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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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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텔스기 중국 첫 착륙…아시아 제공권 경쟁 시작됐다 [박수찬의 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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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하늘이 서서히 달아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미일 3국이 미국산 F-35 스텔스 전투기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는 ‘스텔스 동맹’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의 ‘스텔스 밀월’이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와 중앙(CC)TV는 러시아 스텔스 전투기 수호이(Su)-57이 지난 3일 처음으로 중국에 착륙했다고 4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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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Su-57 스텔스 전투기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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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타임스는 Su-57이 12~17일 광둥성 주하이에서 열리는 ‘2024 주하이 에어쇼’에서 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Su-57 외에도 러시아 공중곡예 시범팀이 Su-35S 6대와 Su-30SM 전투기 1대를 갖고 참가한다. 러시아의 첨단 전투기가 중국에 총출동하는 셈이다.

중국도 자국산 전투기를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기존 J-20외에도 J-35A 스텔스기와 더불어 항모에 탑재하는 J-15T 전투기까지 등장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이 파병과 무기 지원을 토대로 러시아와 군사적 밀착을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첨단 기술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러시아와 중국의 첨단 전투기

Su-57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F-22와 맞먹는 성능을 지닌 전투기를 개발, 냉전 시절 옛소련처럼 미국과 제공권 경쟁을 하겠다는 러시아의 의지가 담긴 무기다.

이를 위해 러시아는 자국이 보유하고 있던 첨단 기술을 대거 투입했다. 덕분에 Su-57은 F-22, F-35로 대표되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의 특징을 갖췄다는 평가다. 최고 속도는 마하 2(시속 2130㎞)로서 항속거리는 3500㎞, 조종사 1명이 탑승한다.

Su-57은 하바롭스크주 콤소몰로스크나아무레의 유리 가가린 공장에서 조립된다.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위해 연해주를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찾은 곳이다. 당시 김 위원장은 조립 중인 Su-57을 살펴보며 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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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Su-57 스텔스 전투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에서 활주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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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57은 적 레이더에 포착될 확률을 낮춘 스텔스 기능 확보에 중점을 뒀다. 레이더파가 가장 많이 반사되는 공기흡입구는 곡선 형태로 제작하는 등 기체 설계 단계에서 레이더파를 반사할 수 있도록 설계했고, 표면엔 레이더흡수물질을 칠했다.

F-22보다 면적이 넓은 것으로 보이는 내부 무장창을 설치해 외부 부착물에 의한 레이더파 반사를 줄였다. 중국에 Su-57이 등장하면서 기체 측면 무장창이 노출됐는데, 주날개에 가까운 곳에 있었다.

추력편향노즐과 고성능 디지털 비행제어 시스템을 통한 고기동 능력, 고성능 엔진에 의한 초음속 순항 기능을 갖췄다. 복합재를 많이 적용해 기체 중량을 가볍게 하면서도 강도를 유지했다.

Su-35에 쓰이는 레이더를 개량한 능동전자주사식(AESA) 레이더, 다양한 센서에서 수집한 정보를 융합하는 기능도 있다.

이번에 중국에 도착한 Su-57은 중국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논란을 빚고 있다. Su-57이 중국에 도착한 직후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다수의 사진이 등장했는데, 기체가 수많은 나사로 가득하고, 연결 부분이 다소 어긋나며 틈이 보이는 등 어설픈 모습이다. F-22, F-35의 매끄러운 기체 표면과는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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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Su-57 스텔스 전투기가 모스크바에서 열린 방산전시회에 전시되어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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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것만으로 Su-57을 평가절하하기는 어렵다. 중국에 간 기체는 양산품이 아닌 개발 초기 단계의 비행 시제기다. 양산품과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다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 당시 공개된 기체나 우크라이나 전쟁 전에 모습을 드러냈던 기체들을 보면 표면 처리가 매끄럽게 되어 있다.

Su-57의 진정한 문제는 기체 내부에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까진 독일 등 서방에서 부품을 합법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지만, 전쟁 직후 서방의 제재로 수입이 막혔다. 이는 양산에도 차질을 준다.

