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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연재] 뉴스1 '통신One'

스마트 도시의 아이들이 모국어 학습에 진심인 이유는?[통신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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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개국의 인재가 몰려드는 브레인포트(Brainport)

뉴스1

60명 이상의 네덜란드 한글학교 교사들이 한자리에 모여 연합연수를 기념했다. 2024.11.02/ⓒ 뉴스1차현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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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인트호번=뉴스1) 차현정 통신원 = 에인트호번은 과거 필립스의 기술 중심지로 출발해 '하이테크 캠퍼스'를 통해 ASML, NXP 등의 반도체 혁신 기업들이 모이며 스마트 도시로 성장했다. 단위 면적당 특허 수가 세계 최고 수준인 이 도시는 정부, 기업, 학계의 협력과 지속 가능한 기술 도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마트도시이다.

똑똑한 도시로 알려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는 매년 전 세계 엘리트 엔지니어 및 반도체 전문 인력들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에인트호번 시청의 2022년 자료에 따르면, 156개국 이상의 다양한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정부 차원의 이주민 정착 지원도 활발하다.

네덜란드 한글학교 선생님 어셈블…학습 요령 공유
지난 11월 2일(현지 시각), 에인트호번 한글학교가 주관한 재 네덜란드 한글학교 연합 교사 연수가 열렸다. 이번 연수는 네덜란드 전역에서 모인 한국인 교사 60명이 효율적인 한글 교육법과 학급 운영 노하우를 공유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춘 교수법을 익히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암스테르담, 로테르담, 에인트호번 등 세 학교에서 온 교사들이 참여해 한글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사들 간의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었다.

특히 이번 연수에는 한국 서초초등학교의 김지은 강사가 초청되어 초등 저학년의 학습 태도 개선 및 고학년의 자발적 글쓰기 능력 향상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김 강사는 교사들의 직무 만족도와 번아웃 예방을 위한 전략도 공유해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또한, 레이든 대학교에서 교수직을 마치고 현재 한국어-네덜란드어 번역 활동을 하는 지명숙 교수는 네덜란드에서의 한국어 교육과 발음 표기 방법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했다.

부모들의 열띤 봉사활동으로 성장하는 한글학교
에인트호번 한글학교는 그 특별한 역사를 자랑한다. 이 학교는 부모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설립되어 여전히 학부모들의 봉사활동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한글학교는 단순한 교육적 모임을 넘어,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교민 사회가 협력하고 소통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커다란 공동체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

에인트호번 한글학교의 김희숙 교장은 "김경필 한글학교 이사님을 비롯해 에인트호번 한글학교의 아버지들은 교실 장소 섭외와 재정 관리, 홍보활동에 진심이셨습니다. 어머니들은 전공과 경험을 살려 한국어 전문 강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한글학교가 교민사회의 아이들을 키우지만, 사실은 공동체와 함께 성장하고 있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모국어 배우며 싹트는 정체성…주말도 반납하고 수업 준비
에인트호번에서는 모국어 교육을 통해 아이들의 정체성을 찾고, 모국어를 잘하는 아이들이 해외 생활에도 더 잘 적응하며 현지 학교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둔다는 여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자발적으로 조직된 모국어 네트워크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헤리티지 랭귀지 에듀케이션 네트워크(Heritage Language Education Network)는 정기적인 모국어 교사 세미나와 교사 교육을 주도하고 있다. 이 단체는 네덜란드 정부 및 언어 교육 기관들과 협력하여 모국어 학교 교사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활동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에인트호번 지역 모국어 학교의 교사 50명이 모여 효과적인 교과 운영 방법과 과학 활동을 접목한 모국어 수업 시연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첨단 과학 도시의 아이들이 모국어를 배우는 방법과 그에 따른 긍정적 효과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다.

이 단체에서 활동하며 다른 나라의 모국어 교사들에게 효율적인 수업 방식을 선보이는 강세현 교사는 "모국어 교사들의 열정은 특별하다. 네덜란드 초등학교가 문을 닫는 주말에 모국어 교실을 쓸 수 있기 때문에 지난 몇 년간 주말을 반납하고 평일에는 수업 준비로 분주하다"고 전했다. 강 교사는 이러한 공식적인 교사들의 만남의 장을 통해 서로의 모국어 수업 진행 방식을 배우는 과정이 의미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다문화 국가로 접어들고 있다. 앞으로 우리 정부도 해외 이주민 자녀들의 모국어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사 교육 인프라를 강화해 이들의 학습과 정체성 형성을 지원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모국어 교육은 단순한 언어 학습을 넘어 이주민 자녀들이 자기 뿌리를 이해하고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런 점에서 네덜란드의 성공적인 모국어 교육 사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chahjlis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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