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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7 (목)

녹취로 몰락한 닉슨 미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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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나는 역사다] 리처드 닉슨 (1913~1994)



1960년 11월8일, 리처드 닉슨은 대선에서 패했다. 케네디 승리. 1968년에는 닉슨이 당선. 1972년 11월7일, 큰 표 차로 재선에 성공했다. 득표율 61%라는 압승이었다. 자신을 기다릴 초라한 미래를 이때만 해도 닉슨은 몰랐으리라.



이에 앞서 1972년 6월17일, 워터게이트 빌딩에 몰래 들어가던 다섯명의 침입자가 체포됐다. 워터게이트 빌딩은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가 있던 곳이다. 그런데 침입자의 정체가 수상했다. 워싱턴포스트의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틴이 취재하여, 침입자들이 닉슨 대통령 재선위원회와 엮여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정체를 감춘 ‘딥 스로트’라는 내부고발자도 두 기자를 도왔다(딥 스로트의 정체가 미 연방수사국(FBI) 부국장 마크 펠트였다는 사실이 수십년 후 밝혀졌다).



대통령의 선거 개입은 예나 지금이나 민감한 문제. 특검이 시작됐다. 닉슨의 해명도 시원찮았다. “나는 사기꾼이 아니”라는 그의 말은 정치인의 변명 가운데 가장 실패한 사례로 꼽힌다.



의혹은 커지고 해명은 지지부진한 가운데, 대통령의 음성 녹취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닉슨이 대통령 집무실에 자동 녹취 시스템을 설치했다’는 증언이 1973년 7월에 나온 것이다. 대통령 자신의 목소리로 범죄 연루가 입증될 상황. 닉슨은 녹취 테이프를 제출하지 않으려 버텼고, 사건은 법정으로 갔다. 1974년 7월, 대법원은 테이프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결.



8월, 녹취가 공개되자 여론은 대통령에게 등을 돌렸다. 닉슨이 제대로 된 수사를 받지 않으려고 의논한 일이 1972년의 테이프에 담겼다. 닉슨이 선거에 개입하고 사건을 은폐하려던 증거. 어떤 테이프는 18분 넘게 음성이 지워져 있었다. 집권 여당 사람들도 닉슨에게 등을 돌렸다. 탄핵을 앞두고 닉슨은 8월9일에 사임했다.



대통령일 때 닉슨은 외교를 잘했다. 베트남 전쟁에서 발을 뺐고 소련과 데탕트 정책을 추진했으며 중국과 관계를 정상화했다. 모든 성과가 대통령의 육성이 담긴 녹취로 잊혔다. 아, 어디까지나 닉슨 이야기다.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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