조달이 어려운 부품은 밀수를 하거나 중국산으로 대체해야 하는데, 밀수는 구매량이 적고 값이 비싸며 그나마도 복제품이 반입될 위험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도 이중용도 제품이나 각종 기계, 반도체 등을 러시아에 공급하는 중국은 러시아에 대체 부품을 제공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러시아는 이번 주하이 에어쇼에 Su-57을 소개해서 수출 판촉 활동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서방의 제재로 양산에 문제를 안고 있으며, 중국산 기체보다 수출 가격이 높고 적용된 기술이 잠재적 고객에게 낯설다는 점에서 수출성과가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대신 러시아가 Su-57의 존재감을 중국에 각인시켜 양국간 군사적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 항공우주업계와의 협력을 통해 서방의 제재를 극복하고 기체를 양산하는데 필요한 양질의 대체 부품과 장비를 조달하는 방안은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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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개발한 J-35A 스텔스 전투기가 활주로에서 이동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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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전투기 선보이는 중국

중국도 주하이 에어쇼에 차세대 스텔스기 J-35A를 공개한다. 2014년 공개됐던 J-35A는 중국의 5세대 스텔스기다. 2017년 첫 실전 배치된 5세대 스텔스기 J-20에 이어 개발됐다.

외형과 이름 측면에서 미국 F-35를 의식한 것처럼 보이는 J-35A의 등장은 중국이 미국처럼 두 종류의 스텔스기를 보유하게 됐다는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J-35A는 2010년대 초에 FC-31이라는 수출용 기체로서 모습을 드러냈다. 2016년쯤 대대적인 개선이 적용된 기체가 나타났고, 수년전부터 J-35A와 비슷한 형태가 등장했다.

J-35A는 F-35를 의식한 느낌이 강하다보니 중국이 복제했다는 주장도 있다. 이같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기계인 F-35는 복제가 불가능하다.

다만 특정 개념이나 기술은 모방할 수 있다. F-35의 전자광학장치(EOTS)와 유사한 것이 동체에 있고, 조종석에는 광각 전방시현기(HUD)로 보이는 것이 있다.

F-35와는 다른 부분도 많다. F-35는 지상 활주로와 강습상륙함, 항공모함에서 운용하므로 수직이착륙기능 탑재까지 고려해서 개발됐다.

반면 J-35A는 수직이착륙능력을 감안할 필요가 없다. J-35A는 지상과 항공모함에서 쓰일 예정이다. 따라서 전반적인 기체 폭이나 크기 등이 F-35보다 날렵한 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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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J-20 스텔스 전투기 편대가 비행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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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35A는 중국이 예전부터 배치하고 있는 J-20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으면서 향후 수적 측면에서 중국의 스텔스 전력을 대표할 가능성이 있다.

정확한 도입 단가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J-35A는 J-20보다 저렴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대적으로 J-20보다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스텔스기를 배치할 수 있다면, 중국 공군의 전력 증강은 한층 쉬워진다.

디만 해외 시장에선 성과를 거두기가 쉽지 않다. 스텔스기 도입을 원하는 국가는 제한되어 있고, 대부분 F-35를 선정한다. 중국산 전투기를 운용하는 파키스탄 정도를 제외하면 수출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해군 항공모함에서 운용중인 J-15 전투기를 개량한 것으로 보이는 J-15T도 주하이 에어쇼에 등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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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J-15T 함재기가 지상에 착륙하고자 고도를 낮추고 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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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15는 중국이 처음으로 만든 항공모함 탑재 전투기로 항속거리가 3500㎞에 이른다. 중국은 옛소련이 무너졌을 때 우크라이나에 방치되어 있던 러시아산 Su-33 함재기의 시제품과 관련 자료를 우크라이나에서 들여와 J-15를 만들었다.

엔진 등에서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중국은 지속적으로 생산 및 배치하면서 문제점을 개선하고 파생형 기체를 만드는 모양새다.

전자전형으로 알려진 J-15D과 더불어 차세대 항모에 탑재할 J-15T도 주하이 에어쇼에 등장하게 됐다. 푸젠호에 쓰일 J-15T는 착륙장치 등에서 일부 개량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만든 차세대 항모 푸젠호는 기존 항모인 랴오닝·산둥호가 스키 점프대를 이용해 함재기를 이륙시키는 것과 달리 전자기식 사출기(캐터펄트)를 사용한다. 이를 통해 무장탑재량이나 항속거리를 더 늘릴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재래식 군사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는 러시아가 자국의 최신 전투기인 Su-57을 중국에 보내고, 중국이 자국산 스텔스기를 선보이는 것은 미국을 겨냥한 메시지다.

한미일의 F-35에 맞서 중국 J-20·J-35A와 러시아 Su-57를 앞세워 동아시아는 물론 글로벌 차원에서의 제공권 경쟁에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스텔스 기술을 중심으로 하는 한미일과 중국·러시아의 경쟁이 동아시아에서 한층 강도높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한국도 F-35A 도입 외에 F-15K 성능개량과 감시정찰 전력 증강 등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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