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G20 정상회담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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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기 행정부에서 미·중 경쟁은 더욱 격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더 강화된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중국에 대한 거친 압박을 예고했다. 중국은 ‘트럼프 시대’에 대비하며 미국과의 장기전을 준비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을 일자리를 가져가는 적으로 규정하며 경제적 대결과 공급망 분리를 가속화하겠다고 밝혀 왔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규제하며 중국의 ‘미래’를 겨냥했다면 트럼프 당선인은 당장 중국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조처를 예고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내놓은 정책 제안 ‘어젠다 47’에 전체 수입품에 20%의 관세를 물리고 특히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최소 6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약속했다. 자동차 등 일부 제품에는 200%까지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제안했다. 멕시코를 통한 우회 수출도 저지하기 위해 중국 업체가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에도 관세를 100% 부과하겠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 시절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을 일으켰다.
스위스계 투자은행 UBS는 중국 수입품에 대한 60% 관세 부과는 중국의 예상 경제 성장률은 2.5% 포인트를 깎아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수출액은 4272억달러로 전체 수출(3조3800억달러)의 12.6%를 차지했다. 중국은 경기부진 속에서 수출의존도가 점점 커지고 있다.
고율 관세는 실제로는 현실화되지 않을 수 있다. 물가 상승과 글로벌 공급망 혼란, 세계 경제 동반 침체 등 파괴적 결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극적인 협상을 선호하는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 부과를 협상카드로 쓸 가능성도 거론된다. 그러나 불확실성만으로 중국의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공급망 재편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통해 궁극적으로 겨냥하는 것은 일자리이다. 그는 선거 유세에서 “중국에서 펜실베이니아로, 한국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독일에서 바로 이곳 조지아로 제조업의 대규모 탈출을 보게 될 것”이라며 ‘일자리’ 또는 ‘공장’의 이전을 강조했다. 공화당은 ‘미국산 구매, 미국인 고용’ 원칙을 내세우며 일자리를 해외에 아웃소싱하는 기업은 연방정부와 거래를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로 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글로벌 수출 기업들이 일제히 빠져나갈 것이라는 보고서와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글로벌 생산기지로서의 위상이 위태로울 수 있다. 급격한 생산기지 이전과 공급망 재편이 강요될 경우 세계 경제 혼란이 불가피하다. 미국 수출처를 잃은 중국산 제품들이 개발도상국으로 향하면서 세계 경제가 왜곡되고 또 다른 무역 분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직접 충돌할 유일한 위험으로 거론되는 대만문제는 안갯 속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만을 지지하는 미국의 외교 기조를 이어왔지만 대만에 방위비 인상을 요구해 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성향에 따라 미국의 이익에 따라 대만을 놓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빅 딜’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해상교통 요충지인 대만 해협의 전략적 가치와 TSMC의 중요성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에도 미국·대만 관계는 강화돼 왔다.
트럼프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 노선이 장기적으로 중국에 불리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구축한 글로벌 대중국 견제망이 흔들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중국 견제 공조를 해온 유럽과 미국의 사이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누가 당선되든 미국과의 전략경쟁은 격화된다고 보고 준비를 해 왔다. 우선 미국 고립주의 노선의 빈 틈을 파고드는 외교 정책을 펼쳤다. 지난달 브릭스 정상회의(BRICS)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나롄드라 모디 총리와 5년 만의 공식 정상회담을 하고 중·인관계 회복을 선언했다. 중국은 한국·일본과의 관계개선도 꾀하고 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업그레이드하고 아프리카 50여개국을 초청해 투자를 약속했다.
중국은 지난 7월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3회 전체회의(3중전회)에서도 미국과의 갈등을 염두에 둔 구조의 정비를 내걸었다. 미국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첨단기술 자립을 꾀한다는 내용이다. 반간첩법이나 안보교육, 인터넷 통제 강화 등 내부 단속의 고삐도 죄고 있다. 트럼프 시대 미·중경쟁이 격화할수록 이러한 기조도 더욱 강화될 수 있다.
중국의 트럼프 시대 대응 전략의 첫 밑그림은 오는 8일 중국의 의회 격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회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전인대 상무위는 이날 부양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데 트럼프 당선인의 집권에 따라 부양 규모가 커지고 소비·내수 진작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7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내 “역사는 우리에게 중·미가 ‘협력하면 모두에 이롭고 싸우면 모두가 다친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미·중 협력이 계속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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