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반환점 앞두고 尹대통령 기자회견
"배우자 조언, 국정 농단 아냐…아내, 明과 일상적 문자만"
金여사 활동 전면중단과 거리…이달 순방엔 동행 안할듯
특검엔 거부권 방침 재확인…인적 쇄신엔 시간 걸릴 듯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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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 분수령 속에서 두 번째로 고개 숙여 사과
윤 대통령은 7일 대국민담화에서“제 주변의 일로 국민들께 걱정과 염려를 드리기도 했다”고 사과했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사과의 의미를 묻는 질문을 받자 “국민들에게 걱정을 끼친 것은 저와 제 아내의 처신과 모든 것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이런 일이 안 생기도록 더 조심하겠다는 말”이라고 답했다. 이번 사과의 핵심이 김 여사 문제에 있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고개 숙여 사과한 건 2021년 대선 당시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에도 윤 대통령은 김 여사의 허위 이력 관련 의혹에 관해 사과했다.
대통령실을 비롯한 정치권에선 이번 기자회견 의미를 엄중하게 봤다. 윤 대통령 임기 반환점(11월 10일)을 앞둔 상황에서 집권 후반기 국정 장악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분수령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6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19%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윤 대통령이 이달 말 준비했던 기자회견을 전격적으로 당기고 회견 시간을 늘린 데 이어 대국민 사과까지 결심한 것도 이런 어려운 상황 때문이다.
“없는 것까지 만들어 妻 악마화”
하지만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억울하게 공격받는 면이 있다는 생각도 감추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없는 것까지 만들어서 그야말로 저를 타깃으로 해서 제 처를 악마화시킨 것은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처신’에 사과를 하면서도 구체적인 의혹에 반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대통령실 내 이른바 ‘김건희 라인’을 앞세운 김 여사의 국정 관여 의혹에 관해 “김건희 라인이란 말은 굉장히 부정적인 소리로 들린다”고 했다. 배우자가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걸 국정농단·개입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게 윤 대통령 취지다.
윤 대통령은 정치 브로커로 알려진 명태균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명태균 씨와 관련해서 부적절한 일을 한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대선 경선 후반에 ‘연락하지 말라’고 명 씨에게 말했고 대선이 끝난 후엔 섭섭할 수 있겠다 싶어 전화를 받아줬다는 게 윤 대통령 설명이다. 윤 대통령은 명 씨 관련 여론조작·공천 개입·창원 제2국가산단 관련 정보 유출 의혹에도 그럴 이유도 없고 공천 심사나 정책 결정 구조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부인했다.
윤 대통령은 한때 윤 대통령과 명 씨 간 연락 횟수에 대한 대통령실 설명이 사실에 어긋난 것엔 취지가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김 여사가 명 씨와 연락을 주고받았는지에 대해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공개하기엔 일상적인 것(문자)들이 많다. 몇 차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아직 미지근한 쇄신 방안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국민 여러분의 뜻은 겸허히 받들어서 국민을 섬기는 마음으로 쇄신에 쇄신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방안은 아직 불투명하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문제에 윤 대통령은 “국민들이 좋아하면 하고 국민들이 싫다고 하면 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외교 관례상, 국익 활동상 반드시 해야 한다고 저와 제 참모가 판단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중단해왔다”고 했다. 더이상 김 여사가 대외활동을 줄일 여지가 크지 않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달 예정된 윤 대통령 외교 일정에 김 여사가 동행하지 않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김 여사 관련 명품 가방 수수·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야당의 특검 수사 주장에도 윤 대통령은 위헌적 특검을 추진한다고 역공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해선 “(지난 정권에서) 2년 넘도록 수백 명의 수사인력을 투입해서 김건희를 기소할 만한 혐의가 나올 때까지 정말 어마 무시하게 많은 사람들을 조사했는데 기소를 못했지 않느냐”고 따졌다. 야당은 김 여사 관련 특검법을 재추진하고 있지만 이대로면 윤 대통령은 다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공산이 크다.
한동훈 대표 등이 요구한 내각·대통령실에 대한 인적 쇄신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적재적소 적임자들을 찾아서 일을 맡기는 문제는 늘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인사 검증과 새해 예산 심의, 내년 미국 새 행정부 출범 등을 이유로 단기간에 인사를 단행하기 어렵다는 뜻을 피력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날 제2부속실을 출범시켰다. 제2부속실은 대통령 배우자를 전담 보좌하는 조직으로 윤 대통령 취임 후 폐지됐으나 김 여사 관련 논란이 이어지자 부활시켰다. 윤 대통령은 “그런 것들(제2부속실 업무)을 잘하면 (김 여사 관련) 리스크는 좀 줄어들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와 함께 불필요한 사적 연락을 피하기 위해 윤 대통령 내외 개인 휴대전화 번호도 조만간 바꿀 예정이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윤 대통령 사과에 진정성은 있었으나 국민 눈높이엔 다소 못 미치는 면이 있었다”며 “일단 대통령이 성의를 보인 만큼 지지율 하락은 멈출 수 있겠으나 앞으로 실천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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