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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술의 세계

겹겹이 쌓인 물결, 산을 이루다…김민정 佛 매그재단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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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수묵화 현대적 재해석
‘Mountain’ 등 대표작 펼쳐

세계적인 예술기관 매그재단
이배 이후 두번째 한국작가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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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Mountain(산)’(2022). 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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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를 물들인 먹 자국이 겹겹이 쌓여 거대한 풍경을 이루고 있다. 전통적인 산수화를 연상시키지만 사뭇 다른 모습이다. 번지듯 뻗어나간 곡선들은 바다 물결인지, 산등성이인지 경계가 모호하고 노을 진 풍경처럼 윗 부분은 붉은 빛이다. 전통 수묵화의 현대적 재해석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쌓아온 김민정 작가(62)의 ‘Mountain(산)’(2022)이다. 어둠에서 출발해 밝은 빛에 이르기까지 점진적인 형태로 채워진 화면은 심연 깊숙한 명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김민정 작가의 개인전 ‘Mountain’이 이달 9일부터 내년 2월 9일까지 프랑스 생폴드방스의 매그 재단 미술관에서 열린다. 매그재단은 프랑스 최초로 설립된 독립 예술재단이자 유럽에서 가장 권위 있는 현대미술 재단이다. 매그재단이 한국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이배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Mountain’ 연작을 비롯한 김 작가의 대표작 7점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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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묵·채색 추상화가 김민정. 갤러리현대


광주에서 태어난 김 작가는 홍익대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다. 한국 화단이 단색화와 민중미술이 대립하고 남성 작가들이 주를 이뤘던 1980년대를 거쳐 1991년 이탈리아 밀라노의 브레라국립미술원으로 유학 길을 떠났다. 당시 김민정은 안료가 한지에 흡수될 때 나타나는 예측할 수 없는 효과에 영감을 받아 동아시아 채색화에서 수묵·채색 추상화로 작업의 방향을 전환했다. 2000년대에는 한지를 자르고 태우는 등 실험적인 과정을 통해 동아시아의 회화 관습을 해체하고 재해석했다.

한지와 먹, 불 같은 가장 기본적인 재료를 통해 완성되는 김 작가의 작품들은 반복과 절제를 통해 정서적 치유와 명상을 이끌어낸다. 그의 ‘Mountain’ 연작은 파도의 소리를 시각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산의 이미지가 나타난 것으로, 바다와 산은 본질적으로 하나임을 암시한다. 또 다른 전시작 ‘Nuit de la mer(바다의 밤)’(2023)은 밤 바다 위에 빛이 물결에 닿는 순간의 인상을 표현한 작품이다. ‘Mountain’ 연작의 남은 부분을자르고 태워 재구성한 결과물로, 물에서 산이 된 작품의 흔적이 다시 물의 형태로 재탄생하는 순환과 재생의 의미를 은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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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정 개인전 ‘Mountain’이 진행 중인 프랑스 생폴드방스의 매그 재단 미술관. 갤러리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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