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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양상훈 칼럼] 김 여사의 다음 호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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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 다한 尹 회견… 관건은 김 여사 문제

대외 활동 중단보다 ‘대내 활동’ 중단해야

다시 ‘여사’로 불리는 것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지난 6월 13일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아스타나 공항에서 출발하기 전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가운데는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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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사는 지인이 친분이 있는 국민의힘 대구 당원들 얘기를 전했다. 그에 따르면 당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부인을 ‘김건희 여사’ ‘여사님’ ‘여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것이 어느 순간 ‘김건희’라는 이름으로 바뀌었고, 다시 시간이 흐르자 ‘가(걔·그 아이)’라는 경상도 호칭으로 변했다. 그러더니 이제는 당원 상당수가 그냥 욕설로 부른다고 한다.

호칭 변화 때마다 계기가 있었을 것이다. 호칭이 ‘여사’에서 그냥 이름으로 바뀐 것은 황당한 친북 인물과 만나며 명품 백을 받은 영향이 컸을 것이다.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를 국민 눈높이에서 봐야 한다”는 당내 견해에 분노하는 등 여러 무리한 모습을 연이어 보이면서 총선에 참패하자 김 여사 호칭은 ‘가’로 변했을 것으로 본다.

‘가’는 상대에 대한 기대를 포기한 3인칭이다. 이름을 부를 때 조금이나마 들어있는 존중마저 사라진 아주 객관적 호칭이다. 총선에 참패하고도 윤 대통령 부부의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상황에서 명품 백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관련해 김 여사가 모두 불기소 처분 되자 ‘가’는 욕설로 바뀌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편’ 의식이 약간이라도 있으면 욕설까지는 하지 않는다. 이때부터 대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눈에 띄게 하락한 것 같다.

7일 윤 대통령 기자회견은 ‘기대에 못 미친다’는 반응이 좀 더 많은 듯하다. 그래도 필자는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뭔가 바뀌겠다고 마련한 담화이고 회견이다. 목소리가 달라질 정도로 끝까지 모든 질문에 답하면서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어쨌든 이제부터 윤 대통령이 달라지면 본인과 국정, 나라를 위해 큰 다행이다.

그런 점에서 윤 대통령에게 진심으로 고언하고 싶은 것은 지금 대통령에게 필요한 변화에서 한 가지가 빠지면 다 소용없다는 사실이다. 그 한 가지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7일 회견에서 나타난 것처럼 윤 대통령은 김 여사가 부당하게 ‘악마화’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여사 어머니가 고령에도 법정 구속된 것도 대통령 가족으로서 겪은 역차별이라고 느끼고 있을 수도 있다. 가족으로서 이런 시각은 인지상정일 것이다.

그러나 김 여사의 문제는 한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대구의 당원들이 ‘욕설’로 호칭하고, 국민 거의 모두가 혀를 차며, 야당은 이를 이용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는 그런 문제다. 윤 대통령 회견에서 이런 엄중함은 잘 보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당원들조차 김 여사를 욕설로 호칭하는 것은 김 여사만이 아니라 윤 대통령의 이런 자세 탓도 있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대통령 부인이 대통령을 도와 선거를 잘 치르고 국정도 원만하게 잘하기 위한 일들을 국정농단이라 하면 그건 국어사전을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본다”고 했다. 김 여사가 대통령을 도와 선거를 잘 치르고 국정을 원만하게 잘하기 위한 일들을 해왔다면 오늘날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아무 일도 못하는 소수당으로 전락하고 국민 앞에서 몇 번이고 사과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김 여사에 대한 국민의 시선은 윤 대통령이 생각하는 것보다 나쁘다. 윤 대통령은 “외교 등 국익 활동을 제외하고는 (김 여사) 대외활동을 모두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상식적인 판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시중 여론은 김 여사의 외국 순방에 대해 더 부정적이다. 윤 대통령 순방은 이명박, 문재인 대통령보다 적은데, 여론이 너무 한다고 할 수 있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온 이유가 있다. 외국 순방 때 김 여사의 모습과 논란이 이런 여론을 만들었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이 카자흐스탄 방문을 마치고 그곳 공항을 떠날 때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대통령실이 공개 배포한 사진이다. 김 여사가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윤 대통령은 그 중간에 작게 나와 있다. 지금도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떠 있다. 한 언론인이 “이 사진이 무언가를 시사하는 것 같다”고 했는데 그 말도 기억에 남아 있다.

2027년 5월 윤 대통령이 퇴임할 때 국민들이 김 여사를 다시 ‘여사’로 부르게 되기를 소망한다.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김 여사가 대외 활동만 중단할 것이 아니라 ‘대내 활동’도 중단해야 한다. 지치고 피로한 윤 대통령에게 휴식과 위로를 주는 일 외에 어떤 인사나 정책에도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 7일 윤 대통령 회견을 계기로 김 여사가 진정으로 바뀌어 임기 후 국민으로부터 ‘여사’로 불리며 대통령 관저를 떠났으면 한다. 그 여부를 보면 윤석열 정부 성패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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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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