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7일 도널드 트럼프(얼굴)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 통화를 하고 조만간 만나기로 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전 7시59분부터 약 12분간 전화 통화가 이뤄졌다”며 “(양측이) 조만간 이른 시일 내에 날짜와 장소를 정해 회동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달 중순 남미에서 펼쳐지는 다자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미국에 들러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하는 방안을 정부는 적극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은 통화에서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우크라이나 전쟁, 한·미·일 협력 등을 논의했다. 김 차장은 “북한의 점증하는 핵 능력,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 오물 풍선 낙하, 서해상 위치정보시스템(GPS) 교란 문제에 대해서도 정보 상황을 공유하고 양측이 함께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또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군사 동향을 상호 평가하고, 긴박한 우크라이나 전황에 대한 우려에도 공감했다고 김 차장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에게 “한·미·일 협력 관계가 나날이 견고해져 왔고, 이런 협력이 캠프데이비드 3국 협력 체계로 구축될 수 있었던 데에는 1기 재임 동안 한·미·일 협력을 잘 다져놓은 트럼프 당선인의 기여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이 안보와 경제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자”고 했다. 이에 트럼프 당선인은 “한·미 간 좋은 협력 관계를 이어가길 기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두루 잘 듣고 있다”고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윤 대통령에게 미국 조선업에 대한 한국 기업의 협력을 요청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긴밀하게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김 차장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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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북 오물풍선·ICBM 도발 안믿긴다 해”
윤석열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7일 전화 통화에 이어 이른 시일 내에 만나기로 했다. 사진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4월 골프 경기를 보면서 전화하는 모습.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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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도 통화 내용을 소개하며 “축하 인사를 먼저 했고,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강력한 연대와 파트너십을 갖자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한·미·일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 시기에도 한·미·일 삼각 협력은 잘 진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며 “북한이 오물 쓰레기 풍선을 7000번이나 보내고 GPS 교란과 ICBM을 마구잡이로 쏜다고 하자 (트럼프 당선인이) ‘참 믿기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대북 공조에 대해선 “트럼프 당선인은 대통령 시절 비핵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어떻게 보면 너무나 큰 실망을 한 것”이라며 “금명간 북한의 핵 기술과 역량이 어느 정도 변했는지 보고받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고를 받고 나면 양자로 하든, 일본 이시바 총리까지 셋이 하든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수퍼관세 등 보호무역을 내세우는 트럼프 정부 출범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해선 “우리 국민 경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으로, 바이든 정부 때와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리스크 헤징(위험 회피)을 위한 준비는 오래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트럼프 당선인과 가까운 인사들인 빌 해거티 미 연방 상원의원과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 등을 접견한 사실을 거론하며 “제가 ‘트럼프 당선인이 이야기하는 정책들이 한국 기업에 불리할 것 같아 걱정’이라는 이야기를 하면, 그분들이 ‘걱정하지 마라. 한국 기업에 크게 피해가 안 가게 여러 가지 잘 풀어나갈 것이다’는 얘기를 계속 하더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개인적 유대를 중시하는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 스타일과 관련해선 “미국의 여야 상·하원 의원들로부터 트럼프 당선인과 ‘케미(궁합)가 맞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별문제 없이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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