 언급한 분산투자 효과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의 월간 수익률로 몇 가지 계산을 해봤다. 먼저 주식(S&P500 지수)·채권(미국 장기 국채)과 비트코인의 상관계수는 각각 0.3과 0.1이었다. 이처럼 낮은 상관계수는 비트코인이 전통적 자산들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형성할 때 분산투자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음으로 주식·채권·비트코인으로 구성된 가상 포트폴리오를 설정해 비트코인 편입에 따른 포트폴리오 변동성과 샤프지수(단위 리스크 대비 수익률 지표)를 측정한 결과, 비트코인의 투자 비중을 늘릴수록 두 수치 모두 상승했다. 비트코인 편입은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키우지만, 그보다 수익률 상승 폭이 더 커서 투자 효율성이 향상된다.
그렇다면 비트코인 편입에 따른 변동성 상승은 제한하면서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적정 투자 비중은 얼마일까? 60/40 포트폴리오(주식 60%, 채권 40%)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전체 포트폴리오의 2~5%가 적정해 보인다. 이 수준이면 변동성의 큰 변화 없이 샤프지수를 25~65% 정도 향상할 수 있다. 설령 투자금을 모두 잃어도 최대 5% 손실에 그쳐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최정혁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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