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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레드메인이 암살자 ‘더 자칼’로 변신했다. 오랜만에 출연하는 TV 시리즈물 주연이다. 영국 스카이 스튜디오가 제작한 10부작 ‘자칼의 날’은 프레더릭 포사이스가 1971년 발표한 첩보소설의 고전로 꼽히는 동명소설이 원작이다. 1962년 프랑스령 알제리의 독립을 허용한 샤를 드골 당시 프랑스 대통령을 암살하려다 미수에 그친 비밀군사조직(OAS)의 음모를 치밀한 구성과 빠른 전개로 다룬 원작을 현대 정치적 배경으로 재구성했다.
에디 레드메인은 “자칼처럼 어둡고 소름끼치는 캐릭터의 마음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흥미로웠다”며 “에드워드 폭스의 영화(1973)를 보고 자랐다.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영화 중 하나였는데 어린 나이에 보긴 부적절했지만 눈을 떼지 못했다”고 밝혔다. 직감으로 작품 출연을 결정한다는 그는 “영화에는 아날로그적인 매력이 있었다. 첩보 활동이나 암살자의 기술이 뭔가 구식이었지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따라 모든 것이 이론대로 진행될 때 일종의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며 “시리즈 대본이 손에 들어왔을 때 사람들이 좋아하는 작품을 망쳐선 안된다는 생각에 엄청난 설렘과 약간의 두려움을 동시에 느꼈다”고 설명했다.
자칼은 프랑스에서 종신형을 세 번 선고 받고 복역 중인 베네수엘라 출신 게릴라 전사 일리치 라미레스 산체스가 실존인물이다. 1970~80년대 코드명 ‘카를로스’로 불리던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였는데 소설 ‘자칼의 날’로 인해 닉네임 ‘자칼’이 더 유명해졌다.
10부작 ‘자칼의 날’은 한국에서는 웨이브, 미국은 피콕이 공개한다. 무자비한 암살자 자칼과 영국비밀정보부(MI6) 요원 비앙카(라샤나 린치)의 팽팽한 추격전을 다룬 액션 스릴러 시리즈다.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던 자칼의 사생활이 비앙카에서 꼬리를 잡힌다. 사상 최대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전 세계를 누비는 자칼은 일촉즉발의 순간마다 기발한 방법으로 위기를 벗어나 되레 비앙카를 미행하며 영국 기관의 추적을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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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 레드메인은 “자칼과 비앙카 두 캐릭터 모두 집착이 강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중독돼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도덕성이 결여되어 호감을 갖다가도 혐오감을 느끼게 한다”며 “자칼이 지닌 세심함이 흥미로웠는데 내 삶의 요소와 겹치는 부분이었다”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원작과 영화, 영화와 책에서는 선과 악에 대한 이분법적 인식이 훨씬 더 강했다. 드골은 선이고 자칼은 카리스마가 있지만 악당이다. 그러나 시리즈물에서 세상은 이분법적이지 않고 이 모든 것이 일종의 스펙트럼에 있음을 보여준다. 도덕성 모호함이 흥미로웠다”고 밝혔다.
에디 레드메인의 교묘하고 지능적인 암살자 ‘자칼’은 표정 하나만으로도 몰입에 빠진다. 라샤나 린치의 지나치게 침착한 연기는 현실로 돌아오게 만든다. 그래도 헝가리, 오스트리아, 비엔나, 런던, 크로아티아 등 눈에 담기만 해도 멋진 촬영지들은 에피소드를 계속 보게하는 큰 매력이다.
에디 레드메인은 “로난 버넷이 쓴 대본에서 자칼은 특수분장에 능한 탁월한 배우 같은 존재였다. 촬영 내내 배우들의 놀이터처럼 느껴졌다. 스티븐 호킹 역할을 연기할 때도 그랬지만 탐구하며 준비과정을 즐긴다. 자칼은 다양한 인물로 변신한다는 의미에서 정말 좋은 탐구였다”고 만족해 했다. 이어 그는 “12~15년 전 참여했던 TV 시리즈는 대부분이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출연했던 TV물이 ‘버드송’이었는데 제작진 중 상당수가 ‘자칼의 날’에 참여했다. 오랜 친구들, 심지어 함께 일했던 배우들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며 “크로아티아는 정말 아름다웠고 우리가 촬영한 파그섬은 지금껏 가본 곳과는 다른 모습이었다”며 크로아티아 파그섬을 아름다운 촬영지로 꼽았다.
첩보물이 수없이 쏟아져나오는 요즘 배우 에디 레드메인에 열광하는 이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선물이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을 실감나게 연기해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넷플릭스 영화 ‘그 남자, 좋은 간호사’에서 사이코패스 간호사로 섬뜩한 연기를 보였다. 최근에는 뮤지컬 ‘카바레’로 2022년 영국 올리비에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고 뉴욕 브로드웨이 무대를 휘어잡으며 토니상 축하공연을 했다.
/하은선 골든글로브협회(GGA) 정회원
문화부 sedailycultu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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