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당선이 확정된 6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거래인이 지나가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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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로 다가온 ‘트럼피즘 2.0’에 ‘무역 전쟁’ 우려 목소리가 유럽 등에서 커지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부총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편 관세’공약을 이행한다면 ‘관세→보복 관세→재보복 관세’로 악순환이 이어져 경제가 “엄청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루이스 데 기도스 유럽중앙은행 부총재가 6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관세, 무역 장벽, 보호무역주의는 세계 경제에 해가 될 것”이라며 “무역 전쟁으로 이어지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미국에 수입되는 물품에 기존 관세에 최소 10%를 더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데 기도스 부총재는 이 부분을 짚어 “관세를 부과하면 상대방이 대응해 보복하고, 이는 인플레이션과 관세 면에서 악순환을 불러 최악의 결과를 부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트럼프의 관세 장벽 현실화는 유럽 경제에 큰 부담이다. 미국은 유럽연합(EU)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2023년 기준으로 유럽연합의 대미국 수출액은 5407억달러, 전체 수출의 19.7%를 차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 10%의 보편 관세를 물리겠다는 트럼프 공약은 유럽 경제에 부담을 넘어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위원이자 프랑스 중앙은행 방크드프랑스의 수장인 프랑수아 빌레로이 드 갈라우 총재는 이날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관세 인상을 통한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세계 다른 지역의 성장에도 해를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유럽 경제·통화 관계자의 잇따른 강경 발언은 이 지역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유로화를 사용하는 20개 나라) 경제는 저성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다. 데 기도스 부총재는 이날 유로존 경제에 관해 “올해 상반기 완만하게 회복했지만, 최근 지표는 경제 활동이 계속 약화하고 있는 걸 보여준다”고 했다. 유럽연합 통계기구 유로스타트는 지난달 30일 유로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 분기보다 0.4% 증가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0.2%)를 넘었지만, 데 기도스 부총재는 3분기 수치는 2024 파리 올림픽 등 일회성 행사 영향이어서 전반적인 상황은 어둡다고 내다봤다.
바이든 행정부의 니어쇼어링(Nearshoring·기업의 생산이나 서비스 업무를 본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로 이전하는 전략) 수혜를 입던 멕시코도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국외 제조공장을 미국으로 옮기고, 미국과 멕시코 사이 장벽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이런 방침은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 뒤 무역량과 직접투자 등이 늘어난 멕시코 입장에선 악재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6일 미국 뉴욕외환거래시장에서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화 가치는 1%가량 하락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보편 관세 부과를 이행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아룬 사이 픽셋자산운용 수석 전략가는 “트럼프가 취임 즉시 모든 관세 관련 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동시에 그만큼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지적도 있다. 닉 헤이즈 악사인베스트먼트매니저스 채권 책임자는 트럼프 복귀를 두고 “확실한 것은 ‘그가 돌아왔다’는 것이고, 불확실한 것은 ‘그가 무엇을 할 것인가’이다”라고 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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