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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마사회 지원받았던 말도 ‘불법 축사’ 학대 현장에…“보호 조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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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최근 경마·승마에 이용됐던 말들이 처참하게 죽거나 방치된 충남 공주시 불법 축사에서 한국마사회의 ‘경주마 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말이 발견됐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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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마사회의 ‘경주마 복지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말이 ‘공주 퇴역마 학대’ 현장에서 지내온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달 15일 충남 공주의 한 불법 축사에서 경마·승마에 이용되던 말들이 처참하게 죽거나 굶주린 채 발견됐는데, 그 가운데 한 마리가 최근까지 경기에 출전했던 경주마였던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현재 한국마사회와 마주들이 자발적으로 기금을 만들어 경주마들의 재활 치료 등에 쓰고 있으나, 은퇴한 말은 대다수가 결국 버려지거나 도축되는 것이 현실이다.



7일 동물단체들의 연합인 ‘말 복지 수립 범국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한국마사회가 있는 서울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은 지난 2021년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낙마 장면을 촬영한 뒤 사망한 퇴역 경주마 ‘까미’(경주명 ‘마리아주’) 사망 3주기 추모하고, 최근 불거진 ‘공주시 퇴역마 학대 방치 사건’의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 개최됐다.



김세현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공주시 폐마 목장 사건’을 접한지 오늘로 23일째가 된다. 현재까지 10마리가 사망한 그곳에 여전히 17마리의 말이 살아있다”면서 “말들 가운데 지난 5월까지 한국마사회의 ‘재활지원 프로그램’으로 승용마로 전환된 ‘천지의빛’이 포함된 것을 최근 파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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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의빛’ 최근 모습. 한국말복지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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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설명을 들어보면, ‘천지의빛’은 경주마로 주로 이용되는 ‘더러브렛’ 품종으로 지난 2019년 태어나 올해 5살이 됐다. 천지의빛은 지난 2022년 8월 경주 중 앞다리가 골절되는 부상을 입었는데, 한국마사회와 서울마주협회가 공동 조성한 더러브렛 복지기금을 활용한 ‘재활지원 프로그램’의 지원을 받아 6개월 동안 휴양 및 재활치료를 받고 경주에 복귀했다. 이후 몇 번의 경주에 출전했으나 지난해 9월 최종 은퇴했다.



그 뒤 정부의 ‘말 산업 정보 포털’에는 천지의빛이 현역으로서 충남 아산의 한 승마장에서 지내고 있는 것으로 기록되고 있으나 실제로는 충남 공주시의 불법 축사에서 발견된 것이다. 한국마사회가 일부 업장과 협약을 맺어 시범적인 성격의 ‘퇴역마 보호’ 사업을 벌이고 있으나, 대부분의 퇴역마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별다른 보호 조처가 없다.



앞서 지난달 15일 공주시의 불법 축사에서는 말 사체가 나뒹구는 참혹한 현장에서 살아있는 말 십여 마리가 발견됐다. 이곳에는 지난 8월부터 경마·승마에 이용됐던 말 23마리가 방치됐는데, 그사이 8마리가 죽었다. 단체의 현장 적발 이후에도 말 소유주는 4마리의 말을 어디선가 더 데려왔다. 동물단체들은 해당 소유주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공주시에 ‘피학대 동물 긴급 보호조치’를 요청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사이 말 2마리가 더 사망해 현재 현장에는 17마리가 남아있다.



대책위는 “퇴역경주마 ‘까미’가 다리에 와이어를 묶고 넘어진 뒤 사망한 지 3년이 흘렀지만, 경주마가 처한 잔혹한 실태는 여전하다”면서 “한 해 평균 1300여 마리 경주마가 은퇴하지만 절반가량은 안락사 되거나 도축 당하고 이외의 수십~수백 마리 말들은 행방조차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공주 불법 농장 사건은 병들고 늙은 말들을 데려와 방치는 ‘폐마 목장’의 실태를 여실히 드러낸다”면서 “학대 현장에 남겨진 17마리 말들의 보호 조치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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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단체들의 연합인 ‘말 복지 수립 범국민대책위원회’가 7일 오전 서울 과천시 렛츠런파크 서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퇴역마 복지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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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기자회견을 마친 대책위는 한국마사회 말복지센터 관계자와 ‘공주 폐마 목장 사건’ 말들의 보호조치를 위한 긴급 면담을 진행했다. 대책위는 이 자리에서 현재 산통(소화기 통증)·봉와직염(급성 세균 감염증) 등을 앓고 있는 말들에 대한 적극적인 치료와 피학대 동물 보호 조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진갑 말복지센터 센터장은 “마사회가 지난해 구축한 ‘학대 말 긴급 구호시스템’은 학대받은 말을 최대 1개월까지 임시보호 조치할 수 있다”면서 “다만 관할 지자체가 말들에 대한 피학대 조치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이 과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른 시일 내에 대책위와 공주시, 소유주, 마사회가 참여하는 논의체를 구성하고 공주 목장의 말들의 보호 조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022년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고꾸라진 뒤 사망한 퇴역 경주마 ‘까미 사건’ 이후 경마·기관에서 일했던 말들을 위한 보호·복지체계와 ‘말 전 생애 이력제 의무화’ 등을 촉구해왔다. 21대 국회에서 이를 보완할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으나 회기가 종료되며 법안이 자동폐기됐다. 말 복지 수립 범국민대책위원회에는 비글구조네트워크, 한국말복지연구소, 제주비건, 동물자유연대, 카라, 동물해방물결 등 16개 동물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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