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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인사이드 스토리]'수도권 집값 0.8% 상승'에 담긴 의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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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연, 4분기는 '수도권 집값 하락' 전망
"대출규제 여파, 적어도 올해까진 강할 듯"
'강남' '선호 아파트' 중심 차별화 더 심해져
트럼프 당선? "금리인하→집값 상승" 예상도


건설업계 민간 싱크탱크의 연간 주택가격 전망 결과입니다.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은 올해 1~9월 1.1%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답니다. 연간 상승률은 0.8%를 기록할 걸로 전망됐죠. 둘을 합치면 남은 3개월간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이 하락한다는 뜻이 됩니다. 4분기 주택시장의 찬바람이 예고된 거죠. 그런데 최근의 분위기와는 온도차가 느껴집니다.

한편으로 연간 기준 1% 안팎의 집값 변동률은 매우 안정적이라 볼 수 있는 숫자입니다. 하지만 평균은 평균일 뿐이죠. 그 숫자 사이에는 시장의 변동성이 불안하게 엿보입니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양극화, 강남 아파트 불패 신화가 숨어있다고 합니다. 무슨 얘길지 함께 들여다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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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매매가격 전망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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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대출 조이기…작년과 판박이"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 6일 '2025년 건설·부동산 경기전망'을 통해 내년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이 1% 상승할 거란 전망을 내놨습니다. 반면 지방은 2% 하락해 전국적으로 1% 하락을 기록할 걸로 예상했어요. ▷관련기사: "내년 수도권 집값 올해보다 더 오른다"(11월6일)

내년 전망보다 눈길을 끄는 건 올해 전망입니다. 일단 올해 1~9월 수도권 주택가격은 작년 말보다 1.1% 상승했다고 집계됐어요. 이는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의 '주택종합매매가격지수'를 활용한 결과예요. 직접 확인해 보니 9월 지수는 96.64로 작년 말(95.60)보다 1.1% 상승했죠.

남은 4분기는 어떻게 될까요? 건산연은 올해 1~12월 수도권 주택가격 상승률이 1~9월보다 낮은 0.8%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어요. 12월 지수가 9월(96.64)보다 하락한 96.37 정도 될 거란 얘기죠.

4분기만 따지면 하락이란 얘깁니다. 이런 전망에 영향을 준 요인은 크게 '대출 규제'와 '양극화'로 설명됩니다. 건산연은 현재 가계부채 총량 규제에 입각한 은행의 자율적 대출 심사 요건 강화 정책이 시행되고 있음을 고려했다고 밝혔어요. 이에 따라 내년에 스트레스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도입되고, 가계부채 총량 규제가 현재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걸 전제로 삼았죠.

발표를 맡은 김성한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발표 이튿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은행별 연간 가계부채 총량 한도를 명분으로 삼아 적어도 올해까지는 대출 규제가 강하게 작용할 거라 판단했다"며 "지난해와 비슷하게 9월까지는 집값이 상승하다가 대출을 막은 뒤 약간 떨어지는 흐름이 올해에도 재현될 거라 본다"고 말했어요.

다만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단위 집계에서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아직 상당한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죠. 이 흐름이 깨지기보다는 비아파트의 가격 하락이 더 깊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건산연이 전망을 발표한 게 공교롭게도 미국 대선 날이었는데요. 이번 전망 보고서에는 반영되진 않았다고 합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자료 작성 시점 당시 트럼프와 해리스 중 누가 될지 모르는 박빙 상황이어서 중립적으로 판단했다"며 "트럼프 당선으로 한국은행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졌다. 지금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여 버티고 있지만 결국 시장금리가 인하되면 집값 상승 압력으로 가해질 것"이라고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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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9월까지의 주택시장은 2022년 10월과 12월, 지난해 1월에 차례로 발표된 규제 완화가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5조20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이 시장에 유입되면서 수도권, 특히 서울 일부 시장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나타났다. 하지만 올해 3분기 이후 은행권 대출심사가 강화되며 대출이 어려워졌다. /자료=건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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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아파트는 계속 오른다?

'양극화'로 요약되는 국지적 가격 변화 추이도 심화하는 모습입니다. 건산연은 아파트와 비아파트 등 상품별 가격 격차는 물론 아파트 중에서도 수도권과 지방의 가격 흐름이 차별화됐다고 분석했어요.

2019년 이후 가격 움직임이 동기화되다가 2022년 말 이후 격차가 벌어졌죠. 수도권 아파트가 올해 8월까지 12.22% 오르는 동안 지방 아파트는 0.20% 내렸어요.

수도권 내 서울과 경기·인천 격차도 확대되는 추세예요. 서울 대비 경기 아파트 매매가 비율은 2015년 57.1%에서 지난달 44.9%로 하락했어요. 인천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이며 서울 아파트값의 34.9%에 불과한 모습입니다.

아래 곁들인 2개의 그래픽도 의미심장합니다. 서울 가운데 강남과 비강남의 차별화가 두드러진다는 것과, 선호도 높은 인기 아파트 단지 위주로는 지난 2년간 집값 상승세가 두드러졌다는 걸 보여주는 그림이죠.

이를 보면 최근 3년간 가격 흐름을 보면 서초구만 강남구 대비 격차가 줄었고 나머지 23개 구는 모두 격차가 커졌어요. 강남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KB '선도아파트50' 지수는 지난달 102.4로 2022년 6월 전고점(101.4)을 넘어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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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개 자치구별 강남구 대비 아파트 매매가 비율 변화 /자료=건산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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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아파트50지수변화율/자료=건산연(KB부동산 인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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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굳건…빌라 심폐소생술 효과는

건산연이 내놓은 전망은 '주택' 매매가격입니다. 아파트와 비아파트를 아우르는 전체 주택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수도권 주택 매매가격이 4분기 하락할 거란 전망이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는 얘기는 아닐 수 있다는 거죠. 시장 전문가들은 아파트, 특히 서울 아파트는 하락이 아닌 '강보합'을 유지할 걸로 보고 있어요.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경기 외곽 아파트 미분양 증가에 따른 리스크가 있고 여전히 비아파트 수요가 많지 않아 약세를 보이는 만큼 주택 매매가격은 보수적으로 보는 게 맞다"며 "수도권 아파트의 경우 대출 규제로 심리가 위축된 점을 고려하면 4분기 하락까진 아니고 상승 폭 축소에 그칠 거라 본다"고 말했어요.

김은선 직방 빅데이터랩장 역시 "아파트가 보합을 유지하는 가운데 비아파트가 조정을 보이고 있어 전체 주택 하락 전망이 나오는 것 같다"며 "수도권 주요 지역의 아파트는 높은 가격을 경험했던 매도자들의 기대 가격이 여전히 높아 강보합을 유지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어요.

비아파트 시장을 살릴 카드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신축매입임대가 꼽힙니다. LH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신축매입임대 신청 건수는 약 14만건에 달합니다. 건산연은 이를 통해 비아파트가 신뢰감을 회복하면서 수요를 회복해 가격 하락세가 진정될 것으로 전망했어요. 그 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지만요.

김 부연구위원은 "14만가구에 어느 정도 허수가 포함됐을 수 있고, 매입 후 관리나 공실률을 고려할 때 양호한 입지의 비아파트를 선별적으로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며 "비아파트 시장이 나아질 순 있지만 아주 극적으로 상승 전환할 만한 물량이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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