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 주력산업 덮친 트럼프 쇼크
현대차·기아 20%, 한국GM 91%
수출 대미의존도 3년새 13%P↑
보편관세 현실화땐 타격 불가피
배터리, 전기차 수요에 80% 의존
친환경차 정책 폐기하면 치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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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를 무기로 쓰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국내 자동차와 배터리 업계의 표정이 얼어붙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필요하다면 1000%의 관세도 매기겠다”며 더 강력한 관세정책을 내세운 트럼프노믹스(Trumponomics) 시즌 2를 예고했다. 트럼프의 공언대로 관세 폭탄과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현실화하면 자동차·배터리 업계의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국내 완성차 업체와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자동자 산업의 대미 수출 의존도가 50%를 넘어섰다. 완성차의 미국 수출은 매년 19.7% 늘어 올해 4월 기준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6%를 기록했다. 2021년 37%였던 대미 의존도가 3년 사이에 13%포인트가 증가한 것이다. 8월에는 자동차의 미국 수출 비중이 52.2%로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10%의 보편 관세가 현실화하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소형차 생산기지를 담당하고 있는 한국GM은 말 그대로 폭탄을 맞는다. 한국GM은 전체 생산량 가운데 미국 수출 비중만 91.8%에 달한다.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GM으로서는 생산 축소나 현지 생산을 고려할 수밖에 없게 된다.
국내 최대 자동차 수출 업체인 현대차·기아 역시 관세 부과에 따른 타격이 막대하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생산 물량(91만 617대) 중 19.5%(17만 8100대)를 미국으로 수출했고 기아도 생산량(81만 5888대)의 21.7%(17만 7500대)를 미국으로 보냈다. 메리츠증권은 현대차와 기아가 보편 관세를 모두 비용 처리할 경우 영업손실이 각각 2조 7000억 원, 1조 8000억 원 발생할 수 있다는 보고서도 냈다. 현대차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약 18%, 기아는 15%가 관세로 증발하는 셈이다.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던 배터리 업계도 좌불안석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에 공장 설비를 이미 갖춘 만큼 보편 관세는 피할 수 있다. 문제는 폐기될 위기에 놓인 친환경차 정책이다. 트럼프는 4월 미시간주 연설에서 “임기 첫날 전기차 (보조금 지원) 명령 폐기에 서명할 것임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3사는 지금까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규정에 따른 생산세액공제(AMPC) 수혜를 바탕으로 꾸준히 미국 배터리 시장점유율을 높여왔다. 2022년 36.2%에 불과하던 점유율은 올해 4월 기준 49.7%까지 치솟았다. 산업연구원은 2025년 76.8%까지 비중을 확대할 수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이를 위해 국내 배터리 3사는 현대자동차·GM·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함께 미국에 합작공장을 세우며 생산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생산 능력은 2027년 기준 635GWh 규모로 현재의 5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가 친환경차 정책을 폐기하면 배터리 업계의 장밋빛 전망은 잿빛으로 변한다. 특히 전기차 성장 둔화에 내연차·하이브리드 등으로 포트폴리오 조정이 가능한 완성차 업계와 달리 배터리 기업은 전기차 수요에만 80%가량 의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달리 준수한 전기차 성장세를 보이던 미국 배터리 시장까지 등을 돌린다면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미국뿐 아니라 국내외의 전반적인 투자를 재검토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하기 전에 우리 정부와 기업이 함께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 회장은 “미국 정부 측에 우리 기업이 미국 진출과 투자 확대를 통해 고용 등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해야 한다”며 “민관이 정보를 수시로 공유하며 미 행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아웃리치(활동)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리스크 관리에 돌입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주요 통상 현안에 대해서는 상황별 대응 계획을 마련하고 양국 간 협력 채널을 가동해 적극적인 소통을 이어가겠다”며 “그 과정에서 업계의 목소리를 들으며 대응 전략을 구체화하고 우리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세종=심우일 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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