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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5 (금)

초등학교 조기 입학하면…ADHD 진단율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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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 아누팜 B 제나·크리스토퍼 워샴 지음 고현석 옮김, 어크로스 펴냄, 2만2000원


"여러분 모두 공화당원이라고 말해줘요."

1981년 총을 맞고 수술대에 오른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공화당)이 의사들에게 농담을 건넸고, 수술진은 "오늘은 우리 모두가 공화당원입니다, 대통령님"이라고 응수했다. 레이건은 웃기려고 한 말이었지만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의 저자들은 실제로 이 주제를 과학적 방법으로 탐구한다. '의사의 정치적 성향은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진료차트 속에 숨은 경제학'은 우연이 인간의 건강과 의료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하버드대 의대 보건정책 전공 교수(의사)이자 각각 경제학, 통계학 박사인 아누팜 B 제나와 크리스토퍼 워샴은 우리의 건강을 좌우하는 의외의 요소들을 자연실험의 방법론으로 살핀다. 자연실험은 현실을 조작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상태에서 행하는 실험을 말한다. 예를 들어 대통령 등 국가 지도자들은 노화가 빠르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기존에 대통령을 지낸 사람들을 실험군으로, 대통령 선거에서 낙선한 사람들을 대조군으로 설정해 비교할 수 있다. 책은 계량경제학에서 차용한 분석 방법과 건강보험의 대규모 데이터를 이용해 흥미로운 결과를 도출한다.

가장 눈에 띄는 연구는 9월 1일이 입학 기준일인 학군에서는 8월에 태어난 아이들이 9월에 태어난 아이들보다 ADHD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사실이다. 저자들은 8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그 전해 9월 1일에 태어난 아이보다 364일 어리지만 같은 학년인 것을 지적한다. 초등학교 시기의 1년은 신체·정신적 발달에 큰 차이가 있으나 교사나 부모는 두 아이에게 동일한 기대를 적용하고 그 결과 8월 31일에 태어난 아이는 부진하고 문제 있는 학생으로 낙인찍힌다는 것이다.

학술대회 등으로 심장 전문의들이 병원을 비웠을 때 고위험군 심장 질환 환자들의 사망률이 오히려 더 낮다는 연구도 흥미롭다. 책은 의사들의 인지 편향을 지적한다. 치료를 많이 할수록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의사들의 생각이 심장 스텐트 삽입술을 평소에 필요 이상으로 많이 시행하게 했고 이것이 환자들의 사망률을 높여왔다는 것이다.

책은 "가진 게 망치뿐이면 모든 것이 못처럼 보인다"는 속담을 인용하며 이 같은 의사들의 의사결정 오류를 막기 위해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의사의 정치적 성향이 환자에게 주는 영향에 대해서도 책은 답을 준다. 미국의 많은 의사들은 정치에 참여하며 주와 연방의 정책에 정치적 입장을 빈번하게 표현한다.

그러나 의사들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의사, 정치 캠페인에 기부한 전력 등을 기초로 분석한 결과 의사의 정치적 성향은 특히 생애 말기 입원 환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와는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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