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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8 (금)

“AI 문제는 은닉된 차별···현 노동법제로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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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노동대학원, 22대 국회 ‘제언 포럼’

불평등이 만든 위기에 공감···“공평 부담”

기업 교섭에 ‘한계’···“사업장별 결정체계”

“정권 시간 맞춘 사회적 대화, 국민 도외”

정부 불참·야당 참석···날선 현장목소리↑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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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의 문제는 (노동자에 대한) 차별이 은닉되는 것이다. 현 차별(노동)법제로는 (이 차별을) 못 잡는다.”(권오성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그동안 사회적 대화는 정권의 정해진 시간에 맞춰졌다. 과하면 국민을 도외시하게 된다.”(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

7일 고려대노동대학원과 노동문제연구소가 고려대에서 연 ‘2024 한국노동사회포럼’에서 주제발표자들의 말들이다. 올해도 포럼에서는 노동사회 문제에 대한 과감하고 정부 입장에서 ‘서늘한 제언’들이 쏟아졌다.

권 교수는 22대 국회가 어떤 노동법을 개정하고 어떤 노동시장 개혁 과제를 안고 있는지에 대한 포럼의 ‘주제문’을 열었다. 그는 “22대 국회는 한국 사회가 감당해야 할 변화를 노사 모두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해야 된다”고 자신의 발제를 요약했다. 그가 발제한 저출생·고령화·기후위기 모두 결국 불평등을 해결하는 길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눈길을 끈 부분은 AI 시대 과제였다. 그는 알고리즘의 노동 통제와 규율이란 난제 해결에 국회가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미 플랫폼 노동은 사측과 노동권을 두고 여러 산업에서 충돌하고 있다. AI는 인력 대체를 넘어 인사노무관리 영역까지 들어오고 있다. 그는 발제문에서 “알고리즘을 통해 노동 과정을 통제하면서 이 통제가 은닉돼 책임이 회피되는 현상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처럼 차별사유별로 독립된 차별법제로는 명확한 차별 사유를 잡지 못한다”며 차별법제화 포괄화를 제안했다. 우리 법제는 남녀 차별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고령자 차별을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로 규율하는 식이다. 이은주 전 정의당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 기본법’으로 이 문제 해결의 단초를 만들려고 했지만, 입법에 실패했다.

사업장의 기초 규율인 취업규칙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권 교수는 “분권화된 기업별 교섭체제로는 사회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낮은 노조 조직률과 단체협약 적용률이란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 조직률은 10%대 초반에 갇혔고 단체협약 적용률은 2019년 기준으로 14.8%로 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국 중 하위권이다. 이런 구조가 노동시장 불평등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물론 그동안 노동계와 학계에서는 노사 교섭이 북유럽국가들처럼 산별교섭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스웨덴의 경우 노조조직률은 65%, 단체협약 적용률은 88%에 이른다. 하지만 우리 논의는 뚜렷한 성과 없이 늘 제자리다. 산별교섭이 이뤄지려면 그만큼 많은 근로자와 업종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도록 조직화돼야 한다. 노동계는 그동안 비정규직·청년·여성 등 다양한 계층을 노조 안으로 껴안으려고 했지만, 큰 성과를 못 냈다. 경영계는 산별노조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규모·업무·능력 차이를 어떻게 단일 임금체계로 만들지 회의적이다.

무엇보다 노조가 노조 스스로의 현 체계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권 교수는 “취업규칙이 노사 동권(같은 수준의 권한)으로 협의로 정해지면, 기업 교섭 시스템은 줄면서 노조는 초기업노조로 가는 새로운 노사 관계 시스템이 장착될 수 있다”고 노동계의 변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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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교수가 진단한 사회적 대화는 ‘뜨거운 감자’다. 우리는 김대중 정부 때 노사정위원회(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만들어 정부 때마다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노사정)의 사회적 대화로 난제에 대한 갈등을 최소화했다. 노사정 대화는 김대중 정부에서 정리 해고 합의를, 문재인 정부에서 코로나19 위기 극복 대타협을 도출했다. 최근 우원식 국회의장은 경사노위 밖 국회에서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노동계와 경영계에 제안했고 양측은 참여를 고민 중이다.

현 정부도 역대 정부처럼 노동 개혁을 사회적 대화로 하려고 한다. 노동학계에서 사회적 대화에 대한 비판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 교수는 “행정부가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는 사실상 3년 6개월(정권 5년)로 정해졌다”며 “정권은 어려운 문제와 국정 과제를 사회적 대화로 해결하길 원한다, 하지만 과하면 노사 의견과 국민을 도외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노사정 대화가 태생적으로 ‘주고받기식 교섭’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노사 모두 불리한 합의를 거부하고, 불리하면 합의가 추후 파기되기 때문이다. 2016년 9.15 노사정 대타협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그는 국회의 사회적 대화가 경사노위의 한계의 극복할 최적안이라는 식의 단선적인 주장도 펴지 않았다. 사회적 대화의 성공은 주체보다 적합한 주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노사정 보다 의제를 넓게 고를 수 있는 국회가 유리하다고 봤다. 국회 사회적 대화의 신속성도 장점이다. 그는 “신속한 입법이 필요한 사안은 경사노위 대화로 쉽지 않다”며 쿠팡 과로사, 임금체불, 외국인 노동자 문제를 국회 사회적대화가 가능한 의제 후보로 열거했다.

1·2 세션으로 나뉜 이날 포럼의 특색은 고용노동부 측 토론 참석뿐만 아니라 축사도 없었다는 점이다. 2022년 포럼에는 이정식 전 고용부 장관이 직접 찾았다. 정부 참석이 없어 포럼장에서 정부를 의식하지 않고 학계와 노사의 날선 비판이 더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인다. 2 세션에서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인노동자 정책과 과제를 진단하면서 “최저임금 일자리로 외국인노동자가 정착화되면, 복지재정의 위협이 된다”고 경고했다. 저임금 일자리가 외국인노동자의 생계, 불평등을 넘어 재정 측면에서도 잘못된 방향이란 인식을 환기했다. 그는 고용허가제로 대표되는 순환형에서 정착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문인력을 유치하겠다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었다. 그는 “우리가 벤치마킹할만한 이민정책 국가가 없다”며 우리만의 이민정책의 시급성을 경고했다.

이날 포럼의 정부 빈자리는 국회가 채웠다. 이날 포럼에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주영·박해철·박홍배 의원이 참석했다. 김형동 국힘 의원은 참석 없이 축사로 대신했다. 박 의원은 포럼 시작부터 1 세션이 끝나기까지 3시간 가량 자리를 지켜 눈길을 끌었다.

양종곤 고용노동전문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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