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北核문제 어떻게 풀까
트럼프, 선거 유세 중 金과의 친분 과시
핵폐기 아닌 핵군축 협상 시도 가능성
北, 우크라전 참전 상황서 반응 불확실
러 ‘뒷배’ 두고 요구 수준 높일 수 있어
주한미군 감축 시나리오까지 더하면
한반도 전체 핵무장 초래 우려도 나와
미국 대선이 치러진 5일(현지시간) 워싱턴타임스가 주최한 웨비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측 인사로 분류되는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은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된다면, 그는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즉시 재개할 것이라는 직감이 든다”며 “푸틴이든, 시진핑이든, 김정은이든 그(트럼프)의 본능은 같은 방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서로를 알아간 다음 거래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브로맨스 과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이 제45대 대통령으로 재임하던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판문점=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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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진행된 같은 웨비나에서 트럼프 1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존 볼턴 전 NSC 보좌관의 비서실장을 지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미국안보센터 부소장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선되면) 긴장을 낮추기 위해 북한과의 정상급 양자 외교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유세에서 꾸준히 김 위원장을 언급해 왔다. 자신이 트럼프 1기에서 그와의 친분으로 미국의 안전을 지켜냈다거나 하는 내용들이다. 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들은 대체로 그가 김 위원장과 접촉을 피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이 이전까지 북핵 문제에서 한?미의 목표였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존중하느냐이다. 한·미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미국과 대화에 복귀할 경우 트럼프 1기 때의 핵폐기 협상이 아니라 핵군축 협상이 될 거란 전망이 늘고 있다. 핵군축 협상이 될 경우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묵인하는 것이어서 논란의 대상이다.
이날 웨비나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6자회담 차석대표였던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무부 대북특사가 깅그리치 전 의장에게 미국이 북한과 핵군축 협상에 들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한국에 많다고 언급한 것은 이 점을 다시 짚은 것이다. 매파 북핵전문가인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지난 6월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은 트럼프가 자랑할 수 있도록 제한된 양의 핵물질, 1세대 핵시설을 넘기는 것 등 덜 중요하지만 가시적인 형태의 비핵화를 제공함으로써 그와 거래를 성사할 수 있다. 트럼프는 쉬운 승리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감축시키는 시나리오까지 더해지면 “이 시나리오는 한반도 전체의 핵무장을 초래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짚었다.
다만 측근들은 트럼프 당선인이 핵문제의 중요성을 안다고 방어한다. 깅그리치 전 의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첫 임기에서 핵문제의 중요성을 알게 됐다며 “트럼프는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에 대해 매우 신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졌을 당시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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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핵군축 협상을 할 가능성과 관련해 미 조야의 전문가나 관료 집단, 혹은 제도적 장치가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김천식 통일연구원장은 “북한의 핵보유 묵인이나 인정은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를 깨는 것인데, 트럼프는 몰라도 미국이라는 나라가 이를 용인할 수 있겠느냐”며 “전 세계가 요동을 칠 것이기 때문에 그런 협상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해 북?미가 일정 시점에 대화를 재개하게 되면 1기에서 북?미 간 유일하게 문서로 남겨진 합의인 2018년 체결된 싱가포르 합의가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 싱가포르 합의뿐 아니라 당시 진행되던 북핵 협상의 여러 잔재가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화에 나서더라도 이번엔 러시아의 뒷배를 장착한 북한이 원하는 상응 조치는 하노이 협상 당시보다 훨씬 높은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북한은 당선 이튿날 침묵을 지켰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재입성으로 당장 북한이 노선 변화를 보일 가능성을 놓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북한은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에서의 협상 결렬, 2020년 11월 트럼프 낙선, 바이든 대통령 당선 이후 2021년 1월 8차 당대회에서 향후 5년 노선을 천명한 바 있다. 기존의 경제 집중 노선에서 국방력 강화로 선회한 것이었다. 국방공업 발전 및 무기체계 개발 5개년 계획을 선포하고 핵·미사일 고도화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두 사람은 2018∼2019년 총 3차례 만나 양자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종식에 관한 아무런 해법도 도출하지 못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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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 첫 핵폐기 협상이 결렬된 뒤 핵무력을 아예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겠다고 돌아선 것이었다. 이 노선은 2025년 12월 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열어 성과를 결산할 때까지 변화할 가능성이 낮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다만 김 위원장과 트럼프 당선인의 개인적 친분은 변수다. 트럼프 1기 때 두 정상은 세 차례 회동과 협상 결렬까지 북·미관계가 격동기를 거치는 동안 친서를 수십통 주고받았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7월 “나는 김정은과 잘 지냈다”고 하자 북한은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사 논평 형식으로 “수뇌(정상) 간 잘 개인적 친분관계를 내세우면서 국가 간 관계에 반영하려 한 것은 사실이나 실질적인 변화는 가져오지 못했다”며 “공은 공이고 사는 사”라고 반응한 바 있다. 북한이 미국을 상대로 ‘선 긋기’를 하면서도 개인적 친분은 인정하며 여지를 남기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김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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