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승강기에 붙은 비인가 게시물을 뜯은 10대 중학생을 재물손괴 혐의로 송치했던 경찰이 보완 수사 끝에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독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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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승강기에 붙은 비인가 게시물을 뜯은 10대 중학생을 재물손괴 혐의로 송치했던 경찰이 보완 수사 끝에 ‘혐의없음’으로 결론냈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ㄱ양의 재물손괴 혐의와 관련해 지난달 25일 불송치 의견으로 보완 수사 결과를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은 경찰의 보완 수사 내용을 검토한 뒤 ㄱ양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통보했다.
ㄱ양은 지난 5월11일 용인시 기흥구의 한 아파트 승강기를 타고 귀가하던 중 거울에 붙어있는 비인가 게시물을 뜯은 혐의로 입건됐다. ㄱ양은 거울에 붙은 게시물이 시야를 방해해 떼어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해당 게시물은 아파트 내 주민자치 조직이 하자보수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려고 부착한 것으로,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게재 인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경찰은 ㄱ양의 행위가 재물손괴의 요건에 해당한다며 이 사건을 지난 8월 검찰에 송치했다. 공동주택관리법상 게시물에 대한 조처는 관리주체의 업무에 속하지만, 관리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은 게시물에 관해 관리주체가 임의로 이를 철거할 수 있다는 하위규정은 없다는 것이다.
떼어 낸 종이가 일반적인 광고 전단이 아닌 의견 개진을 위한 게시물이었던 점도 고려했다. 경찰은 ㄱ양과 같은 내용의 게시물을 뜯은 60대 주민과 문제의 게시물 위에 다른 게시물을 덮어 부착한 관리사무소장도 함께 송치됐다. 이 아파트는 하자보수 보상 범위를 놓고 주민자치 조직과 입주자대표회의 및 관리사무소 사이에 갈등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ㄱ양의 부모가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억울함을 토로하는 등 논란이 일자 경찰은 해당 사건에 추가 고려 사항이 있다고 판단해 검찰과 협의해 보완 수사를 결정했다. 경찰이 비슷한 사건 80여건을 분석한 결과, 해당 게시물이 승강기 내 거울의 기능을 방해하고 있는 점, ㄱ양 등에게 손괴의 고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ㄱ양 등 3명 모두 ‘혐의없음’으로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게시물을 떼어 낸 사례와 관련해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사례가 다수 있다”며 “다만, 이번 사안은 거울의 기능이나 게시물 손괴의 고의성 등을 세밀하게 분석했고, 국민의 법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재물손괴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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