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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트럼프 재집권에 미국 주류 언론들 ‘패닉’… “언론 신뢰성 타격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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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강성 지지자들 "미디어에 완승"
밑바닥 민심 못 읽은 언론, "사망" 조롱도
자신 비판하는 '적'에 보복 예고한 트럼프
과거엔 백악관 출입 막고 인가 취소 협박
한국일보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6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대선 승리 연설 연단에 올라 춤을 추고 있다. 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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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재집권은 미국 주류 언론에 '재앙'이 되리라는 어두운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집권 1기 때부터 언론에 대한 노골적인 불신·불만을 드러내왔는데, 2기에서도 이런 행보를 그대로 반복하리라는 우려다. 무엇보다 트럼프 당선자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을 '적'으로 규정하고 수차례 보복을 예고해왔다는 점에서도 이런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순종적 선전매체 원해"


미 CNN방송 분석가 브라이언 스텔터는 6일(현지시간) '트럼프의 복귀는 언론의 신뢰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는 언론에 결코 만족한 적이 없었으며 언제나 순종적이고 선전매체 같은 언론을 원했다"며 "그의 재선은 불편부당성을 추구하는 주류 언론사들에는 적대적인 새 시대의 전조"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충성파 중 일부는 그의 승리가 '뉴스 미디어에 대한 완전한 거부'라고 주장한다"는 게 그의 경고다. 트럼프 대선 승리가 "주류 미디어를 믿지 말라"는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미국인이 다수라는 점을 확인시켰고, 지지자들은 이에 고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초박빙 판세'가 될 것이라던 언론의 예측이 빗나갔다는 점은 특히 뼈아프다. 다수의 주류 언론이 소수인종·여성·민주주의 등에 대한 트럼프의 막말과 위협적 수사를 연일 비판했지만, 정작 유권자들의 표심은 치솟은 인플레이션 등 '먹고사니즘'에 쏠렸다.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은 주류 언론이 '밑바닥 민심'을 정교하게 읽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보수 성향 매체 데일리 와이어의 팟캐스터 맷 월시는 트럼프 승리 선언 직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레거시 미디어는 공식적으로 사망했다"며 "트럼프가 이들을 완파한 것"이라고 썼다.

실제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방송사들이 내놓은 기사들을 보면 '트럼프 시대'에 대한 위기감이 감지된다. WP는 전문가들을 인용,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가 "이미 망가진 민주주의의 중대한 붕괴를 알리는 신호"라고 깎아내렸다.

진보 성향 NYT의 비판 수위는 더 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선거 과정에서 이른바 '현금 살포'로 트럼프 지지자들을 끌어모은 것을 놓고 "트럼프의 승리는 거대 자본의 승리"라고 평가절하했다.
한국일보

미국 뉴욕에 위치한 뉴욕타임스 본사 건물 전경.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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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송국 인가 취소 협박


당장 닥칠 문제는 '정적에게 복수하겠다'고 호언장담해 온 트럼프 당선자의 예측 불허 행보다. 1기 집권 당시 자신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언론인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벌이기 일쑤였고, 미 지상파 방송국 NBC를 상대로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를 동원해 인가 취소를 압박하기도 했다. 지난 9월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의 TV토론 때는 자신의 발언마다 '팩트체크'를 하며 바로잡는 사회자에게 불만을 갖고 "주관사 ABC방송의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2018년에는 기자회견 도중 자신과 설전을 벌였던 CNN 기자의 백악관 출입 자격을 박탈했다가 '언론 자유 훼손'이라는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 기자는 CNN이 소송을 제기해 법원에서 승리하고서야 다시 백악관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위용성 기자 u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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