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첫 트랜스젠더 하원의원 세라 맥브라이드
미국 연방 하원의원에 당선된 세라 맥브라이드가 5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 윌밍턴 당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윌밍턴 |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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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역사를 쓰려고 출마한 게 아니에요. 이 나라와 델라웨어주를 달라지게 하려고 출마한 거죠. … (저의 당선은) 델라웨어 주민들이 공정하고, 우리의 민주주의가 모두를 품을 정도로 크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생각해요.”
5일(현지시간)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의회 선거에서 당선된 세라 맥브라이드 델라웨어주 상원의원(34)이 말했다. 그의 당선으로 미국에서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공개한 첫 연방 하원의원이 탄생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1990년생인 맥브라이드는 건설회사 대표 출신이다. 21세 때 대학 신문과 페이스북에 게시물을 올려 자신이 트랜스젠더 여성이란 사실을 처음 밝혔다.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로선 이미 전국적으로 명성을 쌓았다. 백악관에서 인턴으로 일한 최초의 트랜스젠더이며, 2016년에는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자로 나섰다. 정당의 대형 행사에서 연설한 첫 공개 트랜스젠더로 주목을 받았다.
2020년에 트랜스젠더로는 처음 주 상원의원에 당선돼 무난히 재선에 성공했다. 이날은 처음 공직에 도전한 공화당 존 웰런 후보를 별 어려움 없이 꺾고 연방 하원의원직을 꿰찼다. 전직 주 경찰인 웰런은 선거 과정에서 연방 지출 삭감과 불법 이민 제한을 주장했다.
맥브라이드는 이날 “오늘 밤은 델라웨어 주민들이 정체성이 아닌 아이디어로 후보를 판단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저소득층 등을 위한 의료보험 접근성 확대, 유급 휴가, 최저임금 인상, 총기 개혁 등을 주장해왔다.
맥브라이드의 연방 하원 진출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성소수자가 집중적으로 공격 대상이 된 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특히 의미가 있다. 공화당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보수 성향 지지자 결집을 위해 성소수자 권리를 깎아내리는 발언과 공약을 강조했다.
선거 운동 기간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공립학교가 아이들에게 성전환을 강요한다”는 거짓 주장을 일삼았다. 선거 유세 마지막 날 공화당 캠프는 다른 어떤 주제보다 트랜스젠더 문제에 초점을 맞춘 광고에 가장 큰 비용을 지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일부 트랜스젠더 유권자는 선거를 앞두고 NBC뉴스에 “트럼프가 재선한다면 나라를 떠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 최대 성소수자 인권단체 ‘휴먼 라이츠 캠페인’의 캘리 로빈슨 회장은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맥브라이드의 승리는 평등을 향한 행진에 있어 획기적인 성취”라고 평가했다. 맥브라이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와 함께 닥쳐올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싶진 않다”면서도 “희망은 어려움에 직면할 때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델라웨어주는 연방 하원의원이 1명 배정돼 있으며 2010년부터 민주당 몫이었다고 AP는 전했다. 현역인 리사 블런트 로체스터 의원이 연방 상원의원에 출마하면서 공석이 됐다.
맥브라이드는 델라웨어주를 지역구로 수십년간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조 바이든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2015년 세상을 떠난 바이든 대통령의 장남 보 바이든이 델라웨어 법무장관에 출마했을 때 선거운동을 도우며 본격적으로 정치권에 합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맥브라이드가 2018년 낸 책의 서문을 쓰기도 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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