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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9 (토)

금성호 실종 12명 어디에…“1초라도 빨리빨리” 애타는 가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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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8일 오전 제주 비양도 북서쪽 24㎞ 해상에서 침몰한 어선 135금성호의 실종선원 가족이 이날 오후 한림항에 마련된 현장상황실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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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절대 죽었다고 생각을 안 하기 때문에 1초라도 빨리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헬기 없어요?”



8일 오후 3시18분께 제주시 한림읍 한림항 선원복지회관에 마련된 135 금성호 실종자 가족 대기실로 힘겹게 발걸음을 옮기던 한 실종자 가족이 울음 섞인 목소리로 대책본부 관계자에게 애처롭게 말했다.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눌러쓴 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했다.



또 다른 실종자 가족은 초조하게 먼 곳을 응시하다 옆에 서 있던 같이 온 지인에게 얼굴을 파묻었다. 둘 다 얼굴은 상기됐고, 이윽고 울음소리가 들렸다. 뒤늦게 가족 대기실로 식구들의 부축을 받아 계단을 오르던 한 여성은 “우리 여기 안 갈 거야. 아빠 어떡해”하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 오후 부산에서 제주에 온 실종자 가족은 20여명 가까이 됐다. 모두 다 부산에서 제주까지 먼 길을 한걸음에 달려온 이들이다.



제주 해상에서 부산 선적 고등어잡이 어선 135 금성호(129t)가 침몰해 2명이 숨지고 12명이 실종된 가운데, 해경과 해군 등이 동원돼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해경은 현재 사고 해상의 수온이 22도인 점을 고려하면 실종자 생존 가능 시간을 24시간 정도로 보고 수색 작업에 총력을 내고 있다.



제주해양경찰청은 8일 오후 2시 제주해경청에서 침몰한 부산 선적 선망어선 135 금성호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해경 함정과 관공선, 민간어선 등 함선 43척과 항공기 13대를 동원해 사고 해역을 중심으로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사고 해상은 수온이 22도이고, 초속 6∼8m의 북동풍이 불고 있으며 파고는 2m 안팎이다.



해경은 중앙해양특수구조단과 서해해양특수구조대, 제주해경청 특공대, 제주해경서 구조대와 특공대 소속 잠수사 27명을 꾸려 이날 오후 1시3분께 수중 수색을 시작했다. 1차 수색은 잠수사 2명이 투입됐다.



해경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31분께 제주 비양도 북서쪽 24km 해상에서 135 금성호(129t)가 침몰 중이라며 같은 선단선 205 금성호(129t)가 제주해양경찰서 상황실로 신고했다. 사고 어선은 전날인 7일 오전 11시50분께 27명(한국인 16명 인도네시아인 11명)이 타고 서귀포항을 출항했다. 이 어선은 본선 1척과 운반선 3척, 등선 2척 등 모두 6척으로 선단선을 이루고 있다.



135 금성호는 이날 오전4시께 어획물을 인근 운반선으로 옮기는 작업을 하다가 오전 5시13분께 완전히 침몰했다. 선원들은 이적 작업 중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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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제주 해상에서 침몰한 135 금성호의 선원들을 구조하고 한림항에 입항한 103 금성호. 허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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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넘어가 버렸어요. 눈 깜빡할 사이에 넘어가 버리더라고요.”



가까스로 구조된 선원 ㄱ(63)씨는 어선이 순식간에 전복되면서 선원들이 한꺼번에 시커먼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간 순간을 말하면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날 어선들은 고등어잡이로 만선을 이뤘다. 또 다른 운반선을 기다렸다. ㄱ씨는 “운반선(117금성호)에 어획물 1차 하역을 끝내고 난 뒤 배가 기울었다”며 “처음에는 서서히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순식간에 넘어가 버렸다. 복원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ㄱ씨는 “배가 뒤집혀 배 밑이 하늘로 올라가 버리니 선원 전원이 모두 물에 빠졌다. 그때 선원 2명이 뒤집힌 배 위로 올라가 주변에 있던 선원들이 헤엄쳐오면 한명씩 끌어 올렸다”고 말했다. ㄱ씨는 “배에서 떨어져 있던 선원들은 파도에 밀려 멀어지기도 했지만, 아무런 장비도 없고 어찌할 방법도 없었다”고 말했다.



구조에 나선 인근 선단 선원 ㄴ씨는 “현장에 도착했을 때 사고 어선이 이미 기울어져 프로펠러가 보였고, 그 위에 선원 12명이 있었다. 끈으로 연결된 구명부환 2개를 던져 선원 한명씩 잡으면 당겨서 구조했다”며 “12명을 구조한 뒤 생존자가 더 있는지 찾아보던 중 바다에 의식을 잃은 2명을 발견해 추가 구조했다”고 말했다. 이들 2명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135 금성호가 침몰하자 인근에 있던 같은 선단선 소속 103 금성호가 14명(한국인 6명, 인도네시아인 8명)을 구조하고, 122 금성호가 인도네시아인 1명을 구조해 이날 오전 5시46분과 7시10분 한림항에 각 입항했다. 구조된 선원 가운데 한국인 2명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구조돼 제주시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해경은 수색 과정에서 오전 8시39분께 어군탐지기 등 수중수색장비를 통해 침몰 위치가 최초 사고 해역에서 북동쪽으로 370m 떨어진 곳임을 확인했고, 어망이 선체와 연결된 것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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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이 수중 수색을 통해 침몰 어선과 그물을 확인했다. 제주해경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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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경은 사고 직후인 오전 4시49분 제주해경서 소속 경비함정 3012함이 도착해 인근 어선과 수색을 시작했다. 수색 작업에는 해경과 해군, 관공선 등 함선 43척과 항공기 13대가 동원돼 사고 해역을 중심으로 수색하고 있다.



해경은 “아직 정확한 사고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구조인원을 대상으로 조사해 정확한 사고 경위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